구속 피한 이재용... 경영권 승계 논란의 앞날은?
구속 피한 이재용... 경영권 승계 논란의 앞날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6.09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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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검찰 수사 차질 빚을 듯
이번 구속영장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바 회계조작 부각
이 부회장, 구속 피했지만... 사법 리스크 안고 경영활동 해야될 듯

삼성그룹의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 인해 검찰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 측 역시 법률 리스크가 끝난 상황은 아니므로 이 부회장 측이 신청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편집자 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에 방점을 찍으려던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에 방점을 찍으려던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 부회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되고 대기하던 서울구치소에서 나오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불법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검찰의 싸움에서 이 부회장이 판정승을 거뒀다. 그러나 아직 법률적인 문제가 남아있어 향후 검찰과 삼성 간의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 JY 없이 나르샤? 숨 가빴던 영장실질심사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과 함께 아무 말 없이 법원으로 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16일 이후 3년 4개월 만에 구속의 기로에 놓였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뇌물공여, 특정경제가중처벌법 상 횡령과 위증 혐의로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며 풀려났었다.

이 부회장의 영장실질심사에는 외신들도 관심을 나타냈으며 이 부회장을 응원하거나 비판하는 시민들로 인해 공무원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8시간 30분의 심사가 끝나고 9일 오전 2시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그룹은 최악을 모면하게 됐다.

법원은 “피의자들을 구속할 상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으며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확보된 상태로써 사안의 중대성을 비춰볼 때 피의자들의 책임유무는 재판으로 가려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을 구속하면서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수사에 방점을 찍으려던 검찰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 “법원의 기각 결정을 아쉽게 받아들이지만, 법과 원칙에 따라 향후 수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 다시 주목받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바 회계조작 논란

애초 검찰은 이 부회장 등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주가 시세 조작 및 이를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를 조작했다고 판단하면서 해당 사건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소식이 알려지며 이로 인해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높아지게 됐다는 것이 당시의 해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주기 위해 주식 교환 비율을 1:0.35로 맞춰 삼성물산의 가치 평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합병했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1,2대 주주이기 때문에 두 부문만 확실히 지배하면 삼성전자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커진다는 판단 하에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제일모직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은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높이는 방식으로 합병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됐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강해지게 됐으며 검찰은 합병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와 관련해서 이 부회장이 삼성바이오를 경영권 승계 과정의 결정적인 지렛대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는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의 일환으로 2011년과 2012년 각각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문제는 삼성바이오가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합작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을 회계상 부채로 반영하지 않았고 자본잠식 상태를 막기 위해 삼성바이오에픽스를 관계회사로 바꿔 회계상 대규모 이익이 생기도록 한 것이다.

검찰은 금융당국의 4조5600억원 고의 분식회계로 판단한 것을 근거로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기 위해 이용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 삼성, 판정승 했지만... ‘법률 리스크’ 끝나지 않아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삼성은 안도하는 분위기다. 이번 영장 기각을 계기로 이 부회장이 신뢰 회복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 들어갈 것이라는 분위기가 관측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경영권 승계 논란과 노사 문제 등을 사과하고 “대한민국 국격에 어울리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삼성이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국정농단 사건 때도 당시 박영수 특검이 1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2월에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이 구속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파기환송심이 진행중이므로 삼성은 사법 리스크를 안고 경영활동을 해야하는 셈이다.

이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주목받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이 사건 수사는 1년 8개월 동안 50여차례 압수수색, 110여명에 대한 430여회 소환 조사 등 강도 높게 진행돼왔다"면서 "이 전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성실하게 수사에 협조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심의위의 경우 검찰이 재량을 가지고 있어 기각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이 부회장 측과 검찰의 법리다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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