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방과 프라이팬...선 넘은 아동학대
여행 가방과 프라이팬...선 넘은 아동학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6.11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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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가방에 가두고... 신원확인 안되도록 프라이팬에 손 지져
아동보호 끝나도 다시 집으로... 재학대 비율 2543건에 달해
법무부, 부모 체벌 금지 명문화 작업 착수...인력 확충 등 문제로

천안에서 계모가 9살 남자아이를 여행 가방에 가뒀다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숨진 사건에 이어 경남 창녕에서 9살 여자아이가 계부와 친모에게 심각한 학대를 받았던 사실이 알려지며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편집자 주>

▲ 천안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 가방에 갇혀 7시간을 보내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9살 남자아이는 3일간의 치료 끝에 숨을 거뒀다. 사진은 천안 아동학대 계모가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천안에서 계모에 의해 여행 가방에 갇혀 7시간을 보내다 심정지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9살 남자아이는 3일간의 치료 끝에 숨을 거뒀다. 사진은 천안 아동학대 계모가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일며 처벌하라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법무부가 체벌금지를 법으로 공식화하고자 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 뿐 아니라 피해 아동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상상 그 이상’... 천인공노할 아동학대 사건

지난 1일 충북 천안에서는 9살 A군이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는 이유로 여행 가방에 가둔 계모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에 따르면 계모는 A군이 첫 번째 여행 가방에서 용변을 보자 다른 여행용 가방에 가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계모는 A군을 가둬놓고 3시간가량 외출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으며 A군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긴 지 3일 만에 숨을 거뒀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지 일주일 만에 경남 창녕에서 9살 B양이 심각한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는 것을 발견한 시민에 의해 경찰에 신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11일 경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B양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쇠사슬로 목줄을 채웠으며 B양이 밥 먹을 때나 화장실을 갈 때,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할 때만 목줄을 풀어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모는 글루건과 달궈진 젓가락 등으로 B양의 발등과 발바닥을 지지기도 했으며 하루에 한 끼만 먹이며 쇠막대기로 온몸과 종아리에 멍이 들 만큼 폭행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B양이 집 밖으로 나간다고 하자 계부는 달궈진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져 지문인식으로 인한 신원확인이 불가능하게 만들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이번 사건은 지난달 29일 B양이 잠옷 바람으로 창녕의 한 도로를 뛰어가다가 한 주민에 의해 발견돼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 5일 계부 B씨의 협조를 받아 압수수색을 시행해 프라이팬, 쇠사슬, 자물쇠, 플라스틱 재질 막대기 등 B양 학대에 쓰였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압수하고 B양의 동생 3명에 대한 임시 보호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 아동학대가 일어나도 피해 아동은 보호가 끝난 뒤 다시 가정으로 보내지고 재학대당하는 건수가 2543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통계에 조사됐다. 이는 아동복지법 4조 3항에 의거,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규정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정으로 되돌려보내도 사후 관리를 할 만한 인력 부족 및 강제성이 없어 부모가 사후 관리를 거부하면 관리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쳐)
▲ 아동학대가 일어나도 피해 아동은 보호가 끝난 뒤 다시 가정으로 보내지고 재학대당하는 건수가 2543건에 달하는 것으로 보건복지부 통계에 조사됐다. 이는 아동복지법 4조 3항에 의거,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규정된 원칙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정으로 되돌려보내도 사후 관리를 할 만한 인력 부족 및 강제성이 없어 부모가 사후 관리를 거부하면 관리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채널A 캡쳐)

◇ 학대당해도 결국 집으로 가야 하는 아이들... 칼 빼든 법무부

이러한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민적인 공분이 높아지고 있지만, 문제는 피해아이들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사례 중 재학대로 분류된 경우는 2543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학대를 저지른 가해자를 살펴보면 91.7%가 친부모였으며 계부모와 양부모를 합하면 95.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재학대가 반복되고 있으나 피해 아동 중 69%는 다시 가해했던 부모와 같이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동복지법 4조 3항에 의거,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규정된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학대 정황 발견 시 아동을 즉시 격리 시키는 외국의 법과는 다르며 이 규정이 사실상 피해 아동들을 재학대의 늪에 빠지게 만드는 결과를 만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가정으로 되돌려보내도 사후 관리를 할 만한 인력 부족 및 강제성이 없어 부모가 사후 관리를 거부하면 관리할 방법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운영되는 곳은 68곳에 불과한 상황이며, 한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여러 지역을 관리하다 보니 한계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돼야만 아동학대를 줄일 수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경찰청은 “10일부터 한 달 동안 복지부, 교육부, 지자체로 구성된 합동점검팀이 위기 아동 보호 실태를 집중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합동점검팀은 이 기간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위기 아동으로 분류된 아이와 보호자를 직접 만나 면담하고 주변 이웃과 학교 측과도 상담해 안전 여부를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법무부 또한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법’을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10일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 금지를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돼 있는 친권자의 효력을 규정하는 민법 제915조를 수정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오는 12일 관계 기관 간담회에서 아동 인권 전문가와 청소년 당사자 의견을 수렴한 뒤 교수·변호사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구체적인 개정 시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러한 법 개정에 앞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확충 및 사후 관리를 할 만한 인력의 확충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는 만큼 법무부가 국회로 제출될 법안에 대한 국민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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