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통일보다 평화 강조한 이유
문 대통령, 통일보다 평화 강조한 이유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6.26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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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대북 정서·주변국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
문 대통령, 평화와 공존 강조...체제 경쟁 끝났다

아베의 종전선언 견제, 주변국 견제도 제어 필요
천문학적인 통일비용, 체제 인정하며 경제 발전

6.25 전쟁 70주년을 맞이한 문재인 대통령이 ‘통일’보다 ‘평화’를 강조했다. 북한이 대남 전쟁계획 실행을 보류한 후 나온 메시지이기 때문에 남다른 해석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계속해서 ‘통일’을 강조하고, 한민족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이지만 올해 6.25 전쟁 기념식에서는 ‘평화’ 혹은 ‘종전’을 강조했다. 이는 대북 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악화된 대북 정서를 반영한 발언으로 읽혀진다.<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군전사자 유해 봉송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군전사자 유해 봉송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문재인 대통령이 6.25 전쟁 70주년을 맞이해 서울공항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북한에게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고, 평화와 공존을 위한 상생의 길을 찾자고 밝혔다.

이날 행사는 북한에서 발굴됐다가 미국 하와이를 거쳐 귀환한 국군 용사 유해 147구 봉환식으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통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6.25 전쟁의 실질적 종전, 전쟁 없는 한반도르 위해 북한에 담대한 행동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남북한 체제 경쟁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기 때문에 우리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으니 평화와 공존을 위한 상생의 길부터 함께 찾아가자고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통일 대신 평화·공존

문 대통령은 그동안 계속해서 북한을 향해 ‘통일’과 한민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날 기념식에서는 통일이라는 단어를 자제하는 대신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했다. 또한 남북한 체제 경쟁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우리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통일 대신 평화·공존을 강조한 이유는 국내적 요인으로는 북한에 대한 정서가 많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6월 들어 계속적으로 대남 비방을 이어가면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그야말로 적대적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 국민 역시 북한에 대한 정서가 악화됐다.

통일연구원이 25일 발표한 ‘KINU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54.9%가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16년 첫 조사 때(43.1%)보다 11.8%포인트나 급증한 수치다.

또한 남북통일이 국가에 이익이 된다는 응답은 64.8%, ‘나에게 이익이 된다’는 응답은 31.0%로 박근혜정부 말기인 2016년 55.9%, 29.4%보다 격차가 커졌다. 이는 통일이 나와는 무관한 이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이 조사는 5월20일부터 6월10일까지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표집오차 95% 수준에서 ±3.1%)

조사 결과에서 보듯 우리 국민 정서가 굳이 통일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이 ‘통일’이라는 단어 대신 ‘평화’와 ‘공존’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미디어파사드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미디어파사드 영상을 바라보고 있다.(사진/뉴시스)

◇ 주변국의 견제라는 현실적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주변국의 견제라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당시 종전선언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훼방을 놓아서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처럼 종전선언도 주변국의 견제가 심한데 통일로 나아가는 것은 주변국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미국 네오콘 역시 우리나라와 북한의 통일에 대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로서는 통일을 추진하기보다는 오히려 평화와 공존을 내세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통일’을 내세울 경우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체제를 무너뜨리고 우리 체제로 전환시키겠다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도 탈북민 단체가 대북 전단 살포를 통해 김정은 체제를 무너뜨리는 북한 주민 동요를 일으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계속해서 우리 정부에 비방을 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통일을 내세우기보다는 ‘평화’와 ‘공존’을 내세워 일단 북한을 안심시키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다.

◇ 경제적인 문제도 걸려

또 다른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다. 지금 당장 통일을 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북한이 우리 수준까지 경제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 산출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통일을 강조하기보다 북한의 체제를 인정하면서 ‘개혁’ ‘개방’으로 나아가게 해서 경제발전을 이루는데 도와주면서 평화와 공존을 하느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 정부는 앞으로 북한과 함께 잘 사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대북 정책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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