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보이콧한 미래통합당, 원내 투쟁으로 가닥
상임위 보이콧한 미래통합당, 원내 투쟁으로 가닥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7.0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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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 강제 배정 항의 차원에서 헌재 제소
3차 추경 심사에 참여, 문재인 정부 실정 폭로

축조 심사, 상임위 간사 배정 등 통해 대여 투쟁
공수처 출범, 미래통합당 막강 파워 확인 계기로

더불어민주당의 단독 원구성에 반발하면서 상임위원회 보이콧을 해왔던 미래통합당이 복귀한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야당 의원으로서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복귀의사를 보였다. 상임위 보이콧이 길어지면 질수록 오히려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동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원내 투쟁이 오히려 이득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미래통합당이기에 앞으로 원내 투쟁 전략을 고심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편집자주>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현안 관련 기자 브리핑을 열어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의원으로서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복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래통합당)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현안 관련 기자 브리핑을 열어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의원으로서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복귀 의사를 밝혔다.(사진/미래통합당)

[한국뉴스투데이]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현안 관련 기자 브리핑을 열어 “국민을 대표하는 야당 의원으로서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17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는 것에 반발해 국회 상임위원회 보이콧을 했던 미래통합당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또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회 보이콧은 길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조만간 국회 복귀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도 국회 보이콧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라는 판단을 했다. 오히려 원내 투쟁이 상당한 이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여론 부담

이런 결정이 내려진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적 여론의 부담 때문이다. 현재 국회는 3차 추경안 심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이 국회 상임위를 복귀하지 않으면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3차 추경안 심사를 하게 된다. 자칫하면 미래통합당이 민생을 외면한 정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민적 여론 부담 때문이라도 복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당내에서도 협상파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장제원 의원은 7개 상임위원장 자리라도 받았어야 했다는 목소리까지 냈다. 무조건 보이콧을 한다고 해서 국민적 여론이 미래통합당 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황교안 대표 체제 시절 장외투쟁을 했지만 많은 손해를 보고 실익을 얻지 못했던 경험이 작동한 탓도 있다.

이런 이유로 복귀를 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원내 투쟁을 잘 이용하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충분히 국민에게 알릴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가장 대표적인 행동으로 박병석 국회의장의 상임위원 강제 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이다. 헌재에서 만약 상임위 강제 배정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온다면 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런 식의 원내 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기존과 같이 무조건적인 파업이나 장외투쟁 등의 대여 투쟁을 할 것이 아니라 원내 투쟁을 대여 투쟁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 문재인 정부 실정 알리는 계기 많아

원내 투쟁을 하면 미래통합당에게 실익이 되는 것이 많다. 당장 3차 추경안 심사에 참여할 경우 3차 추경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릴 계기를 얻게 된다.

이미 미래통합당은 3차 추경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상임위 보이콧 등에 가려져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 만약 원내 복귀를 통해 추경안 심사에 참여한다면 3차 추경안의 문제점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은 미래통합당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왜냐하면 공수처 설치 법안에는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에 야당 몫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이 추천을 하지 않는다면 공수처 출범은 사실상 힘들어진다.

그만큼 미래통합당의 힘이 막강해지는 것이고, 더불어민주당과 충분히 협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게 된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은 176석이라는 힘을 갖고 아예 공수처 설치 법안을 개정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미래통합당을 완전히 무시하는 결과이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역시 미래통합당에게 상당한 실익이 된다. 물론 103석이라는 한계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해임건의안을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게 된다.

또한 국정감사 역시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상임위 배정이 끝나야 한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국정감사 준비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부실 감사가 될 수도 있다.

◇ 야당의 꽃 국정감사

야당의 꽃은 국정감사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세상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다 충실한 감사를 하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상임위가 배정돼야 한다. 물론 박병석 의장이 상임위를 배정했지만 미래통합당은 강제 배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재배정하기로 했다.

여기에 상임위 간사를 전문성과 전투력을 고려해 재배정한다면 대여 투쟁의 강도는 더욱 높일 수 있다. 여기에 축조 심사를 통해 대여 투쟁을 이어갈 수 있다. 축조 심사는 법안 조문을 한줄씩 읽으며 세밀하게 검토하는 과정이다.

야당이 할 수 있는 대여 투쟁은 다양하다. 하지만 상임위 보이콧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런 대여 투쟁을 할 수 없게 되고, 국민적 여론 부담만 늘어난다. 미래통합당이 상임위 복귀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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