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펜 vs 공정 기회’ 정규직 전환이 불러온 파장
‘부러진 펜 vs 공정 기회’ 정규직 전환이 불러온 파장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7.0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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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근무자 9785명 전원 정규직 전환 확정
취준생, "취업 위해 스펙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 기회 뺏어" 분노
노조, 반쪽 합의 주장하며 반대 나서... 여당에서도 다른 소리 나와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과열됐다.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이번 발표가 공정성을 잃은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라올 정도로 파장을 낳고 있는 이번 논란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이번 발표가 공정성을 잃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인천국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의 경우 이번 발표가 공정성을 잃은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인천공항 정규직 노조도 반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정치권에서도 여당내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번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차는 커졌다.

◇ 인국공 이야기 : 정규직화 1호... 비정규직 끌어안다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총 9785명의 비정규직 근무자 중 2143명은 공사 직고용, 7642명은 공항 자회사 고용으로 전원 정규직 전환을 확정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공항소방대 211명·야생동물통제 30명·여행보안·검색 1902명 등 생명·안전과 밀접한 3개분야 2143명은 공사 직고용으로, 공항운영 2423명·공항시설, 시스템 3490명·보안경비 1729명 등 7642명은 각각 3개의 전문 자회사가 고용하는 방식이다.

특히 1902명의 보안검색 노동자의 경우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고용되는 방식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경비업법상 직고용이 되면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은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첫 방문을 계기로 이뤄진 것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제로 선언을 위해 정규직 전환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 취준생 이야기 : 부러진 펜, 공정을 외치다

이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발표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반발하고 나서기 시작했다. 반발의 가장 큰 이유는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은 공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취업을 하기 위해 스펙을 쌓고 공부하는 취준생들의 기회와 자리를 뺏는 것”이라면서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이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쉽게' 정규직이 되는 과정이 불공정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분노는 20대에서 특히 잘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9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역차별 우려 중 부작용을 고려해 정규직 전환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한다는 의견은 45.0%로 집계됐으며 특히 20대는 55.9%로 전체 평균 응답보다 많았다.

또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청원글을 올리며 분노하고 있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사무 직렬의 경우 토익 만점에 가까워야 고작 서류를 통과할 수 있는데 비슷한 스펙도 아닌 시험도 없이 그냥 다 전환이 공평한 것인가 의문이 든다”면서 "금방 관두려했는데 이득이다. 현직들 대학+공부 5년 난 그냥 벌었다“는 조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건 평등이 아닌 역차별이고 청년들에게 더 큰 불행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글은 2일 현재 27만2493명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같은 발표에 취준생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또한 창와대 국민청원에도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은 2일 현재 27만2493명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사진은 구본환 사장이 정규직화에 대한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이같은 발표에 취준생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또한 창와대 국민청원에도 청원글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글은 2일 현재 27만2493명의 동의를 받은 상황이다. 사진은 구본환 사장이 정규직화에 대한 발표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 새로운 논란과 정치권의 시각, 해결책은?

이번 논란에 대해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노조도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2일 ‘보안검색요원 직고용이 합의됐다’는 거짓 주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사장 퇴진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앞서 공개된 제3기 노·사·전문가 협의회 합의문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와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대표는 보안검색인력에 대한 직고용 법적 문제 해소를 고려해 자회사로 편제하기로 합의를 했다”며 반쪽 합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같은 논란은 취준생과 노조를 넘어 정치권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미래통합당 하태경 의원은 이번 사태 이후 ‘로또취업방지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한편, 여당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성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은 2일 한 신문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개인적으로는 이번 정책이 담고 있는 대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럼에도 정치권에서 이번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는 태도나, 청년들이 가진 절박함을 소비하는 방식, 공정에 대한 열망을 다루는 방식에 화가 났다”고 지적했다.

현재 취준생을 비롯한 청년들은 과정의 불공정함이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임을 지적하며 정치권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정치권과 정부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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