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방한, 한미워킹그룹의 미래는
비건 방한, 한미워킹그룹의 미래는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7.0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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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협상 원활한 추진 위해 만든 워킹그룹
오히려 대북 교류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어

일부 정치권, 한미워킹그룹 해체 목소리도 나와
새로운 방식의 창의적 대북 교류 사업 필요하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우리나라를 7일 찾으면서 한미워킹그룹의 운명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관계가 껄끄러워진 이유는 한미워킹그룹에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으로 한미워킹그룹 무용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새로운 창의적인 대북 교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편집자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7일 방한하면서 어떤 메세지를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모습.(사진/뉴시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7일 방한하면서 어떤 메세지를 내놓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연세대학교에서 강연을 한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모습.(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한미워킹그룹은 우리나라와 미국이 남북관계의 진전과 대북제재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만든 실무 협의체다.

지난 2018년 10월 28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방한 당시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관련된 한미 간 협의를 체계화·공식화 하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 우리나라에 제안한 공조 협의체이다.

이후 북미 고위급 회담 재추진, 향후 대북 협상 전략,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의 일정 및 세부 논의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 오히려 걸림돌이 된 한미워킹그룹

최근 한미워킹그룹이 남북관계에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평가되고 있다.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을 피해서 대북 교류 사업을 진행하려고 해도 한미워킹그룹으로 제동이 걸렸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통일부 장관에서 내려온 이유도 연락사무소 폭파 때문이 아니라 한미워킹그룹에 따른 대북 교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유도 우리 정부에게 한미워킹그룹을 무시한 채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라는 일종의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당초 북한의 비핵화 추진과 대북 협상의 원활한 전략 구사를 위해 만든 실무 협의체가 남북 교류의 걸림돌이 된 셈이다.

이에 북한에서는 노골적으로 한미워킹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우리 정부 역시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새로운 대북 교류 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거세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라인을 대폭 교체한 이유로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의 국회 인사청문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한미워킹그룹 틀에 안 갇힐 것”이라면서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대북 교류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의 국회 인사청문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한미워킹그룹 틀에 안 갇힐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진/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의 국회 인사청문 준비사무실에 출근하면서 “한미워킹그룹 틀에 안 갇힐 것”이라고 발언했다. (사진/뉴시스)

◇ 이인영의 사견, 하지만 외교안보라인 교체

이 후보자의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개인적인 사견’이라고 일축했지만 이미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교체됐다는 점을 살펴보면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미국 언론에서는 우리 정부가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새로운 대북 터널을 뚫으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건 대표의 방한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상당히 크다. 지난 2018년 10월 비건 방한을 계기로 한미워킹그룹이 탄생했다면 이번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새로운 대북 교류 사업의 추진을 우리 정부가 비건 대표에게 통보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수용할 것인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존 볼턴 전 백악관 보좌관이 사라졌기 때문에 한미워킹그룹을 우회한 새로운 대북 교류 사업에 대해 백악관이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한미워킹그룹이 어떤 식으로든 변화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제기됐고, 비건 대표도 이번 방한에서 한미워킹그룹의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힐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비건의 판문점 메시지는

이와 함께 비건 대표가 방한 중 판문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메시지가 될 것인지는 아직 예측하기 힘들지만 10월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제안이 될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다만 북한이 여전히 미국과 마주앉고 싶지 않다고 밝혔기 때문에 기존의 대북 정책보다 한걸음 나아간 대북 정책을 비건 대표가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한미워킹그룹에 의존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교류 사업에 대해 미국이 용인하겠다는 메시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핵심은 비건 대표가 판문점에서 어떤 식의 메시지를 내놓느냐가 앞으로 대북 대화에 있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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