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반복되는 스포츠 폭력에... 정부, 움직이다
여전히 반복되는 스포츠 폭력에... 정부, 움직이다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7.0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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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선배선수, 팀닥터 등 폭력, 가혹행위 일삼아
최숙현선수, 2월에 진정 넣었지만 축소 조사의혹
논란 커지자 문 대통령 "철저하게 조사하라" 지시

최근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의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경주시청팀 감독과 선배 선수들, 팀닥터까지 최 선수를 괴롭히고 폭행했다는 내용이 알려지며 공분을 사고 있다. 그러나 경주시청 감독 김모씨와 주장 장모씨 등은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숙소에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유족과 지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이에 최 선수의 동료들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은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숙소에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유족과 지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다. 이에 최 선수의 동료들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사진은 당시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故 최숙현 선수 사망 이후 가혹 행위 등이 폭로되며 공분을 사고 있다. 국회에서 열린 긴급 질의에서 감독과 선배 선수는 ”그런적이 없기 때문에 미안하거나 사과할 것이 없다“고 말해 더욱 공분을 사고 있다.

◇ ‘악마를 보았다’ : 도 넘은 가혹행위 진행한 경주시청 팀

지난달 26일 부산의 한 숙소에서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의 최숙현 선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에 유족과 지인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남겼다. 지난 2일 게시된 ‘트라이애슬론 유망주의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청원글에는 ”최 선수는 운동을 좋아했다. 정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 정신을 동경했지만 감독, 선배, 팀닥터는 그렇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참다 못해 고소와 고발을 하자, 잘못을 빌며 용서해달라는 사람이 정작 경찰조사가 시작되니 모르쇠로 일관하며 부정하였습니다.“라고 언급하며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관계자들을 일벌백계 하고 최숙현 선수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이러한 호소에 최 선수의 동료들이 움직였고, 동료 두 명은 용기를 내 지난 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은 김모 감독과 특정 선수만의 왕국이었으며, 폐쇄적이고 은밀하게 상습적인 폭력과 폭언이 당연시돼 있었다”고 폭로하며 "2016년 8월 체중이 늘었다는 이유로 빵 20만원 어치를 사와 최 선수와 새벽까지 먹게 하고 토하도록 반복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선배 선수인 장모씨가 숙소에서 직간접적인 폭력은 물론 사생활까지 감시했다고 밝히면서 "감기 몸살이 걸려 몸이 좋지 않았는데도 훈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선배를 시켜 각목으로 폭행해 피멍 든 부상에도 훈련해야 했다“고 호소했다.

이어 팀닥터인 안모씨의 성추행 사실과 심지어 최 선수를 극한으로 몰고 가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까지 말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고인의 부친은 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딸이 이틀간 숙소 무단이탈을 했다는 이유로 김모 감독이 최 선수의 어머니한테 ”‘지금 내가 보는 앞에서 딸의 뺨을 때리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충격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 ‘사후약방문’ : 2월에 바로잡을 기회 놓친 협회, 넘겨버린 경찰

이같은 일이 발생하자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김모 감독과 장모 선수의 영구제명, 남자 선배에 10년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사태의 중심인물인 팀닥터 안모씨의 징계는 내리지 못했다. 안씨는 애초에 협회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공정위 규정상 징계를 내리지 못한다.

그러나 협회의 이같은 징계에도 늑장대응이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이러한 일을 지난 2월에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최 선수는 지난 2월 6일 경주시청에 폭력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고, 경주시청은 대한철인3종협회로 이 사건에 대한 진정서가 넘어가지만 신속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지난 3월 11일 경주경찰서 담당 형사에서 폭행 사건에 진행 상황 등에 관해 물었지만 직접 고소를 하지 않을 거면 답변을 해 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이번 사건은 벌금 20만~30만원이면 종결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과 협회가 수사내용을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경주경찰서 관계자는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 측 입장을 충분히 수용했고 검찰 지휘를 받아 추가 조사를 벌인 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수사 축소는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 이번 사건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김모 감독과 장모 선수의 영구제명, 남자선배 A씨에 10년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팀닥터 안모씨는 협회소속이 아니라 징계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 이번 사건이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대한철인3종협회는 지난 6일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20년 제4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김모 감독과 장모 선수의 영구제명, 남자선배 A씨에 10년 자격정지를 결정했다. 그러나 팀닥터 안모씨는 협회소속이 아니라 징계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 "안타깝지만 폭행 사실 없다"... 문 대통령 ”조사하라“

이렇듯 사건의 파장이 엄청남에도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회는 6일 오전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 선수가 생전 가해자로 지목하고 고소까지 했던 김모 감독, 주장 장모 씨, 또다른 선수 A씨가 출석했다. 최 선수 부모와 다른 동료 선수들 부모도 참석했다.

김모 감독은 ”감독으로써 관리감독의 미숙은 잘못을 인정하고 그 부분은 잘못했지만 폭행과 폭언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장모 씨 역시 “같이 지내온 시간에 가슴 아프지만 일단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고, A씨는 “폭행 사실이 없다”며 “사죄할 건 없고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한 건 없고 안타까운 마음만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한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제대로 된 상황파악조차 못하는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도종환 위원장이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팀 닥터’ 안모씨의 행방에 대해 묻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이 모른다는 취지로 답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여민1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최근 체육계 폭행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고 강력 비판했다.

이어 "다시는 이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하며 폭 넓은 수사를 진행하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역시 대책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통합당은 일명 ‘최숙현법’도 제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안타까운 희생으로 인해 촉발된 트라이애슬론 사태는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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