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 남긴 것
박원순, 최초의 3선 서울시장이 남긴 것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7.1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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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역사상 최초의 3선 시장 및 최장수 서울시장 재임
16대 총선때 낙천운동 주도하기도... 시민운동가 맹활약
사망 직전 미투 의혹 휩싸여...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될듯

박원순 서울시장이 별세했다. 고인은 인권변호사로 시작해 서울시 최초의 3선 시장이자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며 여러 성과를 보였고 잠재적 대권후보 반열까지 올랐으나 비서 성추행 의혹 등으로 인해 불명예스러운 최후를 맞았다. <편집자 주>

▲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년 6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시민운동의 대부에서 서울시 최초의 3선시장이자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등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년 64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고인은 시민운동의 대부에서 서울시 최초의 3선시장이자 역대 최장수 서울시장으로 재임하는 등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꼽히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년 6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생전 시민운동가로써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인물이었다.

◇ 허망한 3선 시장의 최후... 박원순의 ‘그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0시경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돌연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 7시간 만이었다.

지난 9일 오후 5시 17분, 고인의 딸이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취지로 112에 신고하면서 고인의 실종사실이 알려졌다.

고인은 사망 당일 몸 상태를 이유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출근하지 않은 채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고인의 휴대전화 신호가 성북구 길상사에서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을 바탕으로 소방당국과 함께 오후 5시 30분부터 대규모의 인원과 장비를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경찰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당일 오전 10시 44분께 종로의 시장 공관에서 나와 외출한 것으로 파악됐고, CCTV 확인 결과 10시 53분께 와룡공원에 도착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색견 9마리와 야간 열 감지기가 장착된 드론 6대, 야간 수색용 장비인 서치라이트 등도 동원해 하간 수색에 나섰고, 숙정문 인근에서 고인의 시신을 발견했다.

◇ 시민운동의 대부에서 최초의 3선 서울시장으로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은 1956년 경남 창녕에서 태어나 1975년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지만 운동권 활동으로 인해 투옥되면서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해고 대구에서 검사 생활을 했지만 6개월 만에 그만둔 뒤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시민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등에서 활동한 고인은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총선시민연대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을 맡아 부패 정치인 낙천·낙선운동을 주도하기도 하는 등 시민운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던 2011년,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논란으로 사퇴하자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출마 당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구가하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막판 지지와 후보 단일화로 인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 후 2014년 시장 선거에서는 정몽준 당시 새누리당 후보, 2018년 시장 선거에서는 김문수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를 꺾고 3연임에 성공한 고인은 올해로 10년째 서울시장으로 일해오며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지난 2015년 6월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며 지방정부가 직접 재난에 대응하는 모습은 고인을 대권주자로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고, 최근 코로나19 국면에는 무료 검사, 전국민 고용보험 등을 주장하기도 했다.

고인의 대표 업적으로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설치 및 서울역 고가를 도심 공원으로 바꾼 ‘서울로7017’, 미세먼지 시즌제, 노동자이사제 등이 꼽힌다.

◇ 박원순, 미투 사건이 불러온 불명예스러운 마지막

고인이 사망하기 전날 경찰에는 고인과 관련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추행 사건, 이른바 ‘미투사건’이 접수됐다.

지난 9일 SBS 뉴스에 따르면 고인의 여비서 A씨가 지난 8일 변호사와 함께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했지만 고인이 두려워 더 많은 피해자가 아무도 신고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A씨는 “퇴근 후에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사진과 문자를 보내고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고소인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고인의 사망으로 해당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사건사무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수사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검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됐으며, 서울시청앞에 분향소가 설치될 예정으로 5일간 서울특별시장으로 치러지게 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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