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임질게’ 택시기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적용 가능?
‘내가 책임질게’ 택시기사,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적용 가능?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07.11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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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접촉사고에 택시기사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언급
해당 사실 청원에 65만 동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큰 관심
법조계도 의견분분... 경찰, 퇴사한 해당 택시기사 출국금지 시켜

최근 한 택시기사가 접촉사고를 먼저 처리하라며 구급차를 막아 세웠다. 그 과정에서 구급차에 타고 있던 응급환자 이송이 지연됐고 뒤늦게 병원에 도착한 환자가 지면서 택시기사에게 업무방해죄 외에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 최근 응급환자를 싣고 가던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응급환자를 싣고 가던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에 대한 공분이 커지고 있다. 이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응급환자를 싣고 가던 구급차를 막아 세운 택시기사에 대한 공분이 커져가는 가운데 현재 이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65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 환자 사진까지 찍은 택시기사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응급환자가 있는 구급차를 막아세운 택시 기사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지난달 8일 오후 3시 15분경 어머님의 호흡이 너무 옅고 통증이 심해지셔서 응급실로 가기 위해 사설 응급차를 불러 가던 도중 차선변경을 하다 영업용 택시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차 기사분이 택시기사에게 응급환자가 있어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하자 택시기사가 사건처리를 먼저 하고 가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청원인은 “시간이 지체되자 부인이 구급차에서 내려 나중에 사건을 처리하자는 부탁을 했음에도 택시기사는 ”저 환자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 하며 응급환자 없이 일부러 사이렌 켜고 빨리 가려하느냐며 구급차 뒷문을 열고 사진을 찍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청원인은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구급차를 갈아타고 병원에 왔지만 어머님은 단 5시간 만에 세상을 떠나셨다”며 애통해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택시기사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뜨거운 감자’ 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그때그때 달랐다.

이 사건으로 인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여부는 판사들마다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된다고 판단한 경우는 지난 1월 서울 광진구의 한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숨지게 한 태권도 유단자 대학생들이었다.

해당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살인의 고의는 반드시 살해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결과로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을 인정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받은 사건 가운데 가장 큰 사건은 세월호 참사였다. 당시 선장이었던 이준석 선장의 경우 지난 2015년 11월 12일 대법원에서 진행된 이 씨의 상고심에서 선장으로서 절대 권한에도 대피·퇴선 명령이 없었고 승객이 익사할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먼저 탈출한 것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됐다.

또한 지난 2014년 발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에서 2심 재판부가 주범인 이모 병장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살인죄를 적용했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를 둘러싸고 범죄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을 인식했는지는 사실상 피고인 자신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법원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의와 과실 사이에 있는 것이 미필적 고의라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무 자르듯 재단하기는 매우 애매하고 힘든 부분이 있다"고 적용의 어려움을 표한 적도 있다.

▲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인의 아들이 쓴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택시기사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해당 청원은 65만명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인의 아들이 쓴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에서는 택시기사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며 해당 청원은 65만명을 넘어섰다. (사진/뉴시스)

◇ 법조계도 의견분분... 경찰, 어떤 판단?

택시기사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 여부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 적용 여부의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택시기사가 구급차 안 여성 환자의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로서의 살인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위험이 있음을 예견·용인하면 족하고 그 주관적 예견 등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더라도' 인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죽으면 책임진다’라는 발언을 두고 오히려 사망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음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는 법조계 인사도 있다.

한문철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이번 사건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죽으면 책임진다'고 말하고, '급한 환자'라고 해도 못 가게 하는 등 상황을 고려하면 적용할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현재 택시기사는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고, 경찰은 해당 택시기사를 출국금지하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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