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행 피해자 진술 정확치 않아도 유죄"
대법 "성폭행 피해자 진술 정확치 않아도 유죄"
  • 이은석 기자
  • 승인 2020.07.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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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부 진술이 구체적, 일관성 없어도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 지적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 선고, 2심 재판부는 "일관성 없다" 무죄 선고해

[한국뉴스투데이] 성폭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에 오류가 있어도 범죄의 본질적 내용이 아니라면 함부로 무죄를 단정해서는 안된다는 대법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 및 감금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이 성폭행 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며 “일부 진술이 구체적이거나 일관되지 않다고 A씨의 폭행이 B씨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섣불리 단정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7월 소개팅 앱을 통해 만난 여성을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미 두 차례 만남을 가졌던 A씨는 B씨와 함께 바다로 이동하던 도중 상대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며 남자관계를 의심하는 등 욕설을 했다.

B씨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차를 운전해 이튿날 새벽 모텔에 도착한 A씨는 B씨를 수차례 성폭행했고 모텔을 빠져나와 점심을 함께 먹은 B씨는 A씨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식당으로 다시 들어가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B씨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B씨가 모텔 화장실이 잠기지 않는 유리문이라고 진술했지만, 실제로는 잠금장치가 있는 나무문이었던 것과, 성폭행 당시 자신이 옷을 입고 있었는지에 대한 진술을 번복한 점, B씨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행사해 피해자를 간음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은석 기자 lko976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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