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보릿고개’에 대기업 유동성 확보 총력 ③ 여행업
‘코로나 보릿고개’에 대기업 유동성 확보 총력 ③ 여행업
  • 차지은 기자
  • 승인 2020.07.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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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 인수합병 놓고 깊어지는 갈등
아시아나항공-HDC현대산업개발 인수합병 어디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 19)이 장기화되며 휘청거리는 재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직격타를 맞은 산업은 휴직 신청, 임금 자진 반납 등으로도 탈출구를 찾지 못해 자산매각으로 유동성 확보에 초강수를 두는 중이다. 올 1월~4월까지 국내 대기업 약 20여 곳이 보유지분과 부동산 등 자산을 잇달아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산업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인수합병(M&A) 선결 조건 이행 시한이 이 날로 다가왔다. (사진제공/뉴시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에 통보한 인수합병(M&A) 선결 조건 이행 시한이 이 날로 다가왔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로 인해 여행업계는 업종 전반이 흔들릴 정도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난항 계속되는 이스타 항공

국내 저 가항공사 업계 첫 합병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며 인수합병의 불발에 무게가 점쳐진다. 사상 최악의 유동성 위기를 맞은 이스타항공은 당초 제주항공 품으로 원만히 들어가는 듯했지만, 경영 개입 및 해고 논란을 맞으며 파국을 맞았다. 지난 1일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에 ‘열흘 내로 미지급금 해소를 포함한 선결 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인수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이날이 데드라인이지만 현재까지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약 260억 원의 직원 체불임금을 비롯해 조업료, 유류비, 공항시설 이용료 등 총 1700억 원가량을 연체했다. 현금 유동성이 위기를 겪은 이스타 항공으로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일찌감치 창업주이자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는 보유하던 이스타항공 지분을 회사에 무상 헌납한 상태이다. 여기에 당초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정부의 긴급지원 대상에서도 배제돼, 제주항공으로서는 당장 현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미지급금 금액을 시한 내에 해결하기 위해 리스료와 유류비 등의 미지급금을 놓고 관련 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반납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항공 역시 이번 인수합병과 별도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말 제주항공의 보유 현금은 991억 원이지만 2분기 영업손실을 1009억 원 추정하고 있어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상황. 현재 제주항공은 코로나 19로 인한 이용객 감소 등 경영난 해결을 위해 1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시간 끄는 HDC, 이유는?

아시아나 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합병 역시 난기류다. 지난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은 지난 2일 러시아의 해외기업결합심사가 완료돼 열흘 뒤인 12일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HDC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해외기업결합심사를 모두 마쳐 공식적인 M&A 절차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정몽규 HDC 회장이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HDC가 시간을 끄는 사이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물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HDC를 설득해왔다. 산은은 그동안 시한을 연장해온 유일한 명분인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된 만큼 HDC 측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몽규 HDC 회장은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인수가 성사될 경우 원하는 조건을 손에 쥘 수 있는 카드를 얻었다. 당시의 만남도 이 회장이 여러 차례 직접 대화하자고 공개적으로 촉구하며 이뤄졌다.

하지만 HDC는 지난달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가 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이 명백히 발생했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서 매각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하나투어, 자회사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해지던 지난 3월, 일찌감치 자회사 SM면세점의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하나티앤미디어, 하나투어유스와 남강여행사, 하나샵 등 자회사 매각과 함께 하나투어투자운용, 여행자보험 판매사 월드샵을 청산했다. 최근에는 자회사 투어팁스의 자유여행 플랫폼 '모하지' 서비스를 오는 중단했고, 일부 해외법인 정리 작업에도 착수했다. 일각에서는 하나투어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호텔 매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하나투어가 이같이 나선 것은 코로나 19 여파로 고객 수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2분기 역시 매출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3% 줄어든 1천108억 원, 영업손실은 27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여기에 증권가에선 2분기에도 200억 원가량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관측했다.

실제로 하나투어는 최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서 영업 중인 SM면세점을 계약 기간이 끝나는 8월 이후 면세사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을 선언했다. 여기에 호텔사업까지 손을 떼며 내실 챙기기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나투어는 첫 호텔인 인사동 센터마크호텔에 이어 이듬해 티마크호텔 명동, 2016년에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을 차례차례 열었다. 지난해엔 임차 운영해 온 티마크호텔 명동의 건물과 대지 등을 892억 원에 과감하게 인수했다.

여기에 일본 삿포로와 도쿄, 중국 라오스, 이탈리아 등에서 총 9개 호텔을 운영하고 있지만 기대와는 달리 자본금 200억 원을 들여 설립한 호텔 사업 관련 마크호텔은 영업적자로 이어지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

차지은 기자 jijijibe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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