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건조기가 불러온 ‘꼼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건조기가 불러온 ‘꼼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7.17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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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그랑데AI‧LG전자 스팀 씽규 출시
양사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앞세워서 광고
건조기 등급 표시는 올 3월부터 전격 시행
출시 맞춘 국내유일, 불리한 점 작게 표시

올해 출시된 삼성전자와 LG전자 건조기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과 관련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양사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했지만 실상 각 건조기의 핵심 기능을 사용하면 에너지소비효율이 2~3등급으로 하락하면서 과장 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논란은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선정 기준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확대됐다. 가전제품의 에너지절약형 제품 보급 확대를 위해 마련된 에너지소비효율 등급 제도를 이용한 두 회사의 꼼수를 알아봤다.<편집자주>

(좌)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AI' (우)LG전자 트롬건조기 '스팀 씽규'
(좌)삼성전자 건조기 '그랑데AI' (우)LG전자 트롬건조기 '스팀 씽규'

[한국뉴스투데이] 에너지소비효율이란 전력량 대비 효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1등급에 가까운 제품일수록 연간 전기요금이 저렴해져 1등급은 5등급 대비 약 30~40%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

‘국내 유일’ ‘유일한 국내산’ 1등급 강조한 광고

올 초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새롭게 기능성 건조기를 출시하면서 ‘최초’ 등의 수식어와 함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실상은 달라 논란이 됐다.

먼저 삼성전자는 올 3월 ‘그랑데AI’를 출시하고 ‘국내 유일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건조기’를 앞세웠다. 또 ‘옷감손상 걱정없는 마법의 60도’, ‘스팀이 필요없는 에어살균’ 등을 강조해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건조기가 필수 가전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해당 광고로 ‘그랑데AI’는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 본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표준코스로 설정해 건조기를 돌렸는데 빨래가 다 안 마른다”, “건조시간이 두 배 걸린다” 등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에 삼성전자는 홈페이지에서 그랑데AI 표준건조 기능이 약할 시 건조 정도를 3으로 설정 후 동작시키고 건조가 종료됐을 때 건조를 한 번 더 진행하거나 AI맞춤건조코스로 돌리고 건조 정도 버튼을 눌러 4로 변경 후 동작하라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역시 문제가 지적됐다. AI맞춤건조코스를 사용할 경우 히터가 사용되면서 건조는 잘되지만 전기소모가 많아져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2등급 이하로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마련된 라이프스타일 쇼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PRISM)’에서 소비자 개개인의 사용 습관에 맞춰 세탁과 건조를 해주는 인공지능 세탁기·건조기 ‘삼성 그랑데 AI’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부사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마련된 라이프스타일 쇼룸 ‘#프로젝트 프리즘(#ProjectPRISM)’에서 소비자 개개인의 사용 습관에 맞춰 세탁과 건조를 해주는 인공지능 세탁기·건조기 ‘삼성 그랑데 AI’를 소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LG전자 역시 6월 ‘트롬 건조기 스팀 씽규’를 출시하고 스팀 기능을 강조하는 동시에 1등급 에너지소비효율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국내에서 판매되는 1등급 건조기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산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스팀 기능을 사용하면 ‘인플루엔자, 아데노 바이러스 등 99.99% 살균’, ‘구김 완화’, ‘99% 냄새 제거’ 등을 핵심 기능이라 광고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이 건조기를 광고처럼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사용하려면 살균, 구김, 냄새 제거 등이 되는 스팀 기능을 모두 사용하지 않고 표준코스로만 사용해야 된다. 광고대로 모든 효과를 누리려면 스팀건조 기능을 써야 하고 그럴 경우 에너지소비효율은 2~3등급으로 떨어진다.

건조기 에너지소비 효율 등급은 올 3월 도입

즉, 삼성전자의 ‘AI 기능’이나 LG전자의 ‘스팀 기능’을 사용할 경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각 건조기는 어떻게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으로 선정됐을까.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제도는 에너지절약형 제품의 보급 확대를 위해 국내 제조업자와 국내 수입업자(수입제품)에게 효율등급라벨 등의 표시와 제품신고, 최저소비효율기준 적용이라는 3가지를 의무하고 있다.

멀티히트펌프시스템, 냉난방기, 세탁기, 의류건조기, 공기청정기, 가스온수기, 제습기, TV, 냉온수기, 냉장고, 김치냉장고 상업용냉장고, 가스보일러, 전기밥솥, 진공청소기(유선) 등 각 제품은 에너지소비효율 또는 사용량 등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한다.

여기에 제조사마다 다른 기술력과 기능 등으로 만들어진 각각 제품의 공통된 기준을 통해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이 선정된다.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관리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은 “국내 제품과 수입 제품 등 많은 제품을 놓고 등급을 매길 때 각 제품의 공통의 기준을 찾는 논의를 항상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가 편리한 스팀기능과 1등급 에너지효율을 갖춘 16kg 용량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1등급 건조기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산을 강조했다.(사진/뉴시스)
LG전자가 편리한 스팀기능과 1등급 에너지효율을 갖춘 16kg 용량 '트롬 건조기 스팀 씽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에서 판매되는 1등급 건조기 가운데 유일하게 국내산을 강조했다.(사진/뉴시스)

즉 각 가전제품의 경우 여러 제조사 제품의 공통된 기능이자 가장 기본이 되는 기능을 기준으로 에너지소비효율이 정해지는 셈이다. 그 외에 추가 기능을 사용할 때 에너지소비효율은 달라질 수도 있게 된다.

이에 제조사들은 아무리 고성능의 제품을 개발하더라고 기준에 맞는 기본 기능을 무조건 탑재해 에너비소비효율 등급을 높게 받아내는 꼼수를 쓰게 된다.

이런 제조사들의 꼼수는 이번 건조기 논란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건조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사용한지가 얼마되지 않아 올 3월 1일 처음으로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가 적용됐다. 이전 제품에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라벨은 붙어있지 않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그랑데AI’를 에너지소비효율등급제도 개정 확대와 맞춰 출시하면서 국내 유일의 1등급 건조기가 된 셈이다.

또 LG전자와 삼성전자 모두 에너비소비효율 1등급만 강조해 전기세를 절약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했지만 실상 각 건조기의 핵심 기능인 스팀 기능이나 AI을 사용할 시 전기세가 늘어난다는 점은 최대한 숨겼다.

삼성전자는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과 관련해 따로 명시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고 LG전자는 홈페이지에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은 건조기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규격기준에 따라 국제규격시험부하(IEC)로 표준코스(+자동모드+표준조건)에서만 시험한 결과”라며 건조 코스/모드 및 사용조건에 따라 결과가 상이할 수 있다“고 아주 작은 글씨로 명시해놨다.

결국 제조사들이 내세우지 않는 불편한 진실은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셈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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