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가수를 기리는 거리 여행
오직 한 가수를 기리는 거리 여행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7.19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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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대중음악인을 위한 길,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안타깝게 떠난 ‘마왕’을 영원히 기리는 길, 성남 신해철 거리

[한국뉴스투데이] 한국에는 한 가수를 기리는 두 길이 있다. 성남에 자리한 신해철 거리와 대구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다. 한국 대중 음악의 큰 획을 그은 두 가수의 길을 따라가봤다.

◊조용하고 따뜻한 위로,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대구 김광석 그리기길(사진제공/뉴시스)
대구 김광석 그리기길(사진제공/뉴시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은 대구 방천시장의 문정성시 프로젝트를 통해 슬럼화 된 공간을 밝게 꾸미는 프로그램 중에 계획된 길이다. 가수 김광석이 대구 대봉동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에 기초해 만들어졌다. 김광석이 지난 1993년과 1995년에 각각 발표한 음반 <다시부르기>에서 착안했다.

지난 2010년 90m구간을 첫 오픈한 뒤 이후 작품의 수를 늘려 현재는 수성교 인근 350m구간으로 조성됐으며 지난 2014년 가을 전면 재단장을 했다. 현재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은 주말 평균 5,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전국에서 몰려오는 대구 대표 관광지이다.

창작의 거리를 모티브로 한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은 이 거리에서 김광석보다 훨씬 더 뛰어난 예술가가 만들어지고 이 거리에서 알려지길 기원한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때문에 주말이면 버스킹을 하러 나온 다양한 뮤지션들의 무료 공연장이 열리기도 한다.

대중음악인의 이름을 딴 전국 최초의 거리로 오랜 시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닌 특정한 구간을 예술작품으로 만든 장소이다. 곳곳에는 가수 김광석의 생전 초상화가 그려져있고 거리에는 김광석이 음악 작품을 하던 모습을 동상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는 다채롭게 마련된 이색 체험 공간으로 김광석이 남긴 노래, 유품, 콘서트 영상 등으로 그를 추억하고 추모하며 다시 만나는 공간이다. 공연자료, 자필 악보,일기, 메모, LP음반, 미공개 사진부터 지난 2016년 김광석의 52번째 생일을 기념해 52대 한정판으로 제작된 명품 ‘마틴 기타’까지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해 김광석을 재해석한 작업들을 만날 수도 있다. 그의 노래처럼 소박하지만 마음 깊은 곳을 위로하는 울림이 있는 장소다.

◊가수 신해철을 기리는, ‘성남 신해철 거리’

대구 김광석 그리기길(사진제공/뉴시스)
성남 신해철 거리(사진제공/뉴시스)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에 자리한 신해철 거리는 젊은 나이에 의료 사고로 사망한 뮤지션 신해철을 기리기 위한 골목으로 지난 2018년 160m 구간에 조성됐다. 성남시를 비롯해 유족과 고인의 소속사, 팬, 음악 관계자 등이 함께 모여 협의해 일궈낸 곳이다. 가수 신해철의 출생지는 서울이지만, 유족이 거주하는 도시이자 그의 작업실이 있던 수내동 거리 주변에 조성됐다. 성남시는 조성 계획 당시,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답사하며 모티브를 얻기도 했다.

가수 신해철의 예명 크롬(Crom)과 그룹명 NEXT의 첫 글자 N을 형상화한 게이트에는 <인형의 기사>, <일상으로의 초대> 등 유명한 그의 곡명이 적혀져 있다. 작업실 ‘신해철 Studio’에서는 그의 자취가 남아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생전 그가 작업하던 작업실을 비롯해 앨범, 철학서와 판타지, 소설 등 많은 책이 보관된 서재, 공연 의상이나 소장품, 사진이나 편지가 전시된 유품관, 다녀간 팬들이 남긴 추모 공간 등으로 나뉘어 있다.

작업실에서는 LP판으로 그의 노래를 듣거나 신해철이 10년 넘게 진행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 스테이션>을 청취할 수도 있다. 또 음악 작업실에서는 녹음 장비, 녹음 마스터링 테이프 등을 들을 수 있어 그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는 팬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

추모 마당 공간에 그의 동상은 다리를 꼰 채 벤치에 앉아 마이크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가수 신해철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동상 뒤에는 그의 약력과 사진, 생전 남긴 말 등이 꾸며져 있다. 또한 거리 곳곳의 가로수 아래에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 때>, <민물장어의 꿈> 등 그의 명곡과 가사가 인용돼있어 마치 소리 없는 콘서트에 온 듯하다.

신해철 거리에는 한영애, 조용필, 이은미, 인순이 등 원로 가수와 서태지, 윤종신, 지누션의 션, 걸그룹 AOA, 유재석, 이외수 등 유명인이 고인을 기억하는 기록들이 자리했다. 신해철 거리의 끝에는 그가 생전 아버지에게, 아이들에게, 팬들에게 남긴 명언들이 새겨져 있다. 음악은 물론, 사회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소신을 밝히던 신해철의 삶의 자취를 되돌아볼 수 있다. 신해철 거리에서는 거리 공연이나 작은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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