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정강정책에 5.18정신 담았지만 갈길 구만리
미래통합당, 정강정책에 5.18정신 담았지만 갈길 구만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7.24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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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검증장 된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주체사상 신봉하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들

산업화 가치 위해 민주화 가치 실현 하려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수구 냉전 이미지

미래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넣으면서 산업화의 가치에서 민주화의 가치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 23일 실시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사상검증장이 됐다. 민주화의 가치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줬다. 정강정책에 민주화의 가치를 명문화한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실천과 인식의 문제라는 것이 고스란히 드러났다.<편집자주>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7월 임시국회 개원을 맞아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됐다.(사진/미래통합당)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7월 임시국회 개원을 맞아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됐다.(사진/미래통합당)

[한국뉴스투데이] 미래통합당이 새 정강정책으로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명시했다. 그동안 산업화를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지만 본격적으로 민주화 가치를 중시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정강정책에는 2·28 대구민주화운동, 3·8 대전민주의거, 3·15 의거, 4·19 혁명뿐 아니라 박정희 정부의 유신에 반대한 부마항쟁,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한 5·18 민주화운동, 6·10 항쟁까지 열거했다. 사실상 민주화의 가치를 존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반만년의 역사와 빛나는 전통을 자랑하는’이라는 표현을 넣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이어받는다고 명시하면서 기존 역사관과 다른 새로운 역사관을 제시했다.

산업화의 가치에서 민주화의 가치로

미래통합당은 4.15 총선 참패 이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미래통합당이 추구하는 가치가 낡은 가치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추구해서 정권탈환을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래서 나온 것이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정강정책에 넣는 것이다.

기존의 산업화 가치는 가치대로 존중하면서 민주화 가치도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구상이다.

이런 이유로 정강정책을 들여다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왼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었다. 그 의구심은 과연 미래통합당이 민주화 가치를 실천할 의지와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 의구심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지난 23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미래통합당은 전대협 의장 출신인 이 후보자에 대한 ‘사상검증’을 했다. 미래통합당은 이 후보자의 학생운동 당시를 집중 거론했다.

이 후보자는 “검증 받는 것에 대해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전향 의사를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미래통합당은 전대협 시절 ‘주체사상’을 신봉했느냐 아니냐, 또 이승만 정권을 괴뢰정권으로 표현한 적이 있느냐를 두고 집요하게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자신은 주체사상을 한번도 신봉한 일이 없다면서 사상검증은 필요하지만 사상전향 강요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전대협 시절 주체사상을 신봉했느냐며 사상검증에 관한 질문을 해 물의를 빚었다.(사진/뉴시스)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이 23일 열린 이인영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전대협 시절 주체사상을 신봉했느냐며 사상검증에 관한 질문을 해 물의를 빚었다.(사진/뉴시스)

민주화운동의 꼬리표 ‘주체사상’

민주화운동의 꼬리표는 항상 주체사상으로 귀결됐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민주화운동 세력을 ‘주사파’로 낙인을 찍었고,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사람들로 규정했다. 1994년 박홍 서강대 당시 총장은 학생운동에 주사파가 있다면서 김일성 김정일 장학생들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안기부는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들어갔고, 학생운동이 침체기로 접어들게 됐다.

그렇게 학생운동=주사파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그렇게 전대협 역시 주사파로 낙인이 찍히게 됐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전대협=주사파의 인식은 많이 사라지게 됐다.

그런데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다시 전대협과 주사파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이 후보자를 김일성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주사파로 규정하고 사상전향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는 결국 5.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6.10 민주화운동을 정강정책에 넣은 미래통합당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산업화 가치 위에 민주화의 가치를 얹어 새로운 미래가치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이 바뀌어야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화의 가치 위해 민주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거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도 그러했듯이 21대 국회에서도 여전히 냉전시대의 이념전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미래통합당의 현실이다.

이는 정강정책에 민주화의 가치를 넣는다고 해도 앞으로 계속해서 이념 전쟁은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대 국회에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 움직임이 보였듯이 21대 국회에서도 계속해서 민주화 가치를 훼손하는 그런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반헌법적인 모습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사상검증까지는 용인하겠지만 사상전향을 강요하는 것은 헌법에서도 규정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역사논쟁 역시 아직까지 미래통합당이 과거 회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미래통합당이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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