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 노동자의 죽음
LG전자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 노동자의 죽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8.19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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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반차를 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이텔레서비스의 임모씨의 유가족들은 19일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임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유가족 제공)
지난 3월 반차를 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하이텔레서비스의 임모씨의 유가족들은 19일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임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유가족 제공)

[한국뉴스투데이] LG전자의 자회사 하이텔레서비스의 엔지니어로 일하던 노동자가 업무상 스트레스와 노조 가입 이후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하다 반차를 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유가족들은 사측에 진상규명과 함께 산재 신청 협조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사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차내고 생을 마감한 엔지니어

지난 3월 18일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던 임모씨가 반차를 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임씨에게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앞서 임씨는 2011년에 하이텔레서비스 출장수리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후 2018년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임씨의 업무는 출장직에서 상담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임씨는 고객의 상담요청에 대응하는 상담직에 어려움을 겪었고 소속이 바뀌면서 업무 환경도 고립됐다. 이에 임씨는 원래 직무인 엔지니어로 업무 전환을 요청했지만 번번히 묵살됐다.

특히 임씨가 지난해 3월과 4월 회사 노조와 금속노조에 차례로 가입하고 나서부터 관리자들의 압박이 시작됐다.

노조 활동을 활발히 하기 시작하자 모 팀장이 갑작스레 임씨와의 면담을 진행해 “연세도 있으신데 아무말 말고 조용히 살라”고 말하는 등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

특히 임씨가 사망하기 이틀전에는 모 파트장과의 갈등도 있었다. 당시 통화에서 파트장은 치과 치료 중이라는 임씨의 발음 문제를 계속 지적하면서 임씨의 모든 업무를 중단시키고 상담녹취를 모두 들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유가족들, 사과와 진상규명 촉구

이에 유가족들은 19일 LG전자 하이텔레서비스 본사 앞에서 임씨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가족들은 이 자리에서 “자연스런 죽음이 아닌 생목숨을 끊은 사람이 있으면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회사는 그 원을 풀어주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고인의 사망에 대해 진상을 밝혀줄 것을 회사 측에 요청했지만 단 한차례 실무자의 형식적 면담 이후 일체의 협조를 거부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임씨 죽음 이후 유가족과 노조 측은 회사에 여러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회사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유가족들은 임씨의 사망과 관련해 직원 면담조사와 자료제공 등 진상규명을 위한 조사를 벌일 것과 고인의 사망에 대해 책임을 인정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이텔레서비스 업무 환경 개선될까

하이텔레서비스의 업무 환경에 대해서는 임씨의 유가족 외에도 여러 직원이 문제를 삼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말 하이텔레서비스의 한 상담원이 파트장의 욕설과 폭언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해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파트장은 상담원에게 “나 참 환장하겠네 XX...XX”, “한 달 된 애보다 더 못하고 있어 몇 년 차인지 얘기하기도 부끄러워 X지겠네”, “월급 주기가 아깝다”, “자식에게도 무시당할 거다”, “그만둘 때까지 괴롭히겠다” 등의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

이와 관련해 해당 파트장은 면직 처리됐고 상담원은 약 일주일간의 휴가를 받은 뒤 업무에 복귀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이어 올 초에 한 상담원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공황장애 등 정신과 치료를 받아 산재를 신청했다. 하이텔레서비스 측이 산재 신청을 인정하지 않은 채 현재 근로복지공단 산재 심사가 진행 중이다.

임씨의 유가족들도 지난 12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현장에 만연한 노동자에 대한 압박과 업무상 스트레스 유발 요인 제거 등 재발 방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이텔레서비스 측은 "고인의 사망에 관한 진상규명 요청에 협조를 거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회사에 직무 전환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직장 내 괴롭힘 서면 조사 실시 결과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조가입을 이유로 압박을 가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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