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임통치, 그는 왜 김여정에게 권력 넘겨줬나
김정은 위임통치, 그는 왜 김여정에게 권력 넘겨줬나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08.21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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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제기되는 건강이상설, 실제로는
김여정에게 대외 담당 등 권한 위임
권력 위임 아니야...분할통치는 아냐
스트레스 경감 때문이라고 하지만
대남·대미 강경 노선 당분간 걸을 듯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유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표현했다. 김정은 체제가 만들어졌지만 통치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에 권한을 위임함으로써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편집자 주>

▲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건강이상설이 다시 불거졌다. (사진/뉴시스)
▲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에게 권한을 나눠주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며 건강이상설이 다시 불거졌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올 초부터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대신해 전면에 나섰다.

김여정 제1부부장의 지시로 개성공단에 위치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이뤄졌고 대남 비방 역시 김여정 제1부부장의 이름으로 나가는 등 김여정 제1부부장이 수면 위로 부상한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공식석상에서 비쳐지는 횟수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공포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의 두려움이 많이 퍼져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위임통치에 나선 김정은

하지만 국가정보원은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원 보고를 받은 후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위임통치를 했다고 전했다.

위임통치는 북한의 말이 아닌 국정원이 붙인 용어이다. 통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있지만 권한은 측근들에게 나눠줬다는 의미다. 또한 위임통치는 ‘후계자 통치’가 아니고, 김 위원장이 절대권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임을 했지만 모든 권력은 김 위원장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분할 통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분할통치가 아닌 위임통치를 통해 김여정 제1부부장은 사실상 2인자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다. 김여정 부부장은 대외·대비 전략 등의 권한을 이양받았다. 경제분야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에게, 군사분야는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장,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에게 권한을 이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 김여정 부부장이 가장 많은 권한을 위임 받으면서 명실상부한 2인자로 부각됐다. 실제로 상반기 북한에서 나오는 메시지 상당수는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이 걸린 것이 많았다. 그만큼 김여정 부부장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록 후계자 통치는 아니라고 국정원은 분석하고 있지만 사실상 후계자 통치가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지만

절대권력이었던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통치에 나선 것에 대해 의아스러운 것이 많다. 국정원은 스트레스 경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9년 동안 통치를 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졌다는 이유를 들었다.

아울러 정책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모든 정책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 써왔기 때문에 책임 회피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베트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노딜로 끝난 것이다. 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정치적 타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19일 김 위원장은 자신의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올해까지 달성하기로 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김 위원장이 짊어져야 할 짐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 경감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아무리 권력이 아닌 권한을 위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절대권력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다른 이유 때문에 권한을 위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보고가 나오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러운 위임통치에 나선 것에 의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는 국정원의 보고가 나오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갑작스러운 위임통치에 나선 것에 의아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고 시 대비?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선을 그었다. 건강 이상 때문에 위임통치를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위임통치 이유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점은 건강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기 충분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통치자에 비해 과다 체중이라는 점 때문에 건강 이상설은 끊임없이 나왔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당시에도 몇 걸음 떼는 것도 힘에 겨워 가쁜 숨을 내쉬었다는 점을 살펴보면 건강 이상 때문에 위임통치를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 충분하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의 유고 시 비상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위임통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 건강에 이상이 없다고 해도 만약을 대비하자는 것이다.

다만 김여정 부부장이 대외 담당을 맡으면서 당분간 남북관계나 북미관계가 쉽게 개선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보다 김여정 부부장이 더 강성 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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