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서 반복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태안화력발전소서 반복된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9.1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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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화력발전소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결국 사망
사고를 개인 책임으로 전가한 원청의 안일한 의식
김용균법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복잡한 고용구조
기업에 책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될까

2년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시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고 김용균씨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이 개정되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번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반복된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외주화를 막기 위한 해당 개정안과 그동안 안전을 외쳐온 모든 이의 노력은 허사였다. 안타까운 이번 사망사고를 계기로 노동계가 주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편집자주> 

2년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이 개정되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사진은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故 김용균 씨 1주기인 지난해 12월 10일 김용균 추모제 모습.(사진/뉴시스)
2년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김용균씨 사망 이후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이 개정되는 등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왔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사진은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숨진 故 김용균 씨 1주기인 지난해 12월 10일 김용균 추모제 모습.(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사망한 이씨는 특수고용 노동자로 근로계약서도 없이 일했고 한국서부발전은 반드시 책정해야할 사업안전보건관리비를 아예 책정하지 않아 안전에 대한 준비가 여전히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태안발전본부는 이씨의 사망 직후 사고 책임을 사망 노동자에 전가하면서 논란이 됐다.

◇ 노동자 이씨의 허망한 죽음

지난 10일 오전 오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노동자 이모씨(65)씨가 사망했다. 이씨는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인 신흥기공과 계약을 맺은 특수고용노동자다.

이씨는 태안화력발전소 제1부두 석탄 하역기용 컨베이어 스크류 5개를 외부 정비업체로 운반하는 작업을 맡았다.

이씨는 이날 2톤 무게의 스크류 장비를 2단으로 화물차에 실은 뒤 끈으로 조이는 과정에서 스크류 장비 1개가 이씨의 4.5톤 화물차 밖으로 떨어지면서 하부에서 작업하던 이씨의 허벅지를 덮쳤다.

이씨는 바로 태안의료원으로 이송됐고 태안의료원 이송 당시에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이후 단국대 병원으로 닥터헬기 이송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씨의 죽음에는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먼저 해당 설비는 둥근 원형 모양으로 이를 이중으로 적재하는 과정에서 화물이 고정되기 전까지 크레인으로 화물을 잡는 안전 작업을 해야 하지만 이런 조치없이 작업이 이뤄졌다. 이에 원형의 장비를 이중으로 적재하는 과정에서 굴러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

또 이씨는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현장에 투입됐고 화물 운반 작업을 맡았지만 화물 적재시 안전한 작업을 위해 수신호를 보내는 신호수의 역할까지 맡았다. 태안화력발전소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책정해 신호수를 별도 채용해야 했지만 채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애초에 책정도 하지 않았다고 알려져 문제를 키웠다.

특히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는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에서 정비 업무를 맡은 신흥기공, 지게차 운전은 한국서부발전 내 상주 하청업체 노동자, 그리고 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복잡한 고용구조가 여전했다.

아울러 한국서부발전은 사고 이후 설명자료를 통해 트럭 운전자 본인이 혼자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안전보건공단 가이드상 운전원 업무에 상·하차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사고에 대한 책임이 이씨 본인에게 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 반복된 노동자의 죽음 앞에 분노

고 김용균씨의 사망 이후 바뀐게 없는 현장과 반복된 노동자의 죽음은 많은 이의 질타를 받았다. 정치권과 노조 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행 중인 김용균법의 보완과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에 대한 점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태안화력발전소 측이 작성한 ‘안전사고 즉보’ 문건에서 사고의 책임을 작업자 본인으로 기입한 부분 등 회사 측의 안일한 인식을 짚어볼 것과 태안화력의 하청업체가 계약서상 스크류 운송 작업만을 계약해 운영했을 경우 추가 결박 및 중량물 적재 작업이 계약 위반 및 부당 업무 지시임을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김용균씨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같은 사업장에서 안전 관련 사고가 재발하는 것이 김용균법의 한계이자 우리 사회 안전 불감증이 여전히 한 발도 나아지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며 정의당이 20대 국회부터 줄기차게 제안해 온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사망사고가 복잡한 고용구조가 불러온 참극임을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2015년부터 김용균 노동자가 목숨을 잃은 후인 2019년 8월까지 전체 산재 노동자 271명 중 98%인 265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김용균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죽음은 계속되고 있는 것.

또 공공운수노조는 문재인 정부가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한 김용균 특조위의 권고안의 권고를 원청들이 받아들여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균 특조위는 높은 재해율을 보이는 발전소의 경우 의사와 응급구조사 등의 응급의료 체계를 갖추라고 권고했다.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276페이지)에는 ‘상주 노동자 1000명 이상의 발전소에 부속의원 설치와 직업환경의학전문의를 배치하고 발전사 및 협력사의 산업보건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공공운수노조는 원청이 권고안을 따랐다면 이번 사고의 결과를 달랐을 것이라 지적했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김용균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다단계식 고용구조와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미이행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사진/뉴시스)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위한 김용균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는 다단계식 고용구조와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미이행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사진/뉴시스)

금화PSC지부, 남부발전운영관리지부, 발전HPS지부, 서부발전운영관리지부, 수산인더스트리지부, 일진파워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 한국발전산업노조 한전산업개발발전본부 등 발전비정규직 노조 역시 발전소 내에서의 안전 책임은 원청에 있다며 정부가 앞다퉈낸 방안과 지침, 평가, 서부발전의 안전기본계획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가 여전히 있기 때문에 산재사망은 되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조위 권고안의 미이행을 나몰라라한 정부와 여당에게도 이번 산재사망의 책임이 있다면서 특조위 권고안 이행점검과 함께 원청을 처벌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했다.

◇ 고용노동부 감독에 경찰 조사까지...법 제정은?

이처럼 이번 사망사고에 대한 여러 의혹 확인과 관련 법안 보완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고용노동부의 강도 높은 근로감독과 경찰 조사가 한창이다.

고용노동부 서산출장소는 지난 16일부터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산업안전보건 감독을 실시 중이다. 이번 근로감독은 오는 25일까지 계속된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인 태안발전본부 외에도 사내 협력업체 전체를 대상으로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지게차, 화물차 등의 장비 작업시 안전조치 등 산업안전보건 전반에 대해 감독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한국서부발전 관계자 1명과 하청업체 관계자 2명 등 3명의 현장책임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서부발전소는 “경찰 조사 중인 사안으로 조사가 끝날 때까지 어떠한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사고와 안전 관리 감독에 대한 조사가 한창인 가운데 중대재해 발생시 기업에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중대 재해에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무산됐다. 이후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번 21대 국회의 이슈로 떠올랐다.

노동계 역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18일 현재 온라인 청원 사이트인 '국민동의청원'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국민 9만4579명이 동의를 했다.  30일 이내 10만 명의 국민들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에 회부되면서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이 가능해진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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