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후폭풍
LG화학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후폭풍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9.2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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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배터리 사업 분사 물적분할이 최선이었다?
주주 반발 거세지자 콘퍼런스콜 열었지만 역부족
주가 하락에 시총 하락...코스피 시총 순위도 변해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후폭풍이 거세다. LG화학이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신설 법인 출범을 결정했다. 문제는 LG화학이 물적분할 형식으로 기업을 분할하면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점이다. 이는 주가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LG화학의 기업분할이 결정되고서 주가는 하락했고 소액 주주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지분을 파는 등 불만을 나타냈다. 이로 인해 LG화학의 주가가 11% 이상 빠지면서 시가총액 5조7200억원이 단숨에 증발했다. 이에 LG화학은 투자자 대상 콘퍼런스콜을 열고 소액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여전히 진화의 기미가 없는 상황이다.<편집자주>

LG화학이 지난 17일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신설 법인 출범을 결정했다. 기업분할 과정에서 물적분할 형식으로 분사가 예정되면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사진/뉴시스)
LG화학이 지난 17일 핵심 사업인 배터리 사업을 분사해 신설 법인 출범을 결정했다. 기업분할 과정에서 물적분할 형식으로 분사가 예정되면서 소액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부문 사업을 분사하기로 하고 신설 법인 출범을 확정해 관심을 받고 있다. 신설 법인은 LG에너지솔루션(가칭)으로 오는 12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LG화학 배터리 사업 기업분할은 왜?

LG화학은 지난 17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LG화학의 전지사업부를 분할하는 안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지난 1947년 화장품 사업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석유화학과 2차전지, 첨단소재, 생명과학 및 유리기판 등을 포함하는 국내 대표 화학그룹으로 발전해 LG그룹의 주력 계열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자동차소재, 정보기술(IT)소재, 산업소재 사업부로 구성된 첨산소재 사업 부문은 국내 최초로 LCD편광판 상업화에 성공한 이래 LCD와 IT소재산업에서 빠른 성장을 거뒀고 바이오(성장촉진, 난임치료, 신장질환, 바이오시밀러 등), 에스테틱(미용성형), 합성신약(당뇨, 심순환), 진단의약(면역진단, 분자진단) 등의 의약사업 분야가 포함된 생명과학 사업도 LG화학의 주력 사업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사업은 이번에 분사가 확정된 배터리 사업 부문이다. LG화학은 지난 1999년 국내 최초로 2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 양산에 성공해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전지, ESS용 리튬이온전지와 휴대폰, 노트북 PC 등 모바일 기기에 쓰이는 소형전지도 LG화학의 전지사업의 일부다.

현재 LG화학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2위 업체인 중국의 CATL의 추격이 불안하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1위에 올라있던 CATL은 시장 점유율에서는 LG화학이 밀렸지만 시가총액 78조원으로 48조원에 불과한 LG화학의 시가총액을 크게 앞서고 있어 1위를 다시 뺏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LG화학은 높아져가는 배터리 시장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기업분할을 선택했다. LG화학은 이번 기업분할에 대해 배터리 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구조적 이익 창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재 시점이 회사 분할의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회사분할로 각자 전문 사업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면서 ”경영 효율성도 높아져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주주 반발...분할 방식 최선이었나

문제는 LG화학이 기업분할 방식으로 물적분할을 택하면서 시작됐다. 기업은 회사 사업부를 분할하면서 자본금과 부채금을 나눠주고 신설 법인을 만들어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작업을 거친다.

신설 법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물적분할과 인적분할의 중 하나를 채택하게 된다. 인적분할은 존속회사 주주들이 자기가 소유한 비율대로 신설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반면 물적분할은 분리·신설된 법인 주식을 모회사가 전부 소유하게 된다.

즉 물적분할을 택한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100%을 갖게 되는 것. 주주들은 신설법인의 주식을 받지 못한다. 여기에서 주주들은 LG화학의 이번 물적분할에 대해 반발하기 시작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같은 회사의 상황을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려 분노를 드러냈다. 게시글을 올린 투자자는 LG화학의 투자자 대부분은 뉴빅딜 관련주, 전기차 관련주, 밧데리 관련주라고 생각해서 LG화학에 투자했는데 분사를 하면 투자한 이유와는 전혀 다른 화학 관련주에 투자한 것이 되고 이로 인한 손해가 생긴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소한 결정이 나기 전 주주들에게 알려야 했고 주주들에 의견을 들어야 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주주들이 손해을 입지 않게 방안을 강구하고 방안이 없다면 물적 분할을 취소하시고 인적 분할에 대한 부분을 검토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LG화학의 입장에서는 인적분할이 불리한 상황이다. 인적분할로 분사를 할 경우 최대주주인 LG의 지분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LG화학의 지분은 LG가 33.3%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주주들이 자기가 소유한 비율대로 신설 법인 주식을 나눠 갖는 인적분할로 분사가 될 경우 LG는 LG화학의 지분 33.3%와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역시 33.3%만 가져가게 된다.

구본무 전 회장부터 구광모 회장까지 배터리 사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번 LG화학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게 된 배경에는 그룹의 주력 사업에 대한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예측된다.(사진/뉴시스)
구본무 전 회장부터 구광모 회장까지 배터리 사업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이번 LG화학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분사하게 된 배경에는 그룹의 주력 사업에 대한 의중도 반영된 것으로 예측된다.(사진/뉴시스)

특히 LG화학은 배터리 사업 분야의 투자를 매년 늘리는 방식으로 배터리 사업에 승부수를 걸어왔다. 이는 구본무 전 회장과 새롭게 취임한 구광모 회장의 공통적 뜻이었다. 전폭적 투자를 받은 LG화학의 전지사업부문은 지난 2분기에만 매출 2조8230억원, 영업이익 1555억원을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알짜 사업부는 차기에 구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LG 입장에서는 인적분할로 회사를 분할하면 손해를 입는 셈이다.

시총 하락에 주주 달래기 나서

기업분할을 두고 주주들의 반발은 생각보다 파장이 컸다. 일부 투자자들의 억울한 하소연에 이어 분할이 결정되기 하루 전부터 주가는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72만6000원으로 거래를 마친 LG화학의 주가는 분할 발표로 어수선하던 16일 전날대비 5.37% 하락한 68만7000원으로 하락했고 분할 발표 당일인 17일에는 전날대비 6.11% 하락한 64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틀만에 11%가 넘게 빠진 것.

이는 시가총액에도 반영됐다. 15일 종가 기준 51조2500억원 수준인 시총은 이틀만에 45조5300억원으로 떨어졌다. 5조7200억원이 단숨에 날아간 것. 이는 코스피 시총 순위가 4위에서 5위로 한계단 밀릴 정도의 타격이다.

이틀만에 상황이 급박해지자 LG화학은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차동석 부사장은 17일 오후 4시 주주 및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콘퍼런스콜을 열었다.

이날 콘퍼런스콜의 핵심은 물적분할 분사로 실망한 주주들에 맞춰졌다. 차 부사장은 물적분할이 외부자금 유치에 있어 장점이 있음을 강조하고 대규모 자금조달로 배터리 사업에 적극적인 투자를 벌여 신설 법인의 외형과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존속법인인 LG화학의 주주가치에 바로 반영돼 결국 LG화학 주가에도 긍정적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에 대해 법인 출범 직후 바로 추진한다 해도 1년 정도는 소요되기 때문에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는 선걱정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더라고 관례상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비중은 20~30% 수준이라며 상장 후에도 LG화학은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7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LG화학의 발표에 18일 주가는 전날대비 3.26%(66만6000) 소폭 상승했지만 21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한편 콘퍼런스콜까지 열어 주주 달래기에 나섰지만 개인투자자들이 모인 주식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부 투자자들은 인적분할로 분할 방식을 변경해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을 보태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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