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3세 경영 초읽기] ① 삼양식품
[특별기획 3세 경영 초읽기] ① 삼양식품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9.23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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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분기 실적 이룬 삼양식품
실적 이뤄낸 불닭시리즈 인기 여전
전 회장 김 사장 횡령죄로 실형 선고
전 회장 아들 입사해 경영 파악 가속

불닭시리즈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하는 등 승승장구를 달리고 있는 삼양식품. 하지만 횡령죄로 수감 중인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사장 등 오너 부부가 탈세 혐의로 추가 기소되면서 결국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는 등 오너리스크가 심각하다.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삼양식품은 지난해 전 회장의 아들 전병우 경영관리담당 이사를 전면에 내세우고 경영권 승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삼양식품에 몸담고 이제 1년이 된 전병우 이사는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한 숙제를 떠안았다.<편집자주>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기일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회삿돈 49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지난 1월 25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기일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대부분의 업종이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가운데 삼양식품은 올 2분기 역대 최고 수준의 실적을 달성했다.

특히 이번 실적에는 국내 뿐 아니라 수출 실적이 크게 적용되면서 내수만큼이나 해외에서의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가 남다르다.

역대 최고 실적 끌어낸 불닭시리즈

삼양식품은 지난해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5435억8000만원, 영업이익이 783억437만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15.81%, 41.91%가 증가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 2018년 353억원보다 70.05% 뛴 600억3500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호실적은 올해에도 이어졌다. 삼양식품은 올 1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1563억원, 영업이익 26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 29%, 영업이익은 73%가 증가한 수치다. 이 중 내수로 올린 매출은 790억원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내려지면서 집에서 식료품을 주문하는 사람들이 늘어 역대급 판매를 이뤄냈다. 수출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물류 차질 등을 우려한 주문이 몰려 전년 대비 49%나 증가한 773억원을 기록했다.

올 2분기에는 연결기준 매출 1740억원, 영업이익 2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41%가 증가해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올렸다. 특히 매출액 중 수출액이 10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해 내수를 넘어섰다. 가장 큰 수출 성장세를 보인 곳은 중국과 미국으로 현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5%와 145%가 증가했다.

삼양식품의 실적에 중심에는 불닭시리즈가 있다. 불닭시리즈는 지난 2012년 김정수 사장의 지휘 아래 불닭볶음면을 출시하며 시작됐다.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불닭볶음면은 출시와 동시에 인기몰이에 들어갔고 여러 시리즈로 파생됐다.

불닭볶음면에서 시작된 불닭신화는 까르보나라, 치즈, 커리, 짜장, 마라, 미트 스파게티, 쫄볶이, 라이트, 핵불닭 등의 라인업을 만들며 불닭시리즈를 만들었고 핵심인 소스인 불닭소스도 제품으로 출시돼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불닭시리즈는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 진행 사업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멕시카나는 불닭소스맛을 가미한 불닭치킨을 출시했고 분식 프랜차이즈 업체 스쿨푸드 역시 불닭소스를 가미한 불닭 모짜렐라 스팸계란마리와 불닭 까르보나라 파스타 떡볶이를 연달아 출시했다.

불닭의 높은 인기에 삼양식품은 하반기에도 불닭시리즈의 국내 신제품을 또 추가해 불닭 신화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불닭시리즈 발목잡은 오너리스크

이처럼 삼양식품의 실적은 불닭시리즈가 맡아 승승장구를 하고 있는 반면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김정수 사장 등 오너 부부는 횡령과 탈세 등의 혐의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치명적인 오너리스크를 떠안겼다.

전 회장과 김 사장의 횡령이 드러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전 회장과 김 사장은 라면 스프 원료나 포장 박스 등을 만드는 계열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횡령을 저질렀다. 이들은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2008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무려 9년간 회사돈을 횡령했다.

부부는 페이퍼컴퍼니에 재료 등을 납품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해 49억여원을 횡령했고 이 돈은 전 회장의 자동차 리스 비용과 부부의 개인 신용카드 대금, 개인 소유 주택수리비, 보험료 등으로 사용됐다. 김 사장은 자신을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등록해 급여 명목으로 매달 월급을 챙기기도 했다.

이에 2018년 1심 재판부는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김 사장에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 역시 이들이 오너로써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보고 원심을 유지했다.

특히 횡령죄로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전 회장은 탈세 혐의로 추가 기소돼 치명적인 오너리스크를 더했다. 세무당국은 전 회장이 회삿돈을 횡령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 추가 범행을 저질렀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전 회장은 자신이 운영한 페이퍼컴퍼니 두 곳을 통해 538억원 규모의 허위 계산서와 세금계산서를 발급했다. 삼양식품은 두 곳의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은 것처럼 꾸몄다.

지난 8월 허위 세금계산서 교부 등 특정경제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의 혐의로 기소된 전 회장에게 재판부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벌금 191억원의 납부를 명령했다. 전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항소한 상태다.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검찰의 조사가 시작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현재 횡령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이고 김 사장은 지난 3월 대표직을 내려놨다. 삼양식품은 김 사장의 후임으로 진종기 대표와 정태운 대표를 선임하고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진종기 대표는 경영 부문을 정태운 대표는 생산총괄을 맡아 삼양식품을 이끌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3세 투입 시급

이처럼 오너리스크를 겪고 있는 삼양식품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 3세 경영이 시급한 상황이다. 당분간 전 회장과 김 사장이 경영일선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 회장의 아들 전병우 이사의 경영 수업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전 회장이 횡령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자 미국에서 경영 공부 중이던 전 이사는 긴급 귀국해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1994년생인 전 이사는 올해 27세로 미국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지난해 9월 삼양식품에 입사한 전 이사는 입사와 동시에 해외사업본부 부장을 달았다. 해외사업본부는 삼양식품 내 수출을 전담하는 부서로 삼양식품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이사가 입사와 동시에 핵심 부서의 부장직을 달면서 내외부적으로 잡음도 있었다. 실무 경험도 없는 20대의 새내기 직장인에게 부장직을 바로 달아준 것은 특혜라는 것. 특히 수출 매출이 올라가는 시점에 해외사업본부에 투입한 것은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를 얹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하지만 삼양식품 입장에서는 전 회장과 김 사장의 공백으로 오너가 중심 경영을 해온 경영 스타일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전 이사에 대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빠른 진급과 성과 얹어주기는 전 이사가 회사에서 자리를 잡을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전 이사는 입사 1년도 안된 지난 6월 인사에서 경영관리부문 이사로 승진했다. 경영관리부문장을 맡은 전 이사는 삼양식품의 경영 분석을 맡아 빠르게 회사 경영 파악에 나섰다. 또 프로세스 개선과 사업방향 구축 등을 제시하면서 경영 반경을 넓혀 갈 예정이다.

전 이사의 빠른 승진을 두고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의 3세 경영이 예상보다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2분기에 내수보다 수출 매출이 앞서면서 전 이사의 성과는 힘을 받았다.

한편 전 이사는 이처럼 경영 전반에 관여하면서 지난해 12월 0.56%(4만2400주)였던 삼양식품 지분율을 올 6월 0.59%(4만4750주)로 끌어올리는 등 경영 승계를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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