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3세 경영 초읽기] ② 교보생명
[특별기획 3세 경영 초읽기] ② 교보생명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09.2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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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의 장남 이어 차남도 교보생명 자회사 입사
재무적투자자와 분쟁 길어지는 신 회장의 고민은?
올해 실적 악화에다 금감원 종합검사 앞두고 있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 신중하씨가 지난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입사한 이후 지난 8월 차남인 신중현씨도 교보생명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에 입사했다. 신창재 회장이 재무적투자자(FI)와 풋옵션 행사 가격을 놓고 3년째 중재 소송을 벌이고 있어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두 아들이 모두 교보생명 자회사에 들어오면서 교보생명은 3세 경영을 대비하는 모습이다.<편집자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교보생명 자회사에 입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사진/뉴시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교보생명 자회사에 입사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차남이 지난 8월 교보생명 자회사에 입사했다. 앞서 장남 역시 교보생명 자회사에 입사해 현재 두 아들이 모두 교보생명에 몸담았다.

신 회장이 분쟁에 휘말려 있는 가운데 두 아들의 입사를 경영권 강화를 위한 장치, 나아가서는 경영 승계를 위한 시작으로 보는 시선이다.

신창재 회장-FI 분쟁 언제까지?

신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와의 분쟁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보생명은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와 캠코의 보유 지분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가 필요했다. 재무적투자자란 사업의 운영에 참여하지 않고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다.

이에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 구성된 FI는 교보생명 지분 24%(492만주)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면서 계약서에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한다고 명시했다.

기한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가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 조항도 더해졌다. 문제는 풋옵션의 행사 시점이나 가격 산출 방식 등이 생략되면서 골 깊은 분쟁이 시작됐다.

교보생명은 생명보험사 중 유일한 비상장사다. 교보생명은 상장의 토대가 되는 IPO를 계속 미뤄왔다. 약속된 IPO 기한을 훌쩍 넘긴 2018년 10월 FI는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FI는 주당 24만5000원(액면분할 전 기준)에 산 주식을 신 회장에게 40만9000원에 되팔겠다고 말했다. FI는 현재 교보생명 지분 29.34%(6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이 FI의 풋옵션을 받아들일 경우 2조 이상의 자금 확보가 필요하다.

하지만 신 회장은 풋옵션 행사가가 2배 이상 높은 것을 문제삼았다. 그리고 뒤늦게 2018년 말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FI는 신 회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중재 신청을 준비하는 등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신 회장도 FI와의 풋옵션 계약무효 소송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분쟁의 골은 깊어졌다.

연내 ICC 중재판정부에서 공방이 예정된 가운데 신 회장과 FI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FI들의 지분을 담보로 ABS 발행, FI 보유 지분의 제3자 매각, 올 하반기 중 IPO 추진 등 여러 가지 타협안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실적 악화에 금감원 종합검사까지

지배구조의 리스크 외에도 교보생명은 여러 고민이 있는 상태다. 먼저 보험업계가 전반적으로 겪고 있는 실적부진에서 교보생명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3‧4분기에 연결 기준 689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가 증가한 규모다. 문제는 올해다. 올 1분기 교보생명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1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2% 줄어 실적이 부진했다.

증권사들은 교보생명의 2분기 실적은 약간의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하반기에 생명보험 업계의 보험료가 전반적으로 인상을 예고해 하반기 실적은 또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올해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교보생명에 대한 종합검사를 예고했다. 교보생명은 내부적으로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대비하고 있다. 오는 10월로 예정된 종합검사는 사전 검사 2주와 본 검사 4주의 일정으로 30~40명의 조사관이 투입된다.

금감원은 영업 관련 경영실태와 금융소비자 보호 수준, 지배구조, 재무건정성, 시장 영향력 등 어느 한 분야의 조사가 아닌 전반적인 내용을 들여다본다는 계획이다.

특히 지난 15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0 상반기 금융민원 동향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삼성생명, KDB생명에 이어 3번째로 민원 건수가 가장 많았다.

또 올 상반기 생보사의 25회차 보험계약유지율에서 교보생명은 62.2%로 전년 동기 대비 4.7%가 줄었다. 보험계약유지율은 보험사의 불완전판매비율과 상관이 있고 소비자의 만족도나 보험사의 계약관리능력과도 직결되는 수치다.

아울러 지배구조 조사에서 FI와의 분쟁도 들여다볼 여지가 있어 금감원의 종합검사는 교보생명에게는 큰 부담으로 된다.

코로나19라는 악재에 교보생명은 올해 실적이 부진하다. 특히 10월에는 금감원 종합검사까지 앞두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라는 악재에 교보생명은 올해 실적이 부진하다. 특히 10월에는 금감원 종합검사까지 앞두고 있어 긴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여러 악재 속 3세 경영은?

여러 문제로 교보생명의 고민이 커지는 가운데 신 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교보생명 자회사에 입사하면서 그 속내에 궁금증이 커졌다.

신 회자의 장남 신중하씨는 지난 2015년 5월 교보생명 자회사인 KCA손해사정에 대리로 입사했다. KCA손해사정은 보험 가입심사와 보험금 지급심사를 보는 곳이다. 신중하씨는 미국 뉴욕대학교를 졸업하고 미국계 금융사인 크레디트스위스(CS)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다 KCA손해사정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남 신중현씨는 지난 8월 교보생명의 100%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입사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국내 최초의 온라인 전문 생명보험사다. 신중현씨는 미국 컬럼비아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졸업 후 일본 SI그룹의 인터넷 전문 금융 자회사에서 전략경영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신 회장의 두 아들이 모두 교보생명 자회사에 몸을 담으며 3세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평소 정도경영을 강조해왔다. 경영 능력이 부족하면 전문 경영인을 쓰겠다는 평소의 소신대로 아들들 역시 다른 기업의 초고속 승진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이점은 또 있다. 다른 대기업의 자녀들이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것과 달리 신 회장의 두 아들은 교보생명의 지분이 전혀 없다.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난 6월 말 기준 신창재 회장으로 33.7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 외에 신 회장의 사촌 신인재씨가 2.53%, 누나인 신경애씨와 신영애씨가 1.71%와 1.41%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에 승계 작업에서 반드시 필요한 자녀들의 지분 확보도 필요한 상황이다. 신 회장은 앞서 2003년 아버지인 신용호 창업주의 지분을 승계받아 1830억원의 상속세를 내고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두 아들이 지분을 승계 받게 되면 상속세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라 자금 확보도 숙제다.

오는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도입에 맞춰 시행 예정인 신지급여력제도(K-ICS)의 준비와 FI의 분쟁, 악사 손보 인수 등 당장의 해결 과제도 줄지어 있어 다른 기업들과 달리 더딘 승계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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