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코나 화재...현대차 2년만에 침묵 깼다
전기차 코나 화재...현대차 2년만에 침묵 깼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0.09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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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나 일렉트릭 화재 2018년 이후 12대 발생해
미처 공개되지 않은 화재 더 있을 것으로 추정

현재까지 화재 원인 전혀 밝혀진 바 없어 우려
현대차 2년 만에 코나 차종 자발적 리콜 결정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서 지난 4일 또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화재 차량은 총 12대다. 단일 차종에서 지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최초 화재 발생인 2018년 이후 2년이 넘게 화재 원인과 조치에 대해 언급이 없던 현대차가 배터리셀 제조 불량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자발적 리콜에 들어갔다. 2월까지 출시 된 차량에 대해 한 차례 진행된 업데이트 이후 2번째 조치다. 하지만 업데이트된 차량에서도 다시 화재가 발생한 바 있어 이번 리콜 조치에도 차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편집자주>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서 지난 4일 또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총 12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현대차가 2년만에 리콜 조치를 내렸다.(사진/뉴시스)
현대자동차의 소형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에서 지난 4일 또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총 12대에서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현대차가 2년만에 리콜 조치를 내렸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소형 전기차인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 2018년 출시됐다. 기존 코나에서 차별화된 내외관과 고효율 모터,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국내 전기차 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또 완전 충전 기준 주행 거리 406km를 인증받아 1회 충전으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운행이 가능한 주행 거리를 갖춰 인기를 모았다. 동급 SUV 최초로 스마트 크루즈, 차로유지 보조, 고속도로 주행 보조 등의 다양한 첨단 사양도 적용됐다.

각종 혜택도 코나 일렉트릭의 구매욕에 한몫했다. 전기차에 특화된 각종 기능들과 배터리 평생보증, 전기차 전용부품 1016km 무상보증, 홈 충전기 설치 관련 상담 및 승인 지원, 원스톱 컨설팅 서비스, 능동형 배터리 케어 서비스, 찾아가는 충전서비스 등이 마련됐으며 구매시 1500만원 가량의 보조금 혜택도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코나 일렉트릭에서만 12대 화재 충격

이런 매력에 이끌려 생애 첫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화재의 공포에 휩싸였다. 코나 일렉트릭의 최초 화재는 생산라인에서 불거졌다. 2018519일 현대차 울산1공장에서 차체 부품 조립이 끝나고 이동을 위해 세워둔 코나 일렉트릭 뒷바퀴에서 갑작스레 연기가 나 화재가 발생했다.

현대차 울산1공장은 코나 일렉트릭을 생산하는 공장이다. 이후 첫 화재가 난 3개월 뒤인 816일 같은 공장에서 조립을 마치고 대기 중인 코나 일렉트릭의 뒷바퀴에서 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생산라인에서만 두 번 화재가 난 셈이다.

그럼에도 코나 일렉트릭은 아무 문제없이 팔려나갔다. 현재까지 내수와 해외를 합쳐 팔려나간 코나 일렉트릭은 약 10만대에 달한다.

세 번째 화재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201976일 캐나다에서 발생한 화재 차량은 미충전 상태에서 차고에서 났다. 이어 같은 해 728일 강원도 강릉시에서 충전 중이던 차량, 89일 경기도 부천시에서 주차 중이던 미충전 차량, 813일 세종시 고운동에서 충전 후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차량, 917일 오스트리아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에서 계속적으로 화재가 발생했다.

올해에도 차량 화재는 이어졌다. 지난 529일 대구시에서 미충전인 차량, 87일 경북 칠곡 아파트 주차장, 824일 전북 정읍시, 926일 제주시, 마지막으로 지난 4일 대구 달성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코나 일렉트릭이 화재로 완전 전소되면서 12대의 차량에서 화재가 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코나 일렉트릭 차주들이 모인 전기차 동호회에서는 밤새 화재에서 무탈하셨냐는 안부가 오갈 정도다.

현재 알려진 화재는 12대지만 알려진 대부분의 화재 사고의 경우 차주들이 직접 인터넷 동호회나 커뮤니티에 올려서 알려진 것으로 실제 알려지지 않은 화재가 더 있을 거란 추측도 있다.

화재 원인 발화 지점 밝혀지지 않아

이처럼 국내외에서 코나 일렉트릭 화재 사고가 계속 일어났지만 제조사인 현대차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본지도 여러 차례 현대차의 입장을 확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가장 먼저 화재 원인에 대한 조사가 시급한 가운데 제조사가 침묵하자 정부가 나섰다. 지난해 9월 조사에 나선 국토교통부는 발화 원인은 물론 발화지점 등 화재와 관련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세종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 차량 화재 모습.(사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지난해 8월 세종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한 코나 일렉트릭 차량 화재 모습.(사진/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받은 화재 감식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생한 강릉 화재 사고의 경우 차량 하부에 설치된 배터리팩어셈블리 내부에서 전기적인 원인으로 인해 발화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배터리팩어셈블리 내부에서의 구체적인 발화지점 및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을 밝히기 힘들다는 결론이 났다.

이어 지난해 8월 발생한 세종시 화재 사고 역시 배터리팩어셈블리 내부의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 가능성이 있으나 내부에서 식별되는 전기적인 특이점의 앞뒤 형성 관계에 구분이 불가해 발화원인을 한정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감식 결과가 나왔다.

그러면 제조사인 현대차가 화재와 관련해 입을 다무는 이유는 뭘까.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되는 배터리 시스템은 LG화학이 생산한 니켈코발트망간(NCM)622 배터리셀을 사용한다. 배터리팩은 LG화학과 현대모비스의 합작사인 HL그린파워가 만든다. 그러면 현대모비스는 배터리팩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결합해 배터리시스템어셈블리(BSA)을 만든다.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은 현대케피코가 제조를 담당한다.

이처럼 여러 업체가 얽혀있는 과정에서 화재 원인도 불분명하다보니 책임 소재를 따지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몇 차례 화재 이후 현대차는 올 2월까지 생상된 코나 일렉트릭 차량에 대해 유력한 화재 원인으로 추정된 배터리관리시스템(BMS)에 대한 업데이트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24일 전북에서 화재가 난 차량의 경우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업데이트 된 차량으로 밝혀져 다시 화재 원인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이처럼 제조사가 입을 다물고 있는 사이 코나 일렉트릭 차주들 사이에서는 화재 사고가 온도가 높은 7~9월에 집중한 것을 보아 온도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만 나돌고 있다. 일부 차주들은 완전 충전을 자제하고 충전 상태에서는 차를 장기간 방치하지 말라는 등 나름대로의 룰을 만들어 가는 실정이다. 특히 현재까지 화재 사고에서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사고 차량 중에 전소된 차량이 많아 사고시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드디어 입 연 현대차 어떤 입장 내놨나

코나 일렉트릭 차주와 전기차 동호회 등에서 제조사의 책임있는 태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난 4일 대구 달성군에서 화재 사고가 난 이후 현대차가 드디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는 5일 코나 일렉트릭 차주 등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최근 코나 일렉트릭 모델 일부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해 고객님께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금번 화재 관련 조치 방안에 대해 최종 유효성 검증 후 10월 중 고객 안내문을 통해 자세한 조치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현재까지도 화재 원인과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현대차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다.

앞서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발생한 세타2엔진 화재로 수년간 문제가 된 바 있다. 내부고발로 시작된 세타2엔진을 둔 공방이 이어졌고 리콜 등의 조치에도 문제가 되자 결국 현대차는 세타2엔진에 대해 평생 AS 보증을 약속하면서 마무리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나 일렉트릭 화재가 세타2엔진 결함처럼 확대되기 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편 현대차는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낸 3일 뒤인 8일 차량 충전 완료 후 코나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의 배터리 셀 제조 불량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인됐다며 자발적 리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업데이트한 후 과도한 셀 간 전압 편차나 급격한 온도 변화 등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배터리를 즉시 교체하거나 이상이 없더라도 업데이트된 BMS의 상시 모니터링 과정에서 추가 이상 변화가 감지되면 충전 중지와 함께 시동이 걸리지 않게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이번 리콜은 오는 16일부터로 2017929일부터 올해 313일까지 제작된 차량 25564대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차주들은 불안은 여전하다. 화재에 대한 전수조치가 이뤄지지 않는 리콜은 땜방에 불과하다는 것. 일부 차주들은 단체로 현대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혀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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