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광주사업장서 산재 은폐 드러났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서 산재 은폐 드러났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0.12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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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노조 광주사업장의 산재 은폐 의혹 제기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10건 산재 은폐 의혹 확인
이수진 의원, "이번 국감에서 해당 문제 집중 심문"

삼성전자노조가 주장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산재 은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8월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광주 소재 4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재 은폐 여부를 조사한 결과 10건의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노동청은 삼성전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를 부과했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해당 사업장에 대한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어 추후 산재 은폐 여부가 더 드러날 가능성도 제기됐다.<편집자주>

삼성전자노조가 주장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산재 은폐 의혹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사진/뉴시스)
삼성전자노조가 주장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산재 은폐 의혹이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산재 은폐 의혹이 드러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삼성전자의 가전 제품을 생산을 하는 광주사업장과 삼성전자 하남1캠퍼스, 삼성전자 광주(콤프제조), 글로벌기술센터 중대형금형그룹 등 광주에 소재한 삼성전자의 4개 사업장이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제품 생산을 하는 광주사업장의 근무 직원은 약 2800명으로 4개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모두 5000명에 달한다.

노조 광주사업장 조사 후 산재 은폐 의혹 제기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대한 산재 은폐 의혹은 노동조합에서 최초로 제기됐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삼성전자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6일까지 9일간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53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5000명이 넘는 광주사업장의 직원 중 단 53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진 이유는 비밀 유지를 위해 1대1 실태 조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설문에 참여한 53명의 노동자 중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는 22명,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는 30명, 무응답 1명으로 이들의 평균 근속은 14년이다.

조사 결과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으로 인한 불편을 호소했다. 답변한 노동자 중 49명은 업무와 관련해 목, 어깨, 허리, 팔, 손목, 다리, 발목, 발바닥 등의 진료를 받았고 이 중 28명은 현재에도 계속 치료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업무수행 중 3일 이상의 병원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당한 적 있냐는 질문에 29명이 평균 3.5회의 부상을 당했다고 말했다. 이 중 허리디스크 등 허리 관련 부상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어깨 인대 봉합 수술‧회전근개 파열 등 어깨 부위 손상이 9명, 손가락 절단‧골절‧손목인대 등 손가락‧손목 부위는 7명, 목디스크 수술, 발목 인대파열 등 기타 질환은 6명 순이었다.

그러나 회사나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는 답변한 노동자 전원이 없다고 대답했다. 산재 신청을 청구하지 못한 이유로는 인사상 불이익(34명)과 산재처리에 대해 몰라서(32명), 상사 및 담당부서의 공상처리에 대한 회유와 압박(11명), 본인이 산재처리보다 공상처리를 원해서(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으로 회사에서 부당한 처우를 당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27명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병가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인사고과에 최하위 평가를 내리거나 병가 후 고과가 5년 넘게 배제됐다. 또 아프다는 이유로 타부서로 직무가 변경되거나 치료기간 중 업무에 복귀해야만 했다. 병가 시 연차 사용을 강요당하거나 산재처리가 불가하는 답변을 들은 근로자도 있었다.

회사에서 사고가 나면 산재처리와 공상처리 중 한가지를 택하게 된다. 공상처리는 회사와 개인이 합의하는 것으로 사업주가 일정한 금액을 보상해 주는 것이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공상처리를 했을 경우 회사가 합병되거나 부도가 나는 경우 근거서류가 사라져 재요양을 받기가 어려워 산재처리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산재처리가 되면 재발시 재요양을 받을 수 있고 회사가 부도나 폐업을 하더라도 산재보상을 계속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업장은 산재처리 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처벌, 보험료 상승 등이 발생해 공상처리를 선호한다.

이처럼 사업장이 산재처리를 기피한다는 것은 고용노동부 광주지청 산재보고 건수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5년간 삼성전자 광주소재 사업장의 산재보고 건수는 2016년 1건, 2017년 4건, 2018년 5건, 2019년 4건, 2020년 1건 등 15건에 불과했다.

이에 노조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산재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에 삼성전자 산재 축소와 은폐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근로감독을 촉구하기 이르렀다.

노동청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산재 발생 보고 의무 위반 및 산재 발생 원인 기록‧보존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664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그린시티 1캠퍼스 모습.(사진/뉴시스)
노동청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산재 발생 보고 의무 위반 및 산재 발생 원인 기록‧보존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6640만원을 부과했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그린시티 1캠퍼스 모습.(사진/뉴시스)

고용노동청, 삼성전자에 산재 은폐 과태료 부과

삼성전자의 산재 은폐 의혹이 제기되면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3일부터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현장 조사에는 과장, 감독관 등 13명과 안전보건공단 전문가 등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사고성 재해 발생 사실이 11건이나 확인됐다. 이 중 10건은 산재 미보고(은폐) 처리가 됐고 나머지 1건은 허리 부상으로 현재 산재 신청이 진행 중에 있다.

이에 노동청은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이 산재 발생 보고 의무 위반 및 산재 발생 원인 기록‧보존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태료 6640만원을 부과했다. 노동청은 행정조치 외에 산재 은폐 여부에 대해 재해자와 반장, 파트장 등 관계인들을 추가 조사 중이다.

산재 은폐는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에 팽배하다. 이수진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전국의 산재 미보고 적발현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6월까지 산재가 발생했음에도 보고하지 않다가 적발된 건수는 4583건으로 나타났다.

산재 은폐 적발유형을 내역별로 보면 업무상 사고임에도 산재보상 대신 건강보험급여로 처리했다가 추후 적발된 건수가 1512건, 자진신고 965건, 진정 및 제보를 포함한 사업장 감독을 통해 적발된 건수가 1598건, 119구급대의 이송 자료로 적발된 건수가 342건, 산재 요양신청 후 취소가 166건 등으로 밝혀졌다.

업종별로는 지난 5년간 제조업에서 가장 많은 1997건의 산재 은폐가 적발됐고 건설업에서 1061건, 그 외 사업에서 1312건 순이다. 광업, 전기가스수도업, 금융보험업 등 기타 사업 분야에서도 233건의 산재 은폐가 적발됐다.

이수진 의원은 이번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의 산재 은폐 적발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나서서 조사한 것 이전에 노조의 언론 제보가 큰 역학을 했다”면서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 만연한 산재 은폐에 대해 책임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불시 조사와 감독 등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엄격한 처벌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한편 오는 15일로 예정된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에 광주지방고용노동청장과 삼성전자노조 광주지부장 등이 각각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을 앞두고 있다. 이 의원은 이날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산재 은폐와 관리자의 은폐 의혹에 대해 집중 심문한다는 계획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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