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동포” 발언 의미는
김정은의 “사랑하는 남녘동포” 발언 의미는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0.1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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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민 앞에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발언
북한 주민에게 ‘호전적 자세’ 버리라는 메시지

바이든 당선 후 한반도 전개 상황 예측한 듯 보여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후 남북 교류사업 추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이 정치권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이 평양 시민 앞에서 언급한 “사랑하는 남녘동포”라는 발언의 의미가 무엇인지 해석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적대시해왔던 시선을 버리고 유화책으로 돌아서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당장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인다는 것이 현실론이다.<편집자주>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12일 보도했다.(사진/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을 촬영했다고 12일 보도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나라를 향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길 기원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면서 이를 남용하거나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열병식에서 ICBM 등을 공개했지만 전쟁 억지력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기존 열병식과는 많이 다른 모습을 보였다. 특히 과거 열병식에서는 미제국주의를 박살내자 등의 구호가 있었지만 이번 열병식에서는 다소 유화적인 발언이 나왔다.

우리에게 손 내민 김정은

무엇보다 이례적인 것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서 우리 국민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공무원의 피살 사건에 대해 무마하기 위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지만 이를 무마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면 평양 시민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달할 수 있는 문제였다.

즉, 우리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무마용도 있지만 북한 내 우리를 적대시하는 자세를 이제는 버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18년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열면서 다소 유화적인 제스처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되면서 우리를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이어갔다.

또한 올해 6월 개성공단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그야말로 호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대남용도 있지만 북한 주민들을 단결시키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양 시민을 향해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그동안 적대시하던 자세를 버리고 이제 북한 주민들도 우리를 향해 따뜻한 시선을 가지라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이에 일각에서는 곧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일단 최소한 우리에게 적대시하던 자세를 버리겠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에 남북 관계의 개선 가능성은 열려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계속해서 남북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왔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했다. 그리고 종전선언을 추진하기 위해 끊임없이 미국과 접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한 것은 앞으로 남북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있으니 우리보고 “미리 준비하라”는 일종의 메시지인 셈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의 대선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는 것으로 읽혀진다.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경우 북미 대화는 당분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북한 인권에 대해 상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민주당이기 때문에 북한 인권을 해결하지 않으면 북미 대화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으로서는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북미 대화가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이제 손을 내밀 곳은 우리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아마도 열병식에서 이례적으로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내년이나 돼야

하지만 당장 남북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이유는 김 위원장이 전제조건을 붙였기 때문이다. 바로 “보건 위기가 극복되고”라는 발언이다. 이 발언은 결국 코로나19가 극복되고 난 후에 남북 관계 개선에 나아가겠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이유로 당장 남북 관계가 개선돼서 남북 교류 사업이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고 나면 그때가서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장 남북 교류 사업이 추진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보건학계에서는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아무리 빨라도 올해 12월 안에 개발되기는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내년이나 돼야 남북 교류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통일부가 남북 교류 사업을 미리 준비하면서 내년도 남북 교류 사업의 활성화를 꾀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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