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그룹 자녀 회사에 부당지원...경영권 승계 일환
창신그룹 자녀 회사에 부당지원...경영권 승계 일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0.13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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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뉴스투데이] 나이키의 4대 생산업체 중 하나인 창신INC가 해외생산법인을 동원해 정환일 회장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창신INC는 창신그룹의 핵심사다. 이로 인해 정환일 창신그룹 회장의 자녀가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공정위는 창신그룹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까지 결정했다.

창신INC와 서흥의 관계는

창신INC는 나이키 신발을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는 사업자로 국내 신발 제조업부문 2위 사업자다. 지난 2016년~ 2018년 평균 매출액은 약 1조 2000억원에 달한다.

창신INC는 OEM 방식으로 신발제조를 위탁받아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등의 3개 해외생산법인을 통해 신발을 생산해 나이키에 납품하고 있다. 해외생산법인들은 나이키신발을 제조하는데 필요한 자재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재에 대해 서흥에 구매를 위탁하고 그 대가로 서흥에게 구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한다.

서흥은 지난 2004년 12월 정 회장의 자녀들을 최대주주(지분율 99%)로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이후 2008년부터 창신그룹의 자재 구매대행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서흥이 창신그룹의 사업을 맡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2007년 78억원이던 매출액은 2012년 1965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약 25배의 증가폭이다.

서흥은 2011년 6월부터 창신INC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왔다. 2012년 말 서흥의 유동성이 나빠지자 창신INC는 서흥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2013년 6월부터 해외생산법인들을 통한 지원 행위를 벌였다.

이렇게 확보한 유동성으로 서흥은 2015년 4월 정 회장과 전 임원들로부터 창신INC의 주식 9만9455주(586억원)을 매입해 창신INC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창신INC는 정 회장이 지분 47.25%를 보유해 최대 주주로 올라있고 이어 서흥 46.18%, 정 회장의 부인과 자녀가 6.58%을 보유하고 있다.

창신INC 해외법인 이용해 서흥 지원

공정위에 따르면 창신INC는 2013년 5월 해외생산법인들에게 서흥에 지급하는 신발 자재 구매대행 수수료로 7.2%의 추가수수료를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해외생산법인들은 내부 불만이 있었지만 본사의 지시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창신INC의 지시를 받은 해외생산법인들은 2013년 6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서흥에 총 4588만 달러(한화 534억원)의 구매대행 수수료를 지급했다. 이는 창신INC와 동종업종에 있는 경쟁사업자의 자재 구매대행 수수료율보다 약 2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이로 인해 서흥은 영업이익률과 자산규모, 이익잉여금 등 각종 재무지표가 급격히 개선됐다.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주로 참여하는 신발 자재 시장에서 서흥은 자신의 경쟁력이 아닌 부당한 지원으로 경쟁상 지위가 크게 강화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

특히 창신INC의 부당한 지원행위는 창신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과도 이어진다. 지원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한 서흥은 창신INC의 2대 주주가 됐다. 2018년 창신INC와 서흥은 합병을 검토한 바 있는데 만일 합병이 되면 정 회장의 자녀는 창신INC의 최대주주가 되는 셈이 된다. 즉 5000만원의 자본금으로 설립한 서흥으로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우량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꼴이 된다.

이는 총수일가가 절대적으로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만들고 부당지원으로 계열사의 가치를 높인 후 해당 계열사를 핵심 계열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기업들의 전형적인 방식과 같다.

이에 공정위는 창신INC에 과징금 152억 9300만원, 서흥 94억 6300만원 베트남 법인 62억 7000만원, 중국 법인 46억 7800만원, 인도네시아 법인 28억 1400만원 등 총 385억 1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창신INC에 대해서는 법인을 고발 조치했다.

한편 공정위는 “본사의 기획 지시 하에 해외계열사를 동원해 회장 자녀 회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행위를 적발해 해외계열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최초의 사례”라며 “부당지원행위는 기업집단의 규모와 관계없이 엄정하게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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