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이츠 폐업 100일, 외국계 기업 ‘먹튀’ 논란 여전
한국게이츠 폐업 100일, 외국계 기업 ‘먹튀’ 논란 여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0.14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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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흑자 내고도 코로나19 핑계로 일방적 폐업
외국계 기업 2곳, 5조 매출 올리고도 ‘법인세 0원’

[한국뉴스투데이] 흑자를 내고도 폐업을 단행한 한국게이츠 사태가 100일을 넘겼다. 노동계는 코로나19-경제위기를 빌미로 외국계 기업의 구조조정‧해고가 확산하고 있다며 이른바 ‘먹튀 자본’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코로나19 편승한 해고·폐업 노조파괴 사업장 철저한 국정감사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코로나19 편승한 해고·폐업 노조파괴 사업장 철저한 국정감사 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게이츠 사태는 미국 게이츠와 일본 니타가 지분을 공동소유한 회사가 코로나19를 이유로 지난 6월 26일 한국 사업장(대구 달성군) 폐쇄를 통보하며 시작됐다. 직원 147명 중 122명은 희망퇴직을 통해 회사를 떠났고, 25명은 일방적인 폐업에 맞서 100일 넘게 공장을 지키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노동자들은 30년간 흑자를 내고 최근 5년간은 매년 60억 원에 달하는 이익을 내던 회사가 코로나19를 핑계 삼아 일방적으로 공장 문을 닫았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책임은 소홀히 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른바 ‘먹튀 자본’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다. 또한, 한국게이츠가 한국 사업장 청산과 동시에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현대‧기아자동차에 납품할 계획이 전해지며 국내 완성차업체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게이츠 노동자들은 그동안 대구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다가 최근 대구시의회 의장단을 통해 한국게이츠 대구공장의 폐업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대구시의회는 “30년 흑자기업이 하루아침에 기업을 청산하고 철수하는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데 큰 자괴감을 느꼈다”며 “폐업의 부당함을 적극 알리고, 외국인 투자회사가 각종 혜택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관련 법 제정을 정치권에 촉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7일부터 노조는 상경투쟁을 시작해 국정감사가 끝날 때까지 매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와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오후에는 청와대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게이츠 흑자폐업으로 인한 대량해고 사태가 일어난 지 10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무 문제 해결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며 “대량해고 사태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책임지고 보호할 것인지 명확한 답변을 요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외국계 기업 2곳, 5조 매출 올리고도 ‘법인세 0원’
이 가운데 지난해 한국에서 조 단위 매출을 올리고도 법인세는 단 1원도 내지 않은 외국계 기업들이 드러나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입금액 5조 원 이상인 기업이 2개, 1조~5조 원 기업 7개, 5,000억~1조 원 기업 7개가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지난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수흥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15∼2019년 수입금액 구간별 외국계 기업 법인세 납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은 외국계 기업은 전체 신고법인 1만630개 가운데 4,956개로 46.6%에 이른다. 과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지만, 2018년 4,691개에 비해 265개 늘어났다.

국세청은 각국과의 조세조약에 따라 외국계 기업이 한국에서 올린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지사에서 거둔 수입의 대부분을 본사나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하면 그만큼 과세표준이 낮아져 한국에서 납부해야 할 법인세가 줄어든다.

외국계 기업은 이런 구조를 이용해 본사로 경영자문료, 특허사용료, 배당금 등을 보내 한국에 최소한의 소득만 남기거나 심한 경우 1원까지 본사로 송금해 한국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구글이 인앱 결제 의무 사용 및 수수료 30% 강제 부과 방침을 밝히며, 구글코리아의 매출 급증이 예상됨에 따라 과세 당국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구글코리아는 유한회사 형태로 공시 및 외부감사 의무가 없어 납세의무 회피 의혹을 꾸준히 받아왔다.

김수흥 의원은 “정당하게 얻은 이윤에 합당한 납세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며 “매년 지적돼 온 외국계 기업의 납세의무 회피에 대해 서둘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흑자를 내고도 폐업한 한국게이츠 문제로 불붙은 외국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국정감사를 계기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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