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중국 논란, 애국주의의 끝은
방탄소년단(BTS) 중국 논란, 애국주의의 끝은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0.15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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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 발언 파장 일파만파
중국 누리꾼 중심으로 방탄소년단 성토 분위기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중국 세력 확장 추진
하나의 중국 강조해서 애국주의 고취하려고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중국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BTS가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 중 한국전쟁을 ‘양국(한미)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국가 존엄 건드렸다’면서 분노한 것이다. 이런 중국의 분노에는 방탄소년단의 발언이 문제가 아니라 자국 내 민족 분열을 염려한 중국인들의 공포가 담겨 있다는 것이 국제적인 시각이다. ‘하나의 중국’을 외치는 중국으로서 방탄소년단의 발언을 계기로 애국주의를 부추기는 것이다.<편집자주>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0일 오후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펼치고 있다.(사진/뉴시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0일 오후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열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세계적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밴 플리트상 수상 소감 중 한국정쟁을 ‘양국(한미)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는 “국가의 존엄을 건드렸다”면서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그러면서 BTS를 저격하고 나섰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국가 앞에 아이돌 없다’(國家面前无爱豆!)란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타격

현대자동차와 의류업체 휠라, 삼성전자는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을 우려해 중국 웹사이트와 SNS계정에서 BTS와 관련된 광고와 게시물을 삭제했다.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라고 부른다. 즉, 미국에 대항해서 조선(북한)을 도운 전쟁이라는 뜻이다. 이 전쟁에서 중국은 20만명이 사망했다.

그런 의미에서 방탄소년단의 발언은 중국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 중국 누리꾼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을 도운 것이지 ‘대한민국’을 도운 것이 아니고 오히려 적으로 싸웠기 때문에 중국을 거론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누리꾼들은 계속해서 BTS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고, 중국 언론들도 방탄소년단에 대한 공격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중국인의 반응에 대해 우리나라 누리꾼들의 반응을 실어 오히려 중국 누리꾼들을 자극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한국 대형 증권사 연구원의 발언을 인용해 방탄소년단이 중국시장 의존도가 크지 않기 때문에 회사 실적이나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사실상 중국 누리꾼들을 자극하는 내용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이 방탄소년단의 발언에 대해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을 주시하고 있다. 역사를 교훈 삼고 미래를 바라보며 평화를 귀하게 여기고 우호를 촉진하는 것이 우리가 함께 추구하고 노력해야 할 바”라고 발언하면서 방탄소년단을 직접 공격하기 보다는 반어법 등을 사용해서 중국 누리꾼들을 자극하게 만들었다.

민족주의 고조

중국 누리꾼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서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 조슈아 웡은 민족주의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슈아 웡은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과 세계 사이에 중국 민족주의와 긴장이 고조되는 우려의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세력 확장을 가장 두려워하면서 그에 따른 차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 한 명이 11월 대선에서 승리를 한다고 해도 미중 무역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전략은 중국을 영토적으로 현재의 상황에 묶어 두는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지금의 상황에 묶어 두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미국이 계속해서 중국을 견제하고 공격하고 있다. 이런 견제와 공격에 대해 중국으로서도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하고 있고, 그에 따라 애국주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조슈아 웡이 ‘민족주의’라고 표현했지만 민족주의라기보다는 오히려 ‘애국주의’에 가깝다. 왜냐하면 중국은 수많은 민족들이 모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BTS)의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에서 리더 RM이 영상을 통해 팬덤 아미를 만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의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에서 리더 RM이 영상을 통해 팬덤 아미를 만나고 있다.(사진/뉴시스)

민족의 분열 우려도

중국의 가장 큰 우려는 바로 민족의 분열이다. 수많은 민족들이 모여 만든 국가인데 이 국가 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중국 공산당이 안고 있다. 티벳의 독립 등에 대해 계속해서 탄압을 하거나 홍콩 사태 등에 중국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중국 보수 누리꾼들이 방탄소년단을 공격함으로써 애국주의를 중국인들에게 고취시키는 효과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로써 ‘하나의 중국’을 실현시키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즉, 방탄소년단의 발언을 내부 결속 다지기용으로 사용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글로벌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방탄소년단이 단순히 중국에서만 인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BTS를 공격하면 공격할수록 결국 전세계에 있는 수많은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가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민도 그것에 있다. 자칫하면 국제적 왕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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