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만 3명 사망...택배 기사 '죽음과 사투 중'
10월에만 3명 사망...택배 기사 '죽음과 사투 중'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0.1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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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0월에만 3명의 택배 노동자 사망해
과로사 대책위 "과로사 대책 마련해야"
노동부, CJ대한통운‧한진택배 긴급점검

이번 달에만 3명의 택배 기사가 사망했다. 지난 12일 한진택배 기사와 쿠팡 택배 물류센타에서 일하던 일용직 노동자가 각각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앞서 8일에도 CJ대한통운 택배 기사가 업무 중 사망하면서 올해 총 10명의 택배 기사가 사망했다. 이로 인해 택배 기사들의 안전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에 대한 긴급 점검을 예고했다.<편집자주>

지난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하던 택배 기사 김모씨(36)가 사망했다. 사진은 한진택배의 한 물류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하던 택배 기사 김모씨(36)가 사망했다. 사진은 한진택배의 한 물류센터 모습.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번 10월에만 3명의 택배 노동자가 사망하면서 올해 사망한 택배 노동자는 10명으로 늘어났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택배 기사들의 배송 물량 과다, 심야 배송 등 업무 과다를 사망 이유로 지목했다.

“저 너무 힘들어요” 호소한 한진택배 기사 사망

지난 12일 한진택배 서울 동대문지사 신정릉대리점에서 근무하던 택배 기사 김모씨(36)가 사망했다. 김씨가 이날 출근을 하지 않자 집을 방문한 동료는 이미 사망한 김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숨지기 4일 전인 18일 새벽 4시가 넘도록 배송을 하고 동료에게 “저 너무 힘들어요”라고 호소했다.

김씨가 이날 새벽 4시 28분에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오늘 420(개)들고 나와서 지금 하월곡 램프타고 집에 가고 있다”며 “오늘 280(개)들고 배밭골 9시에 들어와서 다 치지도 못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면서 “저 집에가면 (새벽)5시. 밥먹고 씻고 바로 터미널가면 한숨도 못자고 나와서 또 물건정리해야한다”고 토로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과로사 대책위)에 따르면 김씨는 7일 420개의 택배를 받아 배송했고 6일에도 301개의 택배를 배송했다. 추석연휴 전주인 22일에도 323개, 23일 301개, 25일 249개, 26일 220개 등 살인적인 물량을 감당하고 있었다.

한진택배는 업계 1위인 CJ대한통운보다 물량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사 한명당 배송하는 구역이 넓다. 배송 지역이 넓어 한진택배에서 200개를 배송한다는 것은 CJ대한통운의 3~400개 배송과 맞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김씨가 7일 맡은 420개의 택배 물량은 CJ대한통운의 8~900개 수준인 셈이다.

이같은 한진택배의 살인적인 물량도 문제지만 지난 8월 한진택배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택배 종사자의 휴식 보장을 위해 매년 8월 14일은 택배 쉬는 날로 정하고 심야 배송 자제, 택배종사자의 건강 보호, 안전하고 효율적인 작업환경 구축 등을 위한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김씨의 사망으로 심야 배송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특히 한진택배는 김씨의 사망과 관련해 200개 내외의 물량을 배송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심혈관 장애 등 지병도 있었다고 말하는 등 다른 입장을 보였다.

쿠팡 물류센타 직원‧CJ대한통운 택배 기사도 사망해

김씨 외에도 같은 날 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택배 포장 지원 업무 등을 담당하던 일용직 노동자 장모씨(27)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장씨는 업무 이후 집에서 사망했다. 과로사 대책위는 장씨가 술, 담배를 하지 않았고 때때로 연장근무를 한 것으로 파악해 과로사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8일 업무 중 호흡곤란으로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유족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면담요구 방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사진/뉴시스)
지난 8일 업무 중 호흡곤란으로 숨진 CJ대한통운 택배기사의 유족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열린 면담요구 방문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했다.(사진/뉴시스)

앞서 8일에는 CJ대한통운 강북지사 송천대리점의 택배 기사 김모씨(48)가 업무 중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김씨는 하루 평균 400여개의 택배 물량을 처리하고 매일 9시 이후에 퇴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올해 택배 노동자의 사망은 7건으로 지난 1월 자택에서 사망한 우체국 택배 기사 김모씨, 3월 배송 중 빌라 계단에서 사망한 쿠팡 택배 기사 김모씨, 4월 자택에서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김모씨, 5월 자택에서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정모씨,

6월 배송 중 사망한 로젠택배 박모씨, 7월 휴일에 직접 응급실을 방문했다 사망한 CJ대한통운 택배 기사 서모씨, 8월 택배없는날 심정지로 사망한 CJ대한통운 이모씨 등 이 업무 중 혹은 자택에서 사망했다. 이번 달 3명의 택배 기사가 사망으로 올해 10명의 택배기사가 사망한 셈이다.

이 중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는 5명으로 사망한 인원의 절반에 달한다. 이는 업계 1위인 택배회사의 내부 관리에 대한 비난이 커지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사망한 김씨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가 대필로 쓰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양 의원은 “김씨 신청서의 필체와 다른 사람의 신청서 필체가 같아 한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현재 김씨는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로 인해 산재보험 적용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고용부, CJ대한통운‧한진택배 긴급점검 예고

며칠 새 택배 기사들의 사망이 이어지자 고용노동부는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 택배회사와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고용노동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에서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택배사와 대리점이 택배기사에 대한 안전 및 보건 조치를 법률에 따라 이행했는지 여부를 점검한 뒤 위반 사항이 확인될 경우 조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오는 21일부터 CJ대한통운과 한진택배 등의 주요 서브 터미널(지역별 배달 거점)과 대리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점검에 들어간다. 또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 6000명을 상대로 면담 조사도 벌일 예정이다.

또한 CJ대한통운의 택배기사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서 대필 의혹에 대해서도 근로복지공단에 제출된 신청서를 전수 조사하고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비율이 높은 대리점에 대해 신청 과정에서의 강요 여부 등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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