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산업‧수출입은행’ 국책 은행들 왜 이러나
‘기업‧산업‧수출입은행’ 국책 은행들 왜 이러나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0.2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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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직원이 76억원 대출하는 동안 무방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정권 지지 건배사로 곤혹
수출입은행, 재택근무 중 여행간 직원 징계 약해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들이 국감의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5년간 벌어진 금융사고 피해액 중 기업은행과 산업은행에서 가장 많은 피해액이 발생하는 등 국책은행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은 것도 모자라 기업은행 직원의 셀프대출, 수출입은행 직원의 재택 근무 중 제주도 여행 등 국민경제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국책 은행의 문제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편집자주>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들의 문제가 국감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 왼쪽부터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사진/뉴시스)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들의 문제가 국감의 화두로 떠올랐다. 사진 왼쪽부터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번 국감에서 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들이 여야 의원들의 강한 질타를 받았다.

기업은행, 금융사고 피해액 1위 셀프대출까지

기업은행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최근 5년간 벌어진 금융사고 피해액 중 가장 많은 피해액을 기록하는 동시에 전체 피해액의 30%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내은행의 금융사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총 185건의 금융사고로 4792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 중 기업은행은 1337억원으로 가장 많은 피해액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내부 적발률은 33%에 머물렀다. 이는 제도와 관행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문제와 내부 감사에 대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또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기업은행에서 받은 ‘대출취급의 적정성 조사’ 문건을 보면 경기도 화성 지점의 한 직원은 가족들의 명의로 2016년 3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75억7000만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을 실행했다.

이 직원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 등이 대표이사로 있는 법인기업 5개에 73억3000만원어치, 개인사업자에는 2억4000만원어치 등 경기 화성에 위치한 아파트 14건을 포함해 아파트 18건과 오피스텔 9건, 경기 부천의 연립주택 2건 등 총 29건의 부동산을 사들였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해당 직원의 부동산 차익은 60억원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던 기업은행은 뒤늦게 해당 직원을 면직 처리했지만 미비한 시스템 문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정치적 건배사로 시비

산업은행 역시 최근 5년간 벌어진 금융사고 피해액 4792억원 중 기업은행에 이어 1297억원으로 2번째로 많은 피해액을 기록했다. 금융 사고의 내부적발률도 40%에 머물렀다.

금융사고 피해액 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출을 돕는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에게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 상품을 이용하도록 해 물의를 빚었다.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은행에게 받은 상호출자제한기업 집단의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25곳이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 상품을 이용해 대출된 금액은 3116억원이었다.

이들 기업은 중소‧중견기업 전용 대출 상품을 이용해 대출을 받음으로 0.3%포인트의 금리 우대를 받았다. 송 의원은 산업은행의 이같은 대출 착오는 결국 내부 관리가 부실하다는 증거라 지적했다.

특히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의 최근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전기 만화책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이 전 대표가 하신 말씀 중 가장 절실하게 다가온 것은 우리(민주당)가 20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건배사로 “가자 20년, 대한민국 1등 국가”를 외쳐 논란이 됐다.

이는 국책은행장이 현재 정권의 향후 20년 지지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으로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지 못했고 정권에 대한 아부성 발언이라는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국감장에서 “실수를 인정한다”며 “발언 실수에 대해 이미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재택 근무 직원 여행에 솜방망이 징계

이처럼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외에 수출입은행도 직원들의 복무 기강 해이가 이번 국감에서 도마에 올랐다.

19일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수출입은행에서 받은 ‘2020년 징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수출입은행 직원 중 업무와 관계없는 징계는 1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 중 제주도로 여행을 간 직원에게 견책 징계가 내려졌다. 견책은 주의를 주는 것으로 그치는 가장 가벼운 징계다. 재택근무 중 여행을 간 직원도 문제지만 이를 가볍게 넘긴 은행도 문제가 된 것.

또 직장 내 성희롱, 부서 경비 사적 유용, 직원용 사택에 살면서 갭투자 등의 문제로 각각의 징계를 받았다.

유 의원은 수출입은행의 복무 기강이 해이한 것도 문제지만 수출입은행이 운용하고 있는 징계 포상 감경 제도도 문제삼았다.

수출입은행은 표창을 보유한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는 징계 포상 감경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징계 대상자가 표창을 가지고 있는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있는 제도다.

문제는 수출입은행 1216명의 전 직원 중 793명, 즉 65%의 직원이 징계를 감경할 수 있는 표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문제가 생겨 징계를 받는다고 해도 감경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 의원은 “최근 5년간 징계 현황을 보면 포상 감경을 받은 대상자들은 고위직 간부로 징계가 이닌 주의 촉구에 그쳤다”며 징계의 실효성을 지적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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