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 속출, 정치권 계산 복잡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 속출, 정치권 계산 복잡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0.23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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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성역화된 K방역, 백신 접종 사망자 속출
백신 접종 공포감, 야권의 좋은 무기가 될 수도

접종 유지 vs 접종 중단, 고민 깊은 더불어민주당
과학의 영역에 정치 잣대 들이대는 것은 신중해야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정치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 사망 사태는 정치권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생각이었지만 독감 백신 접종이 이런 성역화를 무너뜨리고 있다. 그에 따라 여야의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사안에 따라 여야의 정치적 공방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편집자주>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어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맞고 있다.(사진/뉴시스)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자가 12명으로 늘어난 22일 서울 강서구 한국건강관리협회 서부지부에서 한 시민이 독감 예방 접종을 맞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소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이 여야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민적 영웅이 된 정 청장이기 때문에 그녀를 공격한다는 것은 사실상 국민적 분노를 건드리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언론에서는 내년 4월 재보선에 서울시장 후보로 정 청장이 나설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만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정치적 입지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적 인기는 곧 정치적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장 후보 넘어 차기 대권 주자까지

더불어민주당이나 정 청장 모두 부인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녀의 현재 인기는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르기 충분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계보건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만큼 정치적 입지가 넓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코로나19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에 발을 담근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정 청장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읽혀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야당으로서는 K방역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비판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라고 할 수 있는 K방역의 성역화를 깨부수는 것이 숙제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4.15 총선 역시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코로나19 사태가 갖고 온 변수로 인해 자유한국당이 참패했다.

이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인 K방역을 깨부수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에 그의 수장인 정 청장을 공격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 속출은 야당으로서는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백신 접종 공포가 국민에 만연하게 된다면 정 청장의 성역화에 대한 공세를 취할 수 있고, 그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K방역에 대해 공격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하나 남은 K방역

야권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성과 중 K방역 하나만 남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남북 교류 사업은 북한이 우리에게 적대시하면서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경제 역시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나왔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비난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유일한 성과가 바로 K방역이다. 그런데 독감 백신 접종 공포가 휩싸이게 된다면 K방역 성과를 무너뜨리게 되면서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게 되는 셈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또한 정 청장의 성역화도 동시에 무너뜨림으로써 정 청장이 차후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한다는 전략이다.

거꾸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게 된다면 결국 정 청장을 공격하는 셈이다. 이는 정 청장의 성역화를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문재인 정부 K방역 성과를 무너뜨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백신 접종 사망자 속출에 대한 지적을 쉽게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있다면 백신 접종 사망자는 계속해서 속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 중단해야 하나

더욱이 독감 백신 접종을 중단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여당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야당은 독감 백신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접종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만약 백신 접종을 중단하게 된다면 이로 인해 독감이 대유행을 탈 수도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국민적 공포감이 형성된 상태에서 독감이 대유행을 타게 된다면 K방역 성과가 무너지게 된다.

이런 이유로 여권으로서는 백신 접종을 중단할 수 없다. 하지만 백신 접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그에 따라 사망자가 속출하게 된다면 그로 인한 공포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즉, 여권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된다. 이런 이유로 여권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불어미누당이 백신 접종 이슈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백신 접종을 중단할 것인지 계속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고민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여권 관계자들은 백신 접종은 정치 영역이 아니라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결국 정 청장의 결정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과학의 영역에 자꾸 정치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로 인한 파장이 상당히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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