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 올라온 신생아 입양 두고 갑론을박
당근마켓에 올라온 신생아 입양 두고 갑론을박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10.29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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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미혼모, 입양 절차 진행 중 홧김에 판매 글 올려
입양 절차를 두고 간소화 vs 축소 반대 의견 팽팽해
이번 논란에 여가부 “정책 사각지대 없게 정책 점검”

최근 모바일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 36주 된 아이를 입양 보낸다는 내용의 판매 글이 올라와 파문이 일었다. 작성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입양 절차와 미혼모 지원 대책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입양과정 중 출생 신고와 숙려기간이 오히려 미혼모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입양 절차를 축소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면서 미혼모 지원 정책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편집자 주>

▲ 최근 모바일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 36주 된 아이를 입양 보낸다는 내용의 판매글이 올라오면서 입양 절차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뉴시스)
▲ 최근 모바일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 36주 된 아이를 입양 보낸다는 내용의 판매글이 올라오면서 입양 절차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모바일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에 아이를 입양한다는 충격적인 글이 올라왔다. 이번 사건에 대해 미혼모단체에서는 미혼모가 왜 자신의 아이를 입양 보내려 하는지에 대해 맥락을 이해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36주 된 아기 20만 원에 팝니다’ 당근 마켓 입양 사건

지난 16일 오후 제주도에서 거주 중인 미혼모 A 씨는 당근마켓에 아이의 사진을 올리고 거래 금액으로 20만원을 책정해 입양을 보낸다는 글을 올렸다.

이러한 판매 글은 제주도 지역 맘카페를 통해 퍼져나갔고 판매 글을 목격한 일부 네티즌들은 게시자를 112에 신고했고 처벌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A씨는 체포돼 지난 18일 1차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애초 판매 글에서 아기를 36주라고 적었지만 실제로는 지난 13일 아이를 출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당시 산후조리원에 입소한 첫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조사에서 아이 아빠가 현재 없는 상태로써 아이를 낳은 후 미혼모센터에 친권 포기를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내는 절차를 밟았지만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화가 나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 또 잘못된 행동임을 깨닫고 바로 글을 지웠다고 말했다.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혼모 지원과 입양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A씨가 거주 중인 제주도에서는 지난 25일 입양·미혼모·여성 등 관계기관과 함께 입양제도에 대한 점검에 나설 것이라며 대책을 발표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혼자 키울 수 없다면 입양 절차 등 우리 사회가 이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제주도에서 이런 일이 발생한 만큼 제주지사로써 책임감도 느낀다”며 대책 마련을 암시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 ‘간소화 vs 축소 안 돼’ 판매 글이 불러온 입양 절차 논란

이같은 사건이 알려진 뒤 현행 입양제도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다. 입양 절차의 간소화 여부가 주요 골자다.

현행 입양 제도는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우선 출생 신고를 해야 하며 관련 기관과의 상담을 진행한 이후 7일간의 숙려기간을 부여받게 된다. 숙려기간을 부여받는 이유는 입양에 대한 충분한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출생 신고와 숙려기간이 오히려 미혼모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모 등 직계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나 출산 예정일보다 빠르게 출산을 하는 경우에는 미혼모가 산후조리 과정에서 출생 신고를 직접 하기 어렵다는 것.

특히 숙려기간의 경우 갑작스러운 출산 시 산후조리비 등 미혼모 본인의 경제적 부담이 더욱 커지기 때문에 숙려기간 7일이 꽤 길게 느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 산후조리원 이용비는 일주일에 100만원이 넘는다. 이마저도 코로나19로 인해 구하기 어려운 실정인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액은 70만원에 불과해 턱없이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입양 절차를 축소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축소 반대 측에서는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이의 경우 나중에 친모를 찾아줄 수 없기 때문에 입양이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시설로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이렇듯 입양절차에 대해 논란인 가운데 미혼모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여성가족부가 대책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 이렇듯 입양절차에 대해 논란인 가운데 미혼모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여성가족부가 대책을 내놨다. (사진/뉴시스)

◇ 미혼모 지원 확대에 여가부 응답하나

이렇듯 입양 절차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는 가운데 미혼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인구보건 협회가 지난 2018년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혼모의 월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으로 한 달에 수입이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61.6%는 근로소득이 없다는 응답을 남겼다.

실제 최소한의 의료비 지원을 받는 미혼모로서는 소득 활동이 없는 상태에서 양육을 위해 빚을 지게 되고 이로 인해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입양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외 입양 건수는 681건으로 이중 미혼모의 자녀들은 61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여성가족부가 미혼모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나섰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 22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인 구세군 두리홈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장관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홀로 생계와 가사, 자녀 양육을 동시에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가족들처럼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은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한부모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한부모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의 57% 정도에 불과해 한부모가족들이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과 차별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정부는 미혼모자 가족들에게 자녀를 양육하면서 학업과 직업훈련 등을 할 수 있도록 숙식과 분만 무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전국 17개 미혼모 거점기관에서 지원했지만, 홍보 부족과 무관심으로 인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여가부는 이번 간담회 결과를 바탕으로 미혼모자 가족의 실질적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이 개선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편견으로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자 가족들이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정책을 점검하고 세밀하고 정교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당근마켓 입양 사건과 관련해 입양 절차와 미혼모 지원에 대해 여러 지적이 나오는 만큼 여성가족부와 정부가 어떤 식으로 정책을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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