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승부사 홍남기, 사표 제출 소동 한바탕
정치적 승부사 홍남기, 사표 제출 소동 한바탕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1.04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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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등 사퇴 압박 정면 돌파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 적용 기준을 현행 10억원 보유자로 하느냐 4억원 보유자로 낮추느냐를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갈등을 보여왔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퇴 압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를 두고 세간에서는 정치적 승부를 던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재신임을 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홍 부총리의 사퇴 압박 파동은 수그러들게 됐다.<편집자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직 사실을 밝혔다.(사진/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직 사실을 밝혔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3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표를 냈다”고 고백해 한바탕 난리가 났다.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 부총리는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오늘 사의 표명을 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윤후덕 기재위원장은 “질문도 없는 상황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스스로 밝혀 애써 준비한 정책 질의와 예산 심의를 위축시켰다”고 질책했다.

사직서 타이핑으로 전달

홍 부총리는 전체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사직서를 타이핑을 해서 전달했다고 밝혔다. 또한 반려 소식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홍 부총리가 이날 오전 화상연결 국무회의 직후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면담하고 사의를 표명했지만 대통령이 곧장 반려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가 면담과 반려 사실을 밝히지 않은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 존중 때문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사직서 제출 과정과 반려 과정에서 청와대와 홍 부총리가 엇박자가 난 것이다. 이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자신의 사의 사실을 국회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공공연하게 밝혀도 되느냐의 문제도 떠올랐다. 그만큼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것이다.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주식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적용하는 기준을 현행 10억원 보유자로 하느냐 아니면 3억원 보유자로 낮추느냐 때문이다. 결국 여당 주장대로 10억원을 유지하게 되면서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재부는 지난 2017년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는데 이미 3억원으로 낮췄다. 이런 시행령이 무산된 것에 대해 홍 부총리가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현행(10억 원)대로 가는 것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제가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도 한 몫

홍 부총리가 사의를 표명한데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홍남기 기재부 장관 해임을 강력히 요청합니다’라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20만명을 돌파했다.

대주주의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하게 되면 동학개미들의 주식참여 열의가 꺾여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동학개미들의 반발에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조차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으로 유지하려고 했지만 홍 부총리는 3억원의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해임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런 청와대 국민청원 글은 홍 부총리로 하여금 움직임의 폭을 좁히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정치적 승부로 사의를 표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의를 표명하고 문 대통령이 재신임함으로써 기재부를 확실하게 장악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함에 따라 12월 개각이 불가피하다. 이런 이유로 홍 부총리가 개각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런데 이번 재신임 파동으로 인해 홍 부총리는 12월 개각 명단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요건 강화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홍남기 목소리 높아질 기회 얻어

홍 부총리는 그동안 당정청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소신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정할 때에도 한발 물러나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제 홍 부총리는 재정준칙과 관련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는 지난 10월5일 국가 채무 비율 60%와 통합재정수지 비율 마이너스(-) 3%를 기준으로 하는 한국형 재정 준칙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국회 국정감사에서 코로나19 여파가 언제 끝날지 모르느 시기에 재정준칙을 도입해야 하느냐라면서 여야 모두에게 공격을 받았다.

이제 문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재정준칙을 밀고 나갈 힘을 얻게 됐다.

무엇보다 여당의 견제를 막아낼 방패를 얻었다는 점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넓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홍 부총리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한 것을 제대로 밀고 나가지 못한 상황인데 이제 재신임을 얻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갈 기회를 얻게 됐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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