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놓고 국민의힘 고민, 띄워? vs 말아?
윤석열 놓고 국민의힘 고민, 띄워? vs 말아?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1.05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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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윤석열 때리기, 정치적 입지 높아져
이낙연 vs 이재명 vs 윤석열 3자구도로 재편

주호영, 검찰총장 대권 거론 바람직 하지 않아
제3지대론에 원심력 작동, 국민의힘 공중분해도

국민의힘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권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윤 총장이 야권 제1후보로 떠오르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그로 인해 정치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는 윤 총장이 야권 차기 대권 주자 1위를 달리고 있더라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자칫하면 제3지대 형성론으로 인해 당의 원심력이 작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편집자주>

8개월여 만에 지방 검찰청 순회에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8개월여 만에 지방 검찰청 순회에 나선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은 퇴임을 하고 나면 국민에게 봉사할 기회를 찾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정치에 뛰어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 총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차기 대권 주자 3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야권 대권주자 1위를 달린다는 것은 엄청나게 이례적이다. 윤 총장이 야권 대권주자 1위가 된 것은 여권의 윤 총장 때리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

우선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을 근거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 장모 사건과 함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로 인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결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여당 소속 의원들은 국회 국감에서 계속해서 윤 총장 때리기에 나섰다. 이런 이유로 올해 국감은 ‘추미애 vs 윤석열’ 구도로 이어진 국감이었다.

다른 이슈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뇌리 속에는 ‘추미애 vs 윤석열’ 구도가 남아 았으면서 윤 총장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10월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21.5%를 기록했고, 이 지사와 공동 1위를 차지했다. 윤 총장은 전주 대비 6.7%포인트 상승한 17.2%를 기록해 최고치를 갱신하며 3위를 이어갔다.(이번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1.9%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당 소속 의원들이 계속해서 윤 총장을 때리자 결국 윤 총장 지지율이 상승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을 성장시킨 것은 여당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당장 여권은 당혹스런 분위기다. 자신들의 윤 총장 때리기는 검찰개혁을 위한 때리기였지만 그것이 오히려 윤 총장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달가워하지 않는 국민의힘

반면 국민의힘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4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립을 엄정히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분들이 현직에 있는 동안 정치 관련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 인물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의 등장은 기뻐해야 할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달궈워하지 않는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정치도 종합예술이고 고도의 경륜이 필요한데 밖에서 국민 속 시원하게 해줬다고 그래서 정치권으로 데리고 와서 그분들이 그전에 쌓은 성과까지도 까먹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저는 일관되게 정치도 훈련이 필요하고 갑자기 정치권에 들어오는 것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포함된 이혜훈 전 의원 역시 현직 검찰총장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윤 총장이 어떤 정치적 행보를 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은 윤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 주자로 나설 수 있느냐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돌풍을 일으켰던 인물들 상당수가 제1야당에서 대선 주자로 활동한 것이 아니라 제3지대를 형성했고, 제3지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안철수 국미의당 대표이다.

이는 다른 후보들도 비슷하다. 국민적 인기를 얻어 돌풍을 일으킨 사람들이 대선 출마를 할 때 여당이나 제1야당이 아닌 새로운 지대를 만들어 출마를 한다.

이런 이유로 윤 총장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의 등장은 반가운 것이 아니라 달갑지 않은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해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청사 로비에서 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오후 대전 서구 대전고등검찰청을 방문해 검사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청사 로비에서 검사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사진/뉴시스)

제3지대 형성은 결국 국민의힘 무너지는 것

윤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3지대 형성을 외친다면 국민의힘은 100% 무너질 수밖에 없다. 즉, 탈당 사태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의 등장이 결코 달갑지 않은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정권탈환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제3지대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대선 주자들이 성공한 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 역시 국민의힘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윤 총장의 정치적 역량이 어떠한지 아직 가늠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윤 총장의 등장을 결코 기버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제3자로 윤 총장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원심력이 작동하지 않으면서 정치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선이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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