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계약서…자영업자 울리는 불공정 임대차 계약
기울어진 계약서…자영업자 울리는 불공정 임대차 계약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11.07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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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보장임대료로 인한 임대인-건물주 갈등 증가
국회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통과시키는 등 압박
야당 중심으로 강한 반발...정부 역할론 주문하기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자영업이 존폐기로에 선 가운데 임차인과 건물주 간의 불공정 계약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특히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최소보장임대료를 받고 있어 매출이 부진한 입점 업체에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란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표준임대료제에 6년 전세 보장을 골자로 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싸늘하다. 이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가 임대차 계약으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상가 임대차 계약으로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9월 국회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임차인의 권익 보호에 나섰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재산권 침해 등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 최소보장임대료에 휘청이는 자영업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기침체로 인해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상가 임대차 계약으로 인한 갈등이 불거졌다.

지난 1일 MBC 스트레이트에 따르면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음식점은 코로나19로 직장인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진 와중에 건물주로부터 지금 납입하는 월세는 물론 보증금까지 두 배로 올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해당 건물의 주인은 싱가포르 투자청이고,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는 영국계 대형 부동산 기업인데 문제는 계약 기간 5년 중 절반의 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이런 무리한 요구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요구의 근거로는 ‘최소보장임대료’가 있다. 최소보장임대료란 장사가 잘되면 그것에 비례해 임대료를 더 많이 내지만 장사가 부진해도 최소금액의 임대료를 반드시 내야 하는 형태를 일컫는다.

이로 인해 장사가 부진할 경우 최소 금액의 임대료를 맞춰 입금하기 위해 빚을 지게 되는 구조이므로 결과적으로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손해가 나는 상황이라는 것.

이러한 임대료 방식은 주로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 복합쇼핑몰 상당수에 적용되고 있으며 폐업한다고 해도 위약금에 시설복구비까지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임차인 불평등 계약으로 꼽히고 있다.

◇ 최소보증임대료 논란에 움직인 정치권

이 같은 논란이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이 움직이기 시작한 가운데 대기업 복합쇼핑몰 중 홈플러스가 우선 연말까지 최소보장임대료를 적용하지 않기도 하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9월 국회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강하게 압박하기 시작했다. 해당 법안은 코로나19의 장기화를 감안해 1급 감염병이 유행할 경우 상인들이 임대료를 삭감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치권에서는 대규모유통업법 17조에 최소보장임대료 계약을 금지하는 조항을 추가하는 등 아예 최소보장임대료를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 산하 분쟁조절위원회가 열려도 건물주가 수용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데다가 실제 법적 분쟁으로 갈 경우 재판 결과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고 이길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사실상 실효성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개정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건물주가 임차인의 가격 인하 요구를 수용하면, 다음 계약에서 월세 5% 상한 규정과 상관없이 임대료를 올려받을 수 있어 대부분 1년씩 갱신하는 상가계약의 특성상 1년이 지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소보장임대료의 계약 조항이 불공정한지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민간 부문의 사적인 계약에 정치권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건물주 등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최소보장임대료가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이 나섰다. 그러나 이를 두고 사적 계약에 정치권이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소보장임대료가 문제로 떠오르자 정치권이 나섰다. 그러나 이를 두고 사적 계약에 정치권이 개입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개정안에 불거진 재산권 침해 논란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개정안이 재산권 침해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나왔다.

국민의힘 부동산시장정상화특별위원회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으며 위헌성이 심각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임대인들 역시 개정안에 대해 반발하는 모양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해 월세를 감면해주는 등 이른바 ‘착한 건물주 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개정안으로 일부 건물주는 버티기 어려울 수 있으며 건물 자체의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여당에서 통과시킨 법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되는 부분이다. 특히 임차인들 역시 오히려 건물주와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면서 우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임차인들에게 혜택이 아닌 피해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임대료를 그대로 두고 관리비 항목을 신설하면서 관리비를 올려받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리는 일부 건물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우려섞인 진단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 개정안이 위력을 발휘하기 힘든 부분이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꼬집었다. 일회성 정책들로는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집합금지 명령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건물주에 정부가 긴급행정명령을 부여해 임대료 감면 혹은 감면의 일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상생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렇듯 코로나19로 인해 건물주와 임차인 모두가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어떤 대책으로 상생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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