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대리 스펙 입건에도 침묵하는 교육부, 무엇이 문제인가
수험생 대리 스펙 입건에도 침묵하는 교육부, 무엇이 문제인가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11.12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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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대필·대작 입시 컨설팅 업체, 학생들 입건
학종 관심 중학교까지 이어져...동아리도 인맥으로
입시 비리 터져나오지만...학교 자체 선별시스템 없어

최근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입시 전문 컨설팅 학원에 돈을 내고 대작·대필해 입상한 학생들과 학원 관계자들에 대해 경찰이 입건해 수사에 착수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교육부는 이러한 사태에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계를 중심으로 대리 스펙을 만드는 행위가 대학의 학생 선별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라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최근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대리 스펙을 만들어준 업체와 학생들이 최근 수사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 최근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위해 대리 스펙을 만들어준 업체와 학생들이 최근 수사를 받았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비교과 과목에서의 활동이 경쟁력인 것을 이용해 일부 입시 컨설팅 학원이 돈을 받고 대회 제출품을 대리로 만드는 등 부정 입시가 해마다 나오고 있다.

◇ 돈 내면 스펙 만들어 드립니다

지난달 30일 경찰은 각종 대회에 제출할 제출물을 돈을 받고 대신 작업해 준 입시학원 관계자들과 학생 등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의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들 입시 컨설팅 학원은 학생들의 입시 스펙 관리를 이유로 돈을 받고 독후감이나 소논문 등 학생부에 올릴 수 있는 수상 실적을 만들어 준 것으로 드러났으며 입건된 학생 중 재학생도 다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입시 컨설팅 학원의 경우 입시설명회나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학종으로 대학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을 모집해 작품당 100만 원이 넘는 돈을 받고 전담 강사와의 1대1 맞춤 스펙 관리를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전에 사용됐던 대작·대필 제출물을 재탕해 사용했고, 이를 통해 수상한 학생들의 실적을 학원 홍보자료로 사용하기도 했다.

경찰이 이들 중 교내외 대회에서 수상한 학생들만을 업무방해죄로 검찰로 송치하면서 주무 부처인 교육부에 결과를 통보했지만, 정작 교육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경찰의 수사에도 이들 학생은 2021학년도 입시에 영향이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주요 대학들은 수능 이후인 오는 12월 27일부터 학종 전형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어서 교육부가 이들에 대한 제재 움직임을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 중학교까지 내려온 학종 열풍

학종으로 인한 입시 비리가 문제로 떠오른 데에는 학종의 맹점을 노린 입시 컨설팅 업체의 난립을 꼽을 수 있다.

학종이란 시험 성적 같은 객관적 지표보다는 비교과 영역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창의적인 인재를 발탁하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수시 전형으로 상위권 대학교들의 주요 학생 선발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해당 전형은 비교과 부문에서 합격 여부가 갈리는 만큼 다양한 활동을 내실 있게 했느냐가 핵심으로 꼽힌다. 이로 인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이를 컨설팅 해주는 업체들이 난립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학종에 대한 관심이 중학교로 내려왔다는 점이다. 자녀들을 특목고나 자사고로 보내기 위해 중학교 때부터 학생부 관리에 신경을 쓰는 학부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학생부에서 요구하는 출석일까지 정확히 계산하고 매년 학생부에 등록이 가능한 대회 등을 살펴보는 학부모도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엄마들 사이에서 ‘어느 학교가 학생부를 잘 써준다’라는 소문이 돌면 아예 그 학교로 전학을 보내 도움을 받으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학종에 사용하는 포트폴리오도 일관되게 작성하는 방식이 유행으로 떠오르면서 동아리 역시 인맥을 통해 들어가기도 하는 등 사실상 학종이 명문대 진학을 위한 초석으로 사용되고 있다.

◇ 입시 비리 불거져도 대학 자체 선별 시스템 부재

이렇듯 최근에는 중학생들에게도 학종이 상위권 대학을 입학할 수 있는 수단으로 쓰이는 가운데 최근 몇 년간 각 대학에서 학종 관련 입시 비리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부정입학으로 인정돼 입학 취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지난해 국감에서 김현아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학생부종합전형 부정적발 현황'을 살펴보면 부정적발로 불합격 처리되거나 입학이 취소된 경우는 9건에 불과했다.

특히 9건의 부정적발 현황 중 교육부나 민원 등을 통해 적발된 경우가 6건이었으며 대학 자체 부정적발은 3건에 불과해 대학교 자체 감시 시스템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교육계를 중심으로 학종에 대한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사실상 고소득층이나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에 유리한 것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러한 입시 비리가 밝혀질 경우 대학교와 교육 당국이 나서서 학종 전형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생기지 않도록 조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학종에서 입시 컨설팅 업체 없이 자신의 노력만으로 수상한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육부가 나서서 정리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교육부는 수사기관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학생들의 불이익이나 허위 기재 여부 등을 조사하기는 힘들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종의 시작은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과 창의적 활동으로 대학에 입학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사교육의 파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입시 비리와 관련해 학종을 폐지하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교육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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