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사망 노동자 산재두고 유족과 갈등
쿠팡, 물류센터 사망 노동자 산재두고 유족과 갈등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1.13 16: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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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센터에서 일한 장덕준씨 유족들 산재 시청
장씨 열악한 환경, 과다 업무, 초과 근무 시달려
쿠팡 "고인의 죽음 악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지난 10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근무했던 고 장덕준 씨(27)의 사망을 두고 유가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진행하며 쿠팡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유족들은 초과 근무와 업무 과다 등을 이유로 장씨가 과로사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쿠팡은 유족들이 원하는 자료를 넘겨주지 않으며 비협조적인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택배기사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정부가 택배기사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 대책을 제시했다. 이번 장씨의 사망으로 택배기사의 과로사와 함께 사각지대로 지목된 물류센터의 업무 환경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편집자주>

지난 10월 12일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고 퇴근한 장덕준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장씨의 죽음이 과로사라 주장하며 산재 신청을 접수했다.(사진/뉴시스)
지난 10월 12일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일하고 퇴근한 장덕준씨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유족들은 장씨의 죽음이 과로사라 주장하며 산재 신청을 접수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지난 6일 장씨의 유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에 장씨가 과로사로 사망했다며 산재 신청을 접수했다.

유족들이 장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보는 이유

장씨는 지난 10월 12일 새벽 4시 업무를 마치고 6시경 집에 도착, 욕실에서 샤워를 하던 중 욕조 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진단서 상 사인은 미상으로 유족들은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실시했지만 현재 부검감정서는 미발급된 상태다.

유가족들이 장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보는 이유는 건장한 청년이었던 장씨가 쿠팡에 취직한 후 몸무게가 줄어들 정도의 열악한 환경과 업무 과다, 시간 초과 근무 등에 노출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생전 장씨는 음주와 흡연을 하지 않았고 학생 시절부터 태권도 4단 등 운동으로 단련된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는가 하면 사망 이전 기저질환 등 특별한 진료 내역이 없고 뇌‧심혈관질환 관련 가족력이 없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하지만 지난 7월부터는 장씨는 냉방이 제대로 안되는 실내 작업공간에서 마스크를 쓰고 작업하는 등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일했다. 올 초만해도 75kg이었던 장씨는 사망 직전 몸무게가 60kg에 불과했다.

유족들은 열악한 환경도 문제지만 과도한 업무도 문제였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대구칠곡물류센터(9동) 7층에서 ‘워터 스파이더’로 근무했다. 현장에서 스파이더로 불리는 장씨의 업무는 물류센터내 출고 공정업무에서 세부적으로 수행되는 집품, 포장, 푸시, 레일, 박스, 리빈, 리배치 등 전체 출고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시키는 역할이다.

즉, 각 층 엘리베이터를 통해 들어오는 수백kg의 물품 박스를 밀고당겨 기계와 수레에 싣고 적재 배열시키는 등 중량물을 이동 운반하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다. 또 박스 묶음이나 포장부자재 이동 운반, 컨베이어 벨트 주위 각종 적재 박스 이동 정리, 집품 지원 등 업무가 매우 많고 다양하다. 생전 장씨는 동료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자신이 근무하는 7층의 업무가 과다하다고 호소한 바 있다.

이어 유족들은 업무 시간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장씨는 2019년 6월 입사부터 사망까지 오후 7시에서 오전 4시까지 근무하는 야간고정 근무직이었다. 하지만 물량에 따라 최소 10분에서 최대 1시간 30분까지 예측할 수 없이 연장근무가 이뤄졌다.

또 주 5일 근무에 2일은 휴무가 정해져 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택배물량이 증가하면서 사망 전 3개월 동안 주6일이나 주7일을 전부 근무한 적도 있었다. 장씨의 업무시간 산정 내역을 보면 사망 전 3개월간 주 52시간을 초과 근무한 주는 7주에 달한다.

지난 6일 고 장덕준씨의 유족들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대구 중구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 앞에서 쿠팡 경북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관련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지난 6일 고 장덕준씨의 유족들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대구 중구 근로복지공단 대구지역본부 앞에서 쿠팡 경북 칠곡물류센터 노동자 사망 관련 산업재해 신청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장씨의 죽음 그리고 산재 신청...쿠팡은?

지난 6일 유족들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과로사 대책위) 등은 산재 신청을 접수하면서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과로사 대책위는 쿠팡의 재발 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장씨의 과로사, 산재를 승인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노동청에 쿠팡의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유족들은 “쿠팡은 언론에는 산재 신청에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 밝혔지만 저희들은 어떠한 해명도 듣지 못했고 제대로 된 자료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유족들이 쿠팡에게 받은 자료는 최근 1개월 간의 근로계약서 사본과 최근 12주간의 근로시간 내역 자료가 전부다.

앞서 유족들은 장씨의 근무 환경을 자세히 파악하는데 필요한 담당 업무내역과 급여 지급내역, 조직현황표, 인원배치표, 업무분장표, 소속 부서팀의 작업 및 업무일지, 물류센터 작업공정표 등을 요구했지만 쿠팡은 현재까지 어떤 자료도 제공하지 않았다.

유족들의 산재 신청 업무 대리를 담당한 노무사는 “산재 승인이 되려면 사업주의 협조가 필요한데 쿠팡이 보여준 태도는 결국 산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과로사 역시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사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야간작업자의 경우 특수건강진단이 실시돼야 하지만 쿠팡은 특수건강진단을 실시하지 않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안전보건 조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모든 배송직원 주5일, 52시간제 적용과 처우개선으로 택배근로자 문제를 누구 보다 앞장서서 해결해 왔다"며 "과로사 대책위는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억지로 택배노동자 과로 문제와 연결시키며 쿠팡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실히 일한 고인의 죽음을 악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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