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독과점‧구조조정 우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독과점‧구조조정 우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1.1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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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항공업 위기 극복과 발전 기회될 것"
산은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 지원 공식화해
대한항공 이날 아시아나항공 인수 안건 의결
독과점 우려에 구조조정으로 인한 반발 예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통한 경영효율화가 거론된 가운데 산업은행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8000억원을 투입한다. 만약 인수가 성사될 경우 세계 10위권의 대형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한진칼의 3자연합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고 있고 인수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특히 양사가 합병할 경우 계열 저비용항공사(LCC)를 포함해 시장점유율 60%이상의 독과점사업자가 탄생한다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편집자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선 1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5차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한국수출입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 산업은행, 한진칼에 8000억원 투입 결정

이날 회의에서 국토교통부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제3자 매각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자발적 인수는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과 발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결정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유상증자와 인수대금 납입을 연기하고 재실사를 요구하면서 산업은행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제를 통보해 인수가 무산됐다.

이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동종업계인 대한항공이 인수 의사를 밝힌 것.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로 항공업의 영업환경 침체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우리나라 항공업이 동반 부실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 밝혔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사진/뉴시스)
김상도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장이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항공 인수 관련 브리핑을 진행했다.(사진/뉴시스)

그러면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전 세계 항공사 중 7위 수준의 대형항공사(FSC)와 동북아 최대 저비용항공사(LCC)의 출현을 예고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을 위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8000억원 중 5000억원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로, 나머지 3000억원은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교환사채(EB)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인수 안건 의결

정부 관계 부처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동안 대한항공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에서는 이날 정부가 개최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내용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특히 산업은행이 8000억원 투입을 결정하는 등 지원이 공식화되면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2조500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대한항공은 총 1조8000억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의 신주(1조5000억 원)와 영구채(3000억 원)를 인수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에 걸림돌도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운용사 KCGI와 조현아 전 부사장, 반도건설 등 3자연합이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한 한진칼의 유상증자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도 난관이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저비용항공사(LCC) 자회사까지 모두 포함하면 시장점유율은 60%를 넘어선다. 이는 기업결합에서 문제가 되는 독과점사업자의 기준인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하지만 공정위가 지난 1999년 현대자동차의 기아자동차 인수 사례처럼 아시아나항공을 회생 불가 회사로 보고 기업결합승인에서 예외규정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대 노조 긴급 회동이 열렸다.(사진/뉴시스)
정부가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가운데 서울 강서구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에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양대 노조 긴급 회동이 열렸다.(사진/뉴시스)

◇ 아시아나항공,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다”

이날 아시아나항공도 이사회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대해 항공운송사업의 경쟁력을 보전하고 임직원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와 채권단의 정책적인 결정이라 밝혔다.

특히 한창수 아시아나 항공 사장은 이날 임직원 담화문을 발표하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산업 전반의 위기가 심화되고 회복시기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온전하게 보전하고,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임직원들의 고용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정부와 채권단의 정책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주인수계약이 체결되면 양사가 취항하고 있는 많은 국가의 경쟁당국으로부터 본건 거래에 대한 기업결합 승인 및 기타 필요적 정부승인 취득 절차가 진행된다"며 "기업결합 승인이 완료되는 데에는 수개월이 소요돼 2021년 하반기 무렵에 최종적으로 거래 종결 및 절차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본건 거래 종결 이후에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고용안정을 바탕으로 항공운송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장단기적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불필요한 예단이나 근거 없는 추측성 논란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여 주실 것을 거듭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대부분의 기업이 인수 합병 과정에서 인력 구조조정과 함께 회사의 조직을 개편하는 등 구조조정을 벌이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내부 분위기를 달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동종업계로 두 회사간의 중복된 노선과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이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양사 노동조합은 "이번 인수합병은 노동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산업은행과 정부, 한진칼의 밀실 협상"이라며 양사 노동조합의 참여를 보장하라는 입장문을 내고 반발하고 있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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