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타다 사태? 생활물류법 두고 택배 vs 화물 '갈등'
제2의 타다 사태? 생활물류법 두고 택배 vs 화물 '갈등'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11.17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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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물류법 연내 통과 놓고 화물업계·택배업계 갈라져
일각서는 “지난해 말 ‘타다 사태’와 유사하다” 지적도
여당·국토부, 연내 통과 의지... 국민의힘 설득도 변수

최근 택배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면서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이른바 생활 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이하 생활물류법)의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생활물류법을 두고 택배업계와 화물업계 사이에 견해차가 팽팽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이번 회기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 최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생활물류법을 두고 택배업계와 화물업계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최근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추진중인 생활물류법을 두고 택배업계와 화물업계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현재 발의된 생활물류법에서 택배 차량의 영업용 번호판을 기존의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불거졌다. 화물업계는 기존의 ‘허가제’를 유지하는 것을, 택배업계는 ‘등록제’로의 변경을 주장하고 있다.

◇ 화물업계 ”생존권 위협“ vs 택배업계 ”허가하라“

여당이 최근 택배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생활물류법의 연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화물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1일 서울 용달화물차운송사업연합회는 수유동에서 제정 반대 집회를 열었다. 화물업계에서는 택배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운영될 경우 영업용 화물차량의 급증으로 인해 노동자들 사이의 경쟁이 과열되고 이로 인해 운임료가 떨어지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물류 현장에서 일반화물과 택배화물을 구분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를 법으로 규제하면 시장 질서를 훼손하고 생존권이 침해될 것으로 보고 반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화물연합회와 전국개별화물연합회, 전국용달화물연합회는 최근 합동 입장문을 내고 “46만 종사자의 생존을 위해 생활물류법을 저지하는 연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택배업계는 택배기사들이 택배사로부터 일종의 사원번호를 발급받아야만 근무가 가능하다는 점과 택배 수수료는 택배사 등에 의해 정해진다는 것을 근거로 등록제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화물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영업용 화물차와 택배차가 운송이 가능한 물품이 다르기 때문에 영업권 침범으로 인한 운임비 하락이나 생존권 침해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택배노조 내에서도 입장이 갈리고 있다. 택배연대노조는 입법안에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공공운수노조는 운송 시장의 혼란과 권고 수준의 표준계약서를 근거로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타다 사태와의 공통점…영업용 번호판이 뭐길래

이번 사태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영업용 번호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의 차이다. 화물업계는 기존의 ‘허가제’를, 택배업계는 ‘등록제’를 주장하고 있다.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화물운송자운수사업법을 통해 관리돼왔다. 특히 ‘배’자가 붙은 노란색 번호판의 경우 지난 2004년 화물차 수급조절제 시행 후 신규 발급이 중지됐고 이로 인해 정부의 허가를 받고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법이 통과될 경우 신규 택배차에 대해 등록만 하면 운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화물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난해 말 타다 사태와 닮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신규 택배차가 등록만 하면 운행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시 택시업계는 타다를 두고 무분별한 서비스 남발로 인해 정글 경쟁 시대에 진입해 결국 공멸할 것이라는 이유로 반대한 바 있다.

▲ 생활물류법을 두고 택배업계와 화물업계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이낙연 당대표를 중심으로 이를 연내 제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생활물류법을 두고 택배업계와 화물업계가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이낙연 당대표를 중심으로 이를 연내 제정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정치권에서도 의견 엇갈려

이렇듯 택배업계와 화물업계가 영업용 번호판을 두고 견해차를 보이는 가운데 여당에서는 이를 이번 회기 안에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2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근로실태 점검 및 보호대책 현장 간담회에서 대책을 논의하면서 연내 제정의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지난달 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물류법은 택배사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는 것 외에도 표준계약서 작성, 과로 방지 등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러한 여당의 강한 의지에 국토부도 화답하는 분위기다. 지난 12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 중구 국토발전전시관에서 화물운송 사업자단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생활물류법 제정에 협조할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택배노동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서라도 생활물류법의 제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화물업계도 나서줄 것을 강조했다.

이렇게 여당과 주무기관인 국토부가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가운데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이에 대해 찬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2일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책위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국회 국토위 소속 여야 의원 30명을 대상으로 찬반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더불어민주당 의원 18명 중 16명의 의원은 찬성 입장을 표명한 반면 국민의힘 국회의원 10명 중 9명이 답변 유보 혹은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민의힘에서 유일한 찬성 답변을 남긴 송석준 의원은 화물업체와의 의견조정을 전제로 들어 조건부 찬성했다.

이러한 국민의힘의 태도에 일각에서는 사실상 국민의힘이 생활물류법 통과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여야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사실상 연내 통과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택배기사들의 연이은 사망으로 인해 발의된 생활물류법을 두고 화물업계와 택배업계, 여당과 야당 간 입장차가 있는 만큼 우려를 불식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중재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생활물류법을 두고 통과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모여서 어떤 해답을 내놓으며 택배 노동자들의 안전을 보장할지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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