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MB·박근혜 대국민사과 독(毒)일까 득(得)일까
김종인, MB·박근혜 대국민사과 독(毒)일까 득(得)일까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0.11.19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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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조만간 두 전직 대통령 과오에 대해 사과
장제원, 정통성 없는 사람의 사과에 대해 부정적

지지층 분열로 이어질 수도, 강성 지지층 분노
외연 확장 하려다 내부 결속 무너질 수도 있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서 조만간 대국민 사과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법원 확정 판결에 이어 곧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에 대한 판결도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에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나왔고, 김 위원장이 조만간 사과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연 적절한 것인지 여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이견이 나오고 있다.<편집자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조만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대국민사과는 외연확장이라는 목적을 달성 시킬 수 있지만 지지층 분열의 역효과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많은 비대위가 꾸려졌다. 그럴 때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지지층 분열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 감옥 갔지만 지지층은

분명한 것은 두 전직 대통령은 감옥을 갔지만 국민의힘을 뒷받침해주는 지지층은 감옥을 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힘을 뒷받침해주는 지지층은 아직도 활발하게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광화문에 나가서 태극기를 흔들거나 온라인 등에서 유튜브 활동이나 댓글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두 전직 대통령이 감옥을 간 것은 문재인 정부의 치졸한 공작 때문이라면서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할 경우 이들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하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김 위원장의 사과를 계기로 사과가 ‘적절했다’는 지지층과 ‘부적절했다’는 지지층으로 분열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에 대한 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과가 적절했다는 반응 속에서도 ‘김종인’이라는 사람이 사과를 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적통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장제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토해 김 위원장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고 밝혔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사과는 김 위원장이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활약했던 정부 관료 그리고 정치인들이 사과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이 비록 지금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활약했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김 위원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지난 2일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동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일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징역 17년형을 확정받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동부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사과가 외연확장으로???

또 다른 여론은 사과가 과연 외연확장으로 이어지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국민의힘 비호감도가 상당히 높아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대국민사과를 한다고 비호감도가 하루아침에 호감도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국민의힘 비호감도가 높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국민의힘으로 등을 돌린게 아니라 무당층으로 편입했다.

그런 점을 살펴볼 때 김 위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호감도로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외연확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지층부터 견고하게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외연확장을 위한 말로만 하는 대국민 사과가 아니라 당을 혁신하고 쇄신하고, 그리고 인물을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앉은지 몇 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제대로 된 당 쇄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차기 대권 주자 등 인물을 발굴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당 쇄신 없는 사과는 메아리

이처럼 당을 쇄신하지 않고 인물도 발굴하지 않은 상태에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만 한다면 결국 지지층 분열만 도출할 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순서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당을 어떤 식으로 바꿀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사과를 하더라도 자신들이 집권한다면 두 번 다시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제도적 장치까지 마련하는 그런 사과가 돼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그냥 “잘못했다”는 사과는 울림 없는 메아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전직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국민의힘(당시 새누리당)이 어떤 잘못을 했고, 앞으로 그런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어떤 식의 노력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한 해답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강성 지지층은 두 전직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없고,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을 어떤 식으로 잠재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함께해야 한다. 그것은 소위 태극기 부대와 어떤 식으로 결별을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될 수 있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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