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곳곳에 공짜노동 만연, 바로잡기 가능할까
사회 곳곳에 공짜노동 만연, 바로잡기 가능할까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1.2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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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일찍 출근해도 초과근무수당 0원, 금융권 노동력 갉아먹기 ‘심각’
10명 이상 목숨 앗아간 지옥의 택배업무, 기업‧정부 정책 실효성 의문
과도한 업무량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들이 늘어나며 사회 곳곳의 공짜 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제공/뉴시스)
과도한 업무량이 사망 원인으로 추정되는 택배 기사들이 늘어나며 사회 곳곳의 공짜 노동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사진제공/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택배, 초등 돌봄전담사, 병원, 금융 등 산업 현장 전반에 공짜 노동 논란이 만연하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공짜 노동 논란과 이에 대한 후유증, 정부의 정책과 그와 관련한 우려 등을 짚어봤다.

◇ 41억 원치 공짜 노동

최근 고용노동부가 새마을금고, 지역 농협 등 중소 금융기관 146개소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이들 기관이 미지급한 연장·휴일 근로 수당이 41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금융기관은 새마을금고, 지역 단위 농협·수협·신협 등 별도 법률에 근거해 설립·운영 중인 사단법인이다. 지난 28일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초부터 9월 초까지 실시한 중소 금융기관 150개소에 대한 근로감독 결과 이 같은 내용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근로감독은 최근 3년 내 노동관계법 위반 사건이 접수되는 등 인사노무관리가 취약한 기관 150개소 대상으로, 새마을금고 40개소, 농협 65개소, 신협 30개소, 수협 15개소 등이 포함됐다. 감독 결과 150개소 중 146개소에서 총 591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이 적발됐다.

위반 현황은 연장·휴일 근로 수당, 연차 휴가 수당 미지급이 19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취업규칙 미신고가 102건, 근로조건 서면 명시 위반이 71건 등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45건, 퇴직금 미지급 28건을 비롯해 직장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근로계약서류 미보존 등 기타로 분류된 사례도 150건에 달했다.

146개 기관이 지급하지 않은 체불 금품은 연장·휴일 근로 수당, 연차 휴가 수당 등 41억여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102개소에서는 연장·휴일 근로 수당 위반 사례가 집중 적발돼 '공짜노동'이 만연한 것으로 확인됐다.

◇ 코로나19에 초등 돌봄선생님은 ‘파업’

공짜 노동이 금융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최근 초등 돌봄전담사가 ‘처우 개선과 공짜 노동 타결’을 위해 집단 파업하며 코로나19를 맞아 많은 가정이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와 민주노총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이 구성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초등 돌봄 전담사 총파업을 단행했다. 연대회의의 요구 사항은 돌봄 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하는 법안 제정을 중단하고, 시간제가 아닌 전일제 근무로 바꿔 달라는 내용이었다.

연대회의는 기자회견을 통해 “돌봄 전담사들은 코로나19에 따른 긴급 돌봄을 마스크 한 장과 책임감으로 극복했지만 초과 근무는 만연했고, 학교 돌봄 운영 주체를 지자체로만 정하는 '온종일돌봄법'이 발의돼 돌봄 전담사의 고용과 처우가 불안해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돌봄 교실의 지자체 이관은 돌봄 교실 민영화"라며 "온종일 돌봄의 법제화는 필요하지만 지자체 이관과 민간위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파업으로 인해 교육부와 전국 시·도 교육청은 파업으로 인한 돌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에 나서는 한편, 각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도록 해 돌봄 인원을 최소화했다.

교사들이 '대체 돌봄'을 거부할 것에 대비해 학교 관리자인 교장과 교감이 아이들을 돌보도록 하는 방안도 있었다. 파업이 다행히 하루로 한정되어 큰 타격은 없었지만, 코로나19 시국에 공짜 노동이 사회 곳곳에 만연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2주 후 파업의 가능성이 다시 점쳐지며 초등생을 둔 가정에는 불안함이 감도는 모양새다.

◇ 지옥의 택배… 사망자만 11명

공짜 노동 문제가 가장 심각한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데는 택배업계를 뺄 수 없다. 올 한해 사망한 택배 노동자가 11명에 달한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쿠팡 등 배송을 담당하던 노동자들이 연이어 과도한 업무량에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과로사로 추정되지만 기업들은 정확한 입장을 밝히길 꺼려했다. 지난 달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경영진 모두가 지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재발 방지 대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히는 한편, 연간 5백억 원 정도의 추가비용이 드는 분류지원 인력 4천 명 투입이라는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CJ대한통운은 “택배노동자들은 오전 업무개시 시간을 오전 7시부터 낮 12시 사이로 조정하는 ‘시간선택 근무제도’를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택배 노동자를 위한 법안을 마련 중이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가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이하 정부)는 서울정부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안전망을 확대해 택배기사 작업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과로사 방지 주요 대책은 △적정 작업시간 관리 △분류작업 개선 △택배사 책임 강화 △건강보호 강화(건강진단 및 사후관리)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 강화 △불공정 관행 개선(백마진 및 부당한 계약조건) △표준계약서 보급 확대 △택배가격 구조개선 등이다. 택배노동자들의 장시간·고강도 작업을 개선하기 위해 적정 작업시간을 관리하고 택배사별로 노사협의를 거쳐 상황에 맞게 하루 최대 작업시간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후 10시 이후 심야배송에 대해서는 앱 차단 등을 통해 제한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일부 항목들에서는 현장의 이야기를 더 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택배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정부의 강제력 없는 대책에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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