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동발전서 화물노동자 사망...안전불감 언제까지
한국남동발전서 화물노동자 사망...안전불감 언제까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0.12.04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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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 상차 작업 중 추락사
운송 외 작업 지시? 양측 입장차
인력‧인건비 줄이는 외주화 여전
유가족 "사고조사 명확히 밝혀야"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화물노동자가 사망했다. 석탄회(석탄재)를 운반하는 작업을 맡은 화물노동자가 상하차 작업 도중 추락해 사망하면서 한국남동발전의 안전불감증이 도마에 올랐다. 특히 한국남동발전은 이번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망한 노동자가 상차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발표해 유가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한국남동발전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로 공기업이다. 공기업의 미흡한 대처에 울분을 토하는 유가족과 노조는 책임있는 사과와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정부부처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편집자주>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지난달 28일 화물노동자가 상차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영흥화력발전소 모습.(사진/뉴시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지난달 28일 화물노동자가 상차 작업 중 추락해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영흥화력발전소 모습.(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화물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유가족은 발전소 측이 업무에 대한 안전의식만 있었으면 발생하지 않을 사고였다며 정확한 사고조사와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동시에 한국남동발전이 하청업체와 고인에 책임을 떠넘기려 하고 사고 현장을 훼손하는 등 은폐 시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석탄회 상차 작업 도중 추락사한 노동자

지난 11월 28일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석탄회를 45톤 차량에 상차하는 도중 화물기사 심장선씨(51)가 추락해 사망했다. 당시 심씨는 차량 탱크로리 맨 꼭대기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탱크로리에서 지면까지의 높이는 3.5m다.

사고 당시 심씨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고 사고 전후로 안전관리 요원이나 다른 직원이 주변에 없어 심씨는 사고 후에도 한동안 방치됐다.

유가족과 노조는 사고 당시 CCTV를 확인하고 발전소 측이 사고를 조작하고 은폐하려는 정황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발전소 측은 사고 발생 후 119 소방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고 설명했지만 유가족들이 사고 당시 CCTV를 확인한 결과 119 도착 시간이 회사측 설명과 달랐고 현장에서 심폐소생술도 시행되지 않았다.

또 심씨의 머리 부분에서 출혈이 있었지만 사고 이틀 뒤 유가족들이 현장에 갔을 때는 혈흔이 보이지 않았고 화물차 탱크가 찰 때까지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놓아둔 의자가 없어지는 등 발전소 측이 사고 현장을 훼손하고 은폐를 시도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화물노동자의 상차 작업 적절했나

특히 유가족과 노조는 화물노동자의 상차 작업 자체가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제12조(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따르면 화물노동자는 안전하게 화물의 운송을 담당하는 것과 수반되는 부대업무로는 운송과정에서 화물이 낙하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고정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하지만 심씨는 발전소에서 운송 외에도 상차 업무까지 수행해 왔다. 노조 측이 제공한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 회정제설비 운전 지침서에는 ‘5) BCT 차량이 정위치에 주차 하였을 때 Unloading Chute를 Down으로 조작하여 분출구를 맞춘다.(차량기사), 6) Air Slide Gate Valve와 회 유량조절 밸브의 여닫음(Open, Close) 조작을 수행하여 회를 상차한다, 7) 상차 시 너무 많은 석탄회가 내려오지 않도록 조정하며, 배출 라인을 연결하여 회가 비산되지 않도록 한다, 8) 석탄회 양이 차량에 맞게 상차되면 Air Slide Gate Valve와 회 유량조절 밸브를 Close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한국남동발전이 지침서까지 마련해 상차 업무를 하라고 직접적으로 명시한 셈이다. 하지만 한국남동발전은 지난 30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차량에의 상차 역무는 기계설비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어 차량운전자의 역무가 아니다”라며 “차량운전자의 경우 맨홀개방과 설비접속 등의 역무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와 관련해 “한국남동발전이 발표대로라면 심씨가 상차 업무를 한 것이 아니라 기계에 의해 작동되는 것으로 설명됐다”면서 “이는 사실과 다르고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반박했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추락해 숨진 화물노동자 고 심장선 씨 유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표자 등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무총리,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에게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발전소에서 추락해 숨진 화물노동자 고 심장선 씨 유족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표자 등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무총리,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 장관에게 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는 공문을 전달하기 앞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뉴시스)

기본적인 인력 설계부터 잘못

그러면서 노조는 발전소의 기본적인 인력 설계부터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남동발전은 상차 업무를 위해 인원을 따로 배치하지 않고 석탄회 처리 업무 일체를 외주화했다.

이에 외주를 받은 하청업체는 인력과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화물기사 한명에게 석탄회 처리 업무를 모두 맡겼다. 위험한 업무는 2인1조가 맡아야 하는 기본 안전 관리가 무시된 셈이다.

또 원청은 발전소의 석회의 재활용 반출업무와 관련기기에 대한 현장점검, 석탄회의 계량관리 및 반출량 데이터 관리, 안전사고 관리 업무 등을 맡은 관리자를 1명만 두고 운영했다.

노조 측은 안전의 위험지대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담부서가 없고 안전관리자도 부족하다며 1명이 모든 관리를 맡기에는 역부족이라 주장했다.

이는 심씨의 사고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다. 심씨의 사고가 발생한 날은 토요일로 그나마 있는 관리자는 아예 사고 현장에 없었다. 용업업체를 담당하는 안전 전담부서 설치와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노조측의 입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정치권 “죽음의 사슬 끊어야”

이번 심씨의 사고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도 연이어 벌어지는 발전소의 사망 사고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2일 기자회견에서 “상차 업무를 해야 하는 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그 업무를 화물노동자에 전가해 이번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서 “한국남동발전은 이미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해결 의지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9월 태안화력발전소에 이어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또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사회적 학살”이라며 죽음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국남동발전의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있는 사과, 재발방지 마련을 촉구했다.

유가족과 노조 역시 기자회견에서 공기업의 안전불감을 지적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촉구하며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에 관련 법 개정과 진상규명 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한국남동발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회신을 받지 못한 가운데 지난 1일 심씨의 빈소에 방문한 유향렬 한국남동발전 사장은 책임있는 해결을 촉구하는 유가족에게 경찰과 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반복해 빈축을 샀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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