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수기 전락한 사외이사제도...대기업 수의계약 ‘하이패스’
거수기 전락한 사외이사제도...대기업 수의계약 ‘하이패스’
  • 박성규 기자
  • 승인 2020.12.09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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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020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발표
양적 증가한 사외이사, 계열사 퇴직 임직원 선임되기도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 감소, '책임경영 미흡' 비판도
▲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한 가운데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공개한 가운데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기업의 거수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발표했다. 기업별로 지배주주나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양적으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질적인 개선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외이사 추천하는 총수 일가

9일 공정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대기업집단 64개 중 올해 신규 지정된 6개를 제외한 58개 집단을 분석한 결과 대기업 소속 상장사 266개는 상법상 선임 기준보다 119명 초과한 사외이사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란 경영진의 독단적인 경영 견제는 물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기업의 내부거래를 감시하기 위해 선임된다.

이들의 이사회 참석률은 96.5%로 최근 5년 동안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사회 상정 안건의 99.51%가 원안대로 가결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사외이사들이 거수기로 전락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대기업들의 대규모 내부거래 256건 중 253건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안건의 78.3%가 수의계약 사유조차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개 대기업집단의 35개 회사에서는 계열사의 퇴직임직원 출신 사외이사를 선임한 경우가 42건으로 나타났으며 이 중 18건의 경우 사익편취 규제 및 사각지대 회사 소속이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사외이사 구성부터 독립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비율과 반대 비율은 각각 72.2%와 5.9%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기록한 행사비율·반대 비율(81.9%, 9.7%)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으며 국내 기관투자자 반대로 부결된 5건의 안건도 모두 감사위원 선임 건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견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 법적 책임은 안 지려는 총수 일가

이렇듯 사외이사 제도가 사실상 기업집단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총수 일가들이 강조하는 책임경영이 여전히 미흡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분석 결과 총수가 존재하는 51개 집단 소속회사 1905개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16.4%로 나타났다. 특히 총수 본인이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은 5.7%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신규 지정된 애경과 다우키움을 제외한 49개 집단을 기준으로 따지면 지난해 대비 1.8% 감소한 수치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율을 따져보면 부영그룹이 82.6%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 데 반해 삼성이나 신세계, CJ, DB, 네이버 등은 총수 본인은 물론 2, 3세의 이사등재가 없었다.

사실상 법적 책임이 따르는 등기이사의 특성상 이러한 부담을 피하려고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총수 일가가 주력회사나 지주회사 등에는 집중적으로 이사로 등재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주력회사 등의 이사 등재비율은 39.8%로 기타 회사의 이사 등재비율인 14.8%보다 높았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앞으로도 기업집단 현황을 지속해서 분석해 공개하면서 시장의 자율 감시 활성화 및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렇듯 사실상 대기업집단들이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등재 등에 대해 편법적인 운영을 이어나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발표가 기업들의 변화를 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성규 기자 dkvmf1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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