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투자 나선 2030, 주식 시장 주도한다
‘영끌’ 투자 나선 2030, 주식 시장 주도한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12.23 12: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주식거래 신규개설 계좌, 절반 이상이 2030
청년 3명 중 1명, 주택 매입 위한 재원 마련 목표

[한국뉴스투데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지고 증시와 부동산 시장만이 건재한 현실에 젊은 세대들이 앞다투어 주식 투자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 2696.22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 2696.22가 표시되고 있다.(사진출처/뉴시스)

◆올해 주식거래 신규개설 계좌, 절반 이상이 2030
지난 20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보면 국내 증시에서 개인 순매수액이 사상 최대인 64조 원을 넘었다.

또한,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3,525만 개로 지난해 말 대비 20.1%(589만 개)가 급증했다. 지난해 8.7%(234만 개)가 늘어난 것과 견주어보면 올해 증시 참여 열기가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이런 열풍은 금융기관 자금흐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대기성 단기자금인 수시입출식·요구불 예금이 24.1%(195조 원) 급증해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돌파했다. 증권사 고객예탁금은 지난해 말 27조 원에서 61조 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심에는 ‘2030세대’가 있다. 올해 신규개설 계좌 중 20~30대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모바일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젊은 세대는 주식 시장을 어렵게 느끼지 않는다. 터치 몇 번으로 스마트폰에서 계좌를 만들고 어디서든 쉽게 주식을 사고판다. 유튜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전문가들의 투자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도 한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영끌’ 관련 보도가 잇따르자 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도 무리한 투자에 나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 3명 중 1명, 주택 매입 위한 재원 마련 목표
2030세대의 ‘영끌’ 투자를 두고 전문가들은 ‘월급을 저축해 집을 마련’하는 과거의 전형적인 자산 축적 모델이 무너지며 젊은 층의 불안감이 만든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7월 발표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보고서를 보면 2030 청년 3명 중 1명(31%)이 재무 1순위 목표로 ‘주택 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을 꼽았다. 이어 은퇴자금, 결혼자금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집을 장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계속 길어진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주택구매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2013년 말 9.0배(중위소득·가격 기준)에서 지난 6월에는 14.1배로, 지난 9월에는 15.6배로 뛰었다.

2013년에 중간 정도의 소득을 가진 가구가 한 푼도 안 쓰고 9년간 소득을 모으면 중간 가격대의 집을 살 수 있었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는 15.6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게다가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0.5%까지 내려갔다. 2030세대는 일해서 번 돈을 예·적금으로 모으는 전통적인 자산 축적 방식 대신 가상화폐 등 고위험 자산 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더는 예·적금이 자산 증식을 담보해주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영끌’을 위한 ‘빚투’는 시한폭탄 품은 꼴
2030세대의 적극적인 행보를 반짝 이슈만으로 보기에는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주식 시장에 뛰어든 이들 가운데 ‘영끌’을 위해 ‘빚투(빚내서 투자)’를 무릅쓴 경우가 상당수라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보면 지난 17일 기준 신용거래융자는 증가세를 보이며 전 거래일보다 764억 원 증가한 19조3,233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 시장의 신용거래융자가 전 거래일보다 182억 원 증가한 9조7,799억 원,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는 583억 원 증가한 9조5,4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런 모습을 두고 2002년 카드대란을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2000년 들어 인터넷 보급과 맞물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확산하면서 당시 ‘팍스넷’ 등 주식 커뮤니티가 인기를 끌고 30~40대가 대거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2002년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하나둘 시장을 떠났다. 카드대란 직전까지 현금서비스 누계액이 367조 원에 달할 정도로 ‘빚투’가 늘어난 상황이 지금과 비슷하다는 것.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미수금을 갚지 못하면 외상으로 산 주식을 증권사가 강제로 처분해 미납금을 갚게 하는 반대매매가 올 수 있다”며 “최근 주식 거래 플랫폼이 새롭게 등장하는 등 분위기에 휩쓸려 위험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도 무리한 투자에 나서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lonlord@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