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빠진 전통, 그 참을 수 없는 ‘힙 함’
그들이 빠진 전통, 그 참을 수 없는 ‘힙 함’
  • 성지윤 기자
  • 승인 2021.01.01 2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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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
일방적으로 전통의 미를 강조하는 것은 주목받지 못해
MZ세대들에게 전통적인 것은 요즘의 것에 비해 더 아름답고 힙해
▲‘이날치'는 전통적인 판소리를 현대적인 팝 스타일과 함께 적절히 조화시킨 음악으로 큰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유투브 캡처)
▲‘이날치'는 전통적인 판소리를 현대적인 팝 스타일과 함께 적절히 조화시킨 음악으로 큰 인기몰이 중이다. (사진/유투브 캡처)

[한국뉴스투데이]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전통에 힙 한감성을 덧입힌 전통 힙이 큰 인기를 얻으며 정주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낡고 오래된 것, 보존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전통이라는 단어에는 의례 올드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또한 자의에 의해 관심을 가지게 되기보다는 왠지 의무감에 의한 보존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었다. 그래서 전통을 대할 때면 괜한 마음에 무게감을 지니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제 MZ세대들은 타의에 의해서 또는 스스로 가져야 할 의무감에 기인해서가 아닌 자진 해서 전통적인 것에 열광한다. 이들은 전통 힙을 뉴트로의 연장으로 여기며 뉴트로를 통해 재해석된 과거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즐긴다. 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키워드 중 하나인 뉴트로는 뉴-레트로를 의미하며 이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다. MZ세대들에게 전통적인 것은 요즘의 것에 비해 더 아름답고 힙하며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면서 그들의 취향을 저격하며 감수성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팝과 판소리의 이종교배의 신세계. 이날치와 엠비규어스가 흔드는 세상

이렇듯 요즘의 전통은 MZ세대들에게 그들의 취향과 기호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문화 제공을 통해 새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러 곳에서 발견되는데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가 한국소개 영상으로 제작한 영상인 이날치와 엠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함께한 범 내려온다가 이 중 하나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공개한 이날치×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의 홍보 영상인 범 내려온다는 음악과 함께 어우러지는 개성 넘치는 춤으로 한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들 영상은 5개월 만에 이미 유튜브 조회 수 133만 뷰를 넘겼고 ‘11이란 말까지 생길 정도로 ‘K흥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또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화상 간담회에까지 등장하였고 갤럭시 Z 플립 5G 광고까지 찍으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클럽에서 들으면서 춤출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던 얼터너티브 팝 밴드 이날치는 젊은 소리꾼 넷이 정통 국악을 하며 느낀 갈증을 풀어내는 작업을 한 것이 우리에게 신선하게 다가와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21세기의 판소리를 담아내는 실험인 이날치는 악기의 기타 파트를 없앤 베이스와 드럼만으로 구성했는데 이는 판소리의 강점이 화성적이지 않고 문학의 역할이 크다는 판단에서라고 한다. 현재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하다는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 최고의 팝 밴드 이날치'는 전통적인 판소리를 현대적인 팝 스타일과 함께 적절히 조화시킨 음악으로 큰 인기몰이 중이다.

이젠 MZ세대도 건강을 챙긴다. ‘할매 음식’-·흑임자·에 빠진 그들

입맛에서도 전통 관련 MZ세대를 사로잡은 맛이 있다. 바로 할메니얼(할매+밀레니얼)’이 그것이다. ·흑임자·인절미와 같은 전통적인 맛으로 이들을 사로잡은 할매 음식인 할메니얼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한 각 제과 기업들에서는 할매 입맛을 접목한 각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오리온은 초 인절미 초콜릿과 인절미 스프레드가 들어간 찰 초코파이 인절미와 흑임자 빵에 흑임자 스프레드가 더해진 찰 초코파이 흑임자두 가지 맛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2019년 연말에 판매를 시작한 이후 지난 5월까지 약 62억 원 어치나 팔린 것에 오리온 관계자는 흑임자·인절미 등 한국 전통의 맛을 초코파이와 접목한 색다른 제품인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하다. 유행에 민감하고 이색 조합에 열광하는 10대와 20대의 취향을 저격한 상품을 만든 게 성공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빙그레에서는 비비빅 흑임자를 내놓았는데 20193월 판매를 시작한 이후 올해 4월까지 800만 개가 팔려나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투게더 흑임자맛도 내놨는데 투게더 흑임자는 지난해 11월 판매 이후 30만 개가 판매됐다. 이에 대해 빙그레 측은 한국인에 익숙한 전통 소재 제품을 아이스크림이라는 생소한 형태로 풀어낸 게 인기 요인이라 분석했다. 서울우유도 귀리. 흑임자 맛 우유를 내놓으며 할매 입맛 열풍에 가세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할매 입맛 유행을 즐기는 동시에 건강을 챙기고자 하는 MZ세대를 겨냥해 만든 제품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또한 향토적 이미지가 강한 전통의 식자재들이 일명 할매 입맛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젊은 소비층에서 유행이라 트랜드에 맞춰 신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편의점 CU는 롯데푸드와 손잡고 57빵빠레 흑임자를 공개했는데 일주일 사이에 매출이 2.4배 증가했을 만큼 인기 중이다. 디저트 카페 설빙은 최근 할매 입맛을 더한 빙수 웰빙설빙 3을 공개했으며 카페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인절미 클라우드 생크림흑임자 튀일 생크림등 할메니얼을 접목한 케이크로 재미를 보고 있다. 이렇게 젊은 세대들이 할매 입맛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복고 심리건강을 이유로 꼽고 있다. 또한 제품에 담긴 이야기를 중시하는 젊은 세대가 할메니얼 재료가 가진 의미에 매료된 결과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이렇듯 현재 할매니얼은 신드롬을 일으키며 인스타그램에 2만 개 넘는 사진들과 많은 유튜브 영상들이 올라오며 트랜드를 이어나가고 있다.

[어변성룡도 민화 폰케이스]
[어변성룡도 민화 폰케이스]

자신의 취향을 전통문양의 굿즈를 통해 나타내는 MZ세대

예전과는 달리 요즘 MZ세대들은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는데 있어 다른 양상을 보인다. 자신의 기호를 기업 브랜드의 제품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개인이 발견한 굿즈 또는 소소한 개인 브랜드 제품을 소유하므로써 나타내려 한다. 특히 굿즈에는 MZ세대들이 특별한 진심을 보내고 있어서 많은 마케터는 굿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의 로고가 크게 박힌 기념품과 같은 굿즈는 이들의 관심 대상이 아니며 예쁜 한정판 굿즈는 중고거래사이트에서 웃돈을 주고서라도 거래가 되는 것이 요즘의 추세이다. 이러한 굿즈에 대한 MZ세대들의 선택 기준은 매우 까다롭다.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면 SNS에 자랑할 정도의 비주얼에 기능과 실용성도 갖추어야 하고 여기에 더해 가격도 적절해야 한다. 이렇게 힘든 굿즈 마케팅 시장에서 5년 연속 히트를 하는 브랜드가 있는데 바로 국립중앙박물관이다. 전통적인 것은 왠지 힙하지도 트랜디 하지도 않다는 인식을 뒤엎고 국립중앙박물관의 온라인숍 매출은 201515천만 원에서 2019년 약 85천만 원으로 5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MZ세대가 나서서 SNS와 커뮤니티에 자발적 바이럴을 해주고 있는 것에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이 수행하고 있는 국립박물관 문화상품 사업은 2016년도부터 문화상품의 인지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2020년도에는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가 품절 대란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국립중앙박물관 굿즈의 인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상품 하나가 출시되기까지 3~4개월에서 길게는 6~8개월을 잡는데 대부분 내부 직원들이 기획, 디자인하고 업체에 OEM 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홍보는 국립중앙박물관 자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의 SNS채널 활용과 박물관 문화상품 콘텐츠와 어울리는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마케팅하고 있다. 그 외에도 외부 브랜드와 콜라보, 방송사 협찬, 언론 보도자료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또한 신선하고 예쁘기만 하다면 조선 시대 아이템이라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서 민화를 소재로 한 폰 악세사리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전통들은 단지 전통이라는 이유만으로 MZ세대들의 관심을 받는 것을 결코 아니다. 이들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요즘 트랜드를 반영한 세련미 있는 아이템이어야 한다. 즉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본질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또한 동시대성을 잘 담아내고 있어야 한다. 일방적으로 전통의 미를 강조하는 것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주목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낡고 올드하며 나이가 많은 어른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전통이 MZ세대들의 세계에 들어오면서 스마트해지고 힙하게 옷을 갈아입고 있는 전통 힙이 빚어낸 현실이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며 발칙하게 우리의 마음과 문화 속에 파고들지 기대할만 하다.

성지윤 기자 claramusic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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