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집단해고서 드러난 LG의 민낯
청소노동자 집단해고서 드러난 LG의 민낯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1.01.08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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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에 반발 파업 돌입
농성 중인 노동자들 전기 난방 끊고 식사 반입 금지
LG, 용역회사 지분 전량 매각 후 전원 고용 보장 약속

지난해 LG트윈타워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동자들은 파업을 선언하고 업체와 원청에 집단해고 철회와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LG트윈타워를 점거했다. 하지만 농성 과정에서 LG측이 전기와 난방을 끊고 식사 반입을 막으며 사태가 커졌다. 시민단체를 시작으로 LG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LG그룹은 청소노동자들이 소속된 용역업체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며 선 긋기에 나섰다.<편집자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에 반발해 파업과 동시에 농성에 들어갔다.(사진/뉴시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에 반발해 파업과 동시에 농성에 들어갔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LG트윈타워에서 일하던 청소노동자들이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에 들어가 관심을 모았다.

지난 11월 말 집단해고 통보받은 노동자들

이번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는 LG트윈타워를 관리하는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청소용역 업체를 변경하면서 시작됐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는 지난 11월 30일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명이 소속된 지수아이앤씨와의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앞서 청소노동자 80여명은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고 사측과 1년전부터 교섭을 해오고 있었지만 이번 집단해고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이들은 지난 달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지수아이앤씨는 미루고 시간만 끌면서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교섭안을 제시하지 않고 수용불가만 되뇌어 왔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로비에서 피케팅 한다고 영업방해로 고발하고 가처분 신청하고, 항의하는 청소노동자를 특수폭행으로 고발하는 등 감시와 고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해고를 통보한 지수아이앤씨는 청소노동자들의 개별적 회유에 나섰다. 사직서와 계약종료통보서에 서명하면 250만원~500만원의 위로금을 주겠다고 한 것. 노조는 “최저임금에 상여금도 없는 여의도 최저수준 급여, 수당 안주려고 휴게시간 늘리는 꼼수까지 벌이던 회사가 집단해고 이후 갑자기 돈다발을 들고 유혹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회사 측의 해고를 거부한 청소노동자 25명은 LG트윈타워를 관리하는 에스앤아이 코퍼레이션에 자신들의 고용승계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에스앤아이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면담도 거부했다.

이에 청소노동자들은 지난 달 16일부터 집단해고 철회와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LG...전기·난방 끊고, 식사 반입도 금지해

청소노동자들은 파업과 동시에 LG트윈타워 1층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하지만 원청인 LG와 자회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 모두 노조의 거듭된 고용승계 보장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문제는 지난 달 25일부터 청소노동자 조합원을 제외한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 온 LG가 전기와 난방을 끊은 것을 물론 새해 첫날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식사 반입까지 막으며 사태가 커졌다.

청소노동자들은 대부분 50~60대 고령의 여성들로 이들의 새해 첫 날 점심도시락과 저녁도시락이 농성장으로 반입되는 과정에서 보안직원들과의 마찰로 식사 일체가 반입되지 못했다. 청소노동자의 가족들은 급하게 초코파이와 두유 등을 전달했지만 이 역시 보안요원에 의해 압수된 채 주차장 휴지통에 버려졌다. 이날 오후 3시 LG 측은 농성장의 전기와 난방까지 끊었다.

이를 두고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 집단해고 사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2일 기자회견을 열어 LG의 이같은 행동은 농성자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의원 등도 참여해 힘을 실었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된 시민들도 평소의 선행 경영과 다른 LG의 행동에 실망의 목소리를 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LG는 2일부터 식사 반입을 허용하고 전기와 난방 공급을 재개했지만 여론은 여전히 LG의 행동이 도를 넘어섰다고 비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청소노동자 쫓아내면 LG제품도 쫓겨난다”며 LG제품 불매 운동에도 돌입한 상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와 서울노동광장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 고용승계를 촉구와 지역사회 LG 불매운동을 선포했다.(사진/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서울지역본부와 서울노동광장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소노동자 고용승계를 촉구와 지역사회 LG 불매운동을 선포했다.(사진/뉴시스)

LG, 용역회사 지분 전량 매각하고 선 긋기

사태가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LG는 발빠른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LG그룹은 8일 대주주 특수관계인 건물 청소 및 시설관리 용역회사 지수아이앤씨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이유로는 지수아이앤씨가 그동안 LG와 별개의 기업으로서 독자적인 경영활동을 해 왔으나 특수관계인 소유에 따른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수아이앤씨 소속 청소노동자들이 LG트윈타워를 점거하고 원청의 책임을 요구한데는 LG그룹과 지수아이앤씨와의 특수 관계성 때문이다. 지수아이앤씨는 고 구자경 회장의 자녀인 구훤미씨와 구미정씨가 지분 전량을 소유하고 있는 LG그룹 가족회사다. 구광모 회장의 고모들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셈.

여기에 지수아이앤씨에 일을 준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 역시 LG그룹 100% 자회사로 LG트윈타원의 보안, 청소 등 관리 일체를 맡고 있다.

LG그룹은 지수아이앤씨 지분 전량 매각 후 문제가 된 LG트윈타워 관리에서 자회사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를 배제하고 중소기업이 사업을 수행하도록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LG가 사태가 커질 조짐에 선 긋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자회사와 협력업체도 원청의 선긋기에 편승했다. 지수아이앤씨는 지분 매각과 별도로 전체 직원 2900여명 고용 보장을 약속했다. 또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는 농성 중인 만 65세 미만 청소근로자 25명의 출퇴근 편의를 감안해 다른 사업장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소요되는 약 3개월의 기간 동안에는 기존 임금의 100%를 제공하며 만 65세 이상 노조원 4명에게는 별도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사태는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 25명 전원의 고용이 유지되며 일단락됐지만 농성 과정에서 보인 LG의 태도는 평소 인간 중심 경영을 외쳐온 LG그룹의 민낯을 보여준 것이란 비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조수진 기자 hbss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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