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홍석률의 ‘민주주의 잔혹사’
【BOOK】 홍석률의 ‘민주주의 잔혹사’
  • 김현지 기자
  • 승인 2021.01.15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든 사람의 역사는 동일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홍석률, '민주주의 잔혹사'(사진제공/네이버)
▲홍석률, '민주주의 잔혹사'(사진제공/네이버)

[한국뉴스투데이] ‘역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홍석률 교수의 저서 <민주주의 잔혹사>의 한 부분에 쓰인 구절이다. 역사는 결코 단면적이지 않다. 같은 역사를 놓고 본다 하더라도 그 현장에 있던 사람 10명이면 10명 모두 저마다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역사란 것은 의외로 굉장히 편중된 시각에서 기록된 것이 많아 지도자, 교육자, 남성 등 소위 권력층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경향이 크다. 이 책은 그런 편향적인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기록에서 배제되었던 약자들의 역사에 집중했다.

보이는 것 뒤에 가려진 것

약자라고 지칭하긴 했지만, 저 단어는 일반 대중을 의미하는 뜻에서 사용하였다. 일반 대중은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없었다면 현재 우리 역사의 전개 방향은 전혀 다른 곳으로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은 대체로 역사에 기록되지도, 언급되지도 않는다. 홍석률 교수는 한국현대사 서술에서 가려진 사람들과 그로부터 희생된 역사적 가능성에 주목하여 사건사를 서술하고자 시도했다.

본 책에 나오는 6월항쟁의 박종철, 동일방직의 여성 노동자들, 도시빈민 박영두, 마산의 할머니들 등등은 모두 일반적인 역사 서술에서 배제되어왔던 주변부 인물이었다. 홍석률 교수가 가려진 이름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실현되지 못한 희생된 역사적 가능성을 되새기기 위해서라고 했다.

교육받지 못한 자의 이야기보다는 엘리트의 이야기가, 여성보다는 남성의 이야기가, 지방에서 일어난 사건보다는 수도권에서 일어난 사건이 더 큰 주목을 받으며 후세에도 기록된다. 그러나 이 당시 주변 인물이었던 동일방직의 여성 노동자들은 동일방직 내 남성 중심의 권력 체제에 반발하며 노조를 만들고 학문에 정진하며 능동적인 주체로 우뚝 섰고, 마산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은 노쇠한 몸으로 누구보다 앞에 서서 부당한 정부의 폭력에 맞섰다. 우리는 역사의 이면에 가리워진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분명히 있다.

잔혹하게 희생된 이름들

본 책의 이름은 <민주주의 잔혹사>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가의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평등이 민주주의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 중 하나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사회에서도 평범한 다수보다 엘리트층이 부각되는 것이 사실이다. 홍석률 교수는 국민이 권리를 찾고자 나아가는 과정에서 당해야 했던 부당한 국가의 개인 침해와 폭력에서 나온 잔혹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닌, 평범하고, 권력의 이름에 희생당한 사람들이 가려지고, 기록에서도 퇴출되는 일 역시 잔혹한 일이라는 뜻에서 <민주주의 잔혹사>라는 제목을 붙였다.

홍석률 교수는 역사의 현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과거에서 현재로 흘러가는 서술방식을 채택하는 일반적인 역사책과 달리, 현재와 근접한 시기의 사건을 맨 처음에 배치했다. 이후 8개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점점 더 먼 과거로 돌아가는 방식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 시대의 어둡고 복잡했던 정세와 역사의 이면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았던 더 어두운 주변부의 이야기가 있었음을 알아주길, 또한 그들의 용감하고 비극적인 행적을 마음속에 잠시나마 새겨주기를 부탁드린다.

김현지 기자 suricatta@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