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에 부당해고까지...수렁에 빠진 정의당
성추행에 부당해고까지...수렁에 빠진 정의당
  • 이주현 기자
  • 승인 2021.02.01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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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논란에 부당해고 논란까지...첩첩산중
노동계 vs 페미니스, 정체성의 충돌로 이어져

기성세대 노동계와 신세대 충돌은 어디까지
장기화되고 있는 정체성 갈등, 교통정리해야

당 대표 성추행 사태로 인해 휘청거리고 있는 정의당이 이번에는 부당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정의당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진보 진영 지지층에서는 정의당이 진보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진보를 대변하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소수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라고 하지만 ‘특정 소수 약자’만 대변하는 정당이 정의당이라는 이야기다.<편집자주>

정의당 배복주(가운데) 부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성평등 조직문화개선대책 TF 1차 대책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의당 배복주(가운데) 부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성평등 조직문화개선대책 TF 1차 대책발표'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한국뉴스투데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에서 비롯되지 않았나리는 생각이 든다” 정의당 한 관계자가 밝힌 최근 정의당 상황에 대한 이야기다.

과거 정의당은 ‘정의’를 대변하고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이었다. 이런 이유로 진보층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정의당에 표를 던지는 상황이 전개됐다.

소수 약자를 위한 정당이라는 타이틀은 유권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런 공감대를 형성한 유권자들이 지역구는 비록 정의당을 선택하지 않아도, 비례만큼 정의당을 선택했다. 이런 이유로 정의당이 그동안 원내 진출을 해올 수 있었다.

21대 국회 구성원의 변화

하지만 21대 국회 국회의원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과연 정의당이 ‘소수 약자’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맞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구심을 품기 시작했다.

‘여성’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여성 의원들이 대거 진출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여성의원들의 머리 속 성평등 인식은 ‘성평등’을 넘어 과도한 남성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필경 성평등을 위해 싸워 하는 것은 맞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성평등이어야 하는데 남성 혐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여성이라는 약자를 대변하는 정당인지 아니면 성평등을 넘어 역차별을 위한 정당인지 헷갈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총선에서는 ‘노동자’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21대 총선 이후 정의당이 수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노동자’를 위한 행적보다는 오히려 여성 인권 향상에 초점을 맞춘 듯한 모습이다.

이런 정의당의 모습이 오늘날과 같은 사태를 발생시킨 원인이 되지 않았나는 이야기도 나온다. 즉, 정체성의 혼란이 결국 정의당의 혼란으로 이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정의당 강은미(왼쪽), 김윤기 비상대책회의 공동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의당 강은미(왼쪽), 김윤기 비상대책회의 공동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비상대책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노동자·농민 위한 정당은 어디로

21대 국회 이전에 정의당은 ‘노동자와 농민 등을 위한 정당’이었다. 명확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움직였다. 그렇기 때문에 정의당을 사랑하는 유권자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최근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의당이 도대체 뭐하는 정당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보수언론에서는 ‘문재인 정부 2중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지만 문재인 정부 2중대이기 때문이 아니라 정체성을 명확하게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정당에서 소수 약자를 보호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것은 방향성을 좋게 설정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추진해 나갈 것인지 명확한 비전이나 철학이 없다. 그러다보니 당내에서도 정체성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의 성추행 논란에 이어 류호정 의원의 부당해고 갑질 논란까지 겹쳤다. 정의당이 도대체 무슨 정당인지 모르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기득권은 노동계가 꽉 차지한 상황에서 21대 총선에서 여성 인권 향상을 내건 페미니스트가 대거 유입되면서 당내 갈등은 차오를 수밖에 없다.

기성 세대와 신세대의 충돌은 여러 형태로도 포출될 수밖에 없고, 그것이 정의당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의당은 어디로

정의당이 이처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당 대표를 새로 선출해야 한다. 과연 노동계를 대변하는 당 대표가 될 것인지 아니면 여성 인권 향상을 대변하는 당 대표가 될 것인지에 따라 향후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정해진다.

당장 노동계에서 발을 빼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여성 인권 향상을 아예 배제하고 노동계에 올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정의당의 정체성 혼란은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정체성 장기화는 정의당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그에 따라 정의당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주현 기자 leejh@koreanews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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