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절대음감이 상대음감보다 더 좋은 건가요?
정말로 절대음감이 상대음감보다 더 좋은 건가요?
  • 김현지 기자
  • 승인 2021.02.01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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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음감과 상대음감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관한 이야기
▲절대음감은 쉽게 말해, 특정 음을 들었을 때 그 음의 높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절대음감은 쉽게 말해, 특정 음을 들었을 때 그 음의 높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절대음감? 상대음감?

, 처음 듣는 음악도 한 번만 들으면 바로 따라 연주할 수 있어?”라는 질문은 음악을 했던, 혹은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꼭 한 번은 들어보았을 질문이다. 혹은, 조금 더 짓궂게는 숟가락으로 컵을 때려서 소리를 내거나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듣고는 , 저 소리는 무슨 음인지 알아맞힐 수 있어?” 하는 질문도 들어본 적이 있었더랬다.

은근히 난감한 질문이다. 이런 질문이 나오게 된 경위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음악 영재들은 모두 본인이 모르는 곡이라 할지라도 한 번만 들으면 손쉽게 그 자리에서 재현해내고, 일상의 소리도 데시벨 수치까지 정확하게 알아맞히곤 했기 때문이다.

절대음감과 상대음감. 이 두 단어는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이어도 꽤 많이 알고 있다.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상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라는 인식도 흔하다.

실제로 이 둘 중에 더 우위에 있는 재능이 있을까? 절대음감은 우수한 재능이고, 상대음감은 열등한 재능이라는 인식이 과연 맞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따져보기 위해서는 먼저 음감이 무엇인지,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의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그저 하나의 이름일 뿐

음감이란, ‘음의 높이 또는 음색을 구분해 들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절대음감은 쉽게 말해, 특정 음을 들었을 때 그 음의 높이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기준이 되는 음과 비교하여 다른 음의 높이를 판단한다.

각각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이라는 음을 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절대음감의 소유자는 바로 그 음이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상대음감을 가진 사람은 먼저 도레미파솔라시도라는 스케일을 듣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나만의 기준 음을 들은 다음에서야 지금 들리는 음이 이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 내가 상대음감을 가졌다면 어떤 기준 음을 들었느냐에 따라 들리는 음에 대한 나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상대음감이 절대음감에 비해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기악을 전공한 연주자들, 특히 앙상블을 자주 해야 하는 악기군이라면 더더욱, 상대음감의 중요성을 자주 언급하곤 한다.

앙상블은 여러 명의 주자가 모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행위이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이 두드러져야 한다기보다는 음정 간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여러 악기 사이에서 음의 관계를 듣는 것, 음의 높낮이를 들을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정말 값진 능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조를 옮김에 있어서도 상대음감의 소유자들은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는데, 모든 음이 정확한 높이로 들리는 절대음감과 달리 상대음감은 기준 음에 따라 자유자재로 의 위치를 바꿔 들을 수 있기에 좀 더 유연한 청음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동도법(플랫과 샵의 개수에 따라 도의 위치를 옮겨서 읽는다)으로 노래를 부를 때, 계이름은 절대 음높이가 아니라 특정 조성 안에 있는 다른 음들과의 상대적인 관련 속에서 파악된다. 이처럼 잘 훈련된 상대음감은 특정 상황에서는 절대음감보다 훨씬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절대음감과 상대음감이라는 정의는 그저 음감의 특성을 구분하기 위해 붙여진 이름일 뿐, 분명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존재하며 그 어느 쪽도 더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는 일이다.

김현지 기자 suricat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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