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
【Book】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
  • 김현지 기자
  • 승인 2021.03.15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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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상실, 상상과 현실의 경계에 관한 이야기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

두 개의 삶

우리에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평균적으로 8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 속에서 사람들은 치열하게 각자의 인생을 살아간다.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보통의 현대인이 삶을 대하는 모습일 것이다.

이러한 우리는 지금껏 살아오며 삶의 본질에 대해 의심해 본 적이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본질이란 우리의 삶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논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우리는 그 속에서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고 있는 체스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될 수 있지만, 한편으론 무서운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말로 나 자신이 나의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정해진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이유가 사라져 버린다.

프랑스의 작가 기욤 뮈소의 신작, <인생은 소설이다> 속에는 자신의 삶에 의문을 품은 한 작가가 등장한다. 그는 잘 나가는 소설가이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 캐리까지 있다.

그는 모든 걸 갖췄다. 앞으로 쭉 뻗은 탄탄대로 위에서, 그는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놀리기만 하면 딸과 함께 영원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삶의 전부였던 소설과 귀여운 딸. 하지만 어느 평범했던 오후에, 캐리는 숨바꼭질을 하던 중 집 안에서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다.

익숙한 집 안에서 늘 했던 숨바꼭질 놀이였으나 마법을 부린 듯 아이는 사라지고, 경찰조차 흔적을 찾지 못한다. 끔찍한 슬픔에 소설 쓰기를 중단한 그는 술을 마시고 잠든 어느 날 기묘한 토끼 인간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오르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멈춘 그곳에서, 그는 딸의 마지막 자취와 다시 한번 마주하게 된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기욤 뮈소는 소설 속에서 현실과 픽션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소설의 주인공인 플로라는 캐리를 잃은 후 무력한 일상을 보내고 꿈속에서 토끼 인간과 조우하기를 반복하며 삶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다.

나의 삶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된 삶이 아닐까, 하는 섬뜩한 의문. 그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 세계의 주인을 자극하기 위해 그는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다. 결국 본 세계의 창시자, 즉 또 다른 현실의 소설가 로맹은 그를 저지하기 위해 소설 속으로 들어간다.

본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 세계와 다른 세계 사이의 반복적인 이동은 기욤 뮈소가 즐겨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이다. 소설 속 등장인물과 함께 시공간의 흐름을 수없이 넘나들다 보면, 결국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된다.

처음에는 어느 쪽이 진짜인지 판단하려 들다가, 종국에는 판단력조차 상실하게 된다. 각자의 세계에는 그 세계를 전부로 살아가는 인물들이 있고, 그들의 우주는 감히 누구라도 폄하할 수 없는 절실한 세상이다.

소설가는 소설을 쓰며 현실에서 벗어나고, 소설 쓰기를 마치면 다시 삶으로 돌아간다. 픽션 세계의 플로라는 소설을 쓰고, 현실 세계의 로맹은 소설을 쓰는 플로라를 묘사한다. 현실 세계의 로맹은 픽션 세계를 오가며 플로라와 주체적인 서사를 쌓아가고 픽션 세계의 플로라는 소설가 로맹의 이야기를 글로 쓴다.

삶과 소설의 굴레는 끊임없이 돌고 도는데, 이 굴레의 끝은 어디이고 비현실과 현실을 나누는 기준은 과연 무엇인가. 소설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즈음이면 이미 그 경계는 희미해진 지 오래다. 믿기지 않는 현실과 그 속에서 분투하는 플로라의 투쟁, 그리고 그가 만든 캐릭터의 행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로맹. 과연 그는 딸을 되찾을 수 있을까. 기욤 뮈소가 선사하는 마법 같은 현실과 픽션의 경계, 그 너머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김현지 기자 suricat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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