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약자는 왜 ‘pf’인가요?
피아노의 약자는 왜 ‘pf’인가요?
  • 김현지 기자
  • 승인 2021.04.29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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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는 대체 어디서 왔을까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의 피아노. 피아노는 이후 수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의 피아노. 피아노는 이후 수많은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피아노의 계보

오늘날 피아노는 나라를 불문하고 남녀노소 모두에게 친숙한 악기로 자리 잡았다. 모두가 한 번쯤은 피아노를 직접 연주해보거나 연주하는 걸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이 글은 피아노는 왜 이름과 달리 약자로 쓸 때는 ‘pf’라고 쓰는가?’라는 지인의 단순한 질문을 계기로 시작됐다.

갑자기 나타난 f의 정체를 묻는 것이 신선했고, 당시 질문을 받았을 때의 나는 단순히 피아노라는 이름의 유래에 관한 내용만을 짤막하게 서술해 주었지만, 본 글에서는 피아노의 조상, 즉 가장 시초인 피아노의 모체에서부터 현대의 피아노에 이르기까지의 계보를 정리해 보다 자세한 역사에 근거해 이름에 관한 유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건반악기 중 가장 오래전에 만들어진 악기는 오르간이다. 가장 처음의 오르간은 르네상스 시기에 만들어졌는데, 주로 사용된 시기는 중세시대였다. 서로 다른 길이의 관이 여러 개가 붙어 있는 형태로 교회에서 주로 쓰였던 오르간은 웅장한 소리로 듣는 이를 압도시키는 음색을 지니고 있었다.

음색 면에서나 크기 면에서나 결코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이 악기는 주로 교회에 많이 배치되었다. 하지만 14세기와 15세기로 접어들며 보다 작은 크기의 휴대형 오르간이나 포지티브 오르간이 세속음악에서 자주 사용되며 널리 알려졌다. 페달 건반은 1300년대 후반에 독일에서 교회 오르간에 첨가됐다.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 유형의 초창기 건반악기도 14세기에 만들어졌지만, 15세기까지는 자주 사용되지 않았다. 쳄발로라고도 불리는 하프시코드는 모양은 피아노와 비슷했으나, 피아노가 흰 건반 위에 검은 건반이 있는 구조라면, 하프시코드는 그 반대였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피아노는 건반을 쳤을 때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가 나는 원리이지만 하프시코드는 현을 뜯어서 소리를 내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하프시코드는 셈여림을 표현할 수 없었다. 클라비코드에 와서는 드디어 해머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바뀐다. 또한, 미세하지만 오늘날의 피아노처럼 여리고 센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피아노포르테

이렇게 길고 긴 역사를 걸쳐 드디어 우리가 아는 피아노가 만들어진다. 1700, 바르톨로메오 크리스토포리가 피렌체에서 해머가 현을 치고 떨어지고 그 음에 해당되는 건반을 누르는 동안 소리가 끊어지지 않는, 획기적인 건반악기를 발명했다.

피아노는 별다를 노력 없이 그저 건반을 치는 힘을 조절하는 것으로 점점 크게, 점점 여리게, 심지어는 갑작스런 음색의 대조까지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셈여림을 표현할 수 있는 악기답게, 피아노의 초기 이름은 피아노포르테였다.

작다, 여리다는 뜻의 피아노와 크다, 세다는 뜻을 가진 포르테가 합쳐진 이 이름이야말로 피아노의 특성을 확실하게 입증해주고 있다. 바로 여기서 피아노의 약자인 ‘pf’가 설명된다. 피아노의 ‘p’와 포르테의 ‘f’가 합쳐진 것이다.

처음에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느린 속도로 대중에게 수용되고 오히려 하프시코드와 클라비코드가 19세기 초까지도 계속해서 연주되고 제작되기도 했지만, 점차 피아노의 인기에 밀려났다. 오늘날 피아노는 크게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라고 흔히 불리는 장방형 피아노, 두 가지로 분류된다.

연주회장에서 주로 쓰이는 그랜드 피아노는 하프시코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가정에서 주로 쓰이는 장방형 피아노는 클라비코드와 그 모습이 닮아있다. 대중은 피아노의 부드러운 음색과 역동적인 표현에 열광했고, 수많은 음악가들이 피아노를 위해 곡을 썼다.

오늘날의 피아노는 피아노포르테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지는 않지만, 르네상스 시대에서부터 시작된 길고 긴 역사는 여전히 이름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흔치 않은 기회이지만, 혹여 하프시코드나 클라비코드, 오르간의 연주를 듣게 될 기회가 온다면 주저 말고 연주회장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분명 그들의 생긴 모습이나 소리, 연주방식 등 모든 곳에서 피아노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현지 기자 suricat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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