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
이야기를 통해 보는 장애에 대한 편견과 오해
  • 김현지 기자
  • 승인 2021.05.14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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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맨다 레덕의

불편한 해피엔딩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아마 그중 대부분은 옷깃 정도만 스치고 지나쳤거나, 사무적인 말 몇 마디 정도만 주고받고 헤어진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소수이지만 언제든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몇 시간이고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친밀한 관계를 맺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지금껏 세상을 살아오며 마주친 수많은 군상. 나의 기억 속에는 비장애인과 장애인 중 어떤 유형의 모습이 더 기억에 많이 남아있는지. 사회에서 마주쳤던 인물 중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비율은 과연 어떻게 분포되어 있었는지. 부끄럽게도, 또한 당연하게도당연하다라는 낱말은 필자가 장애인보다는 비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자연스럽게 여기는 현재 사회의 인식을 반영하여 사용한 단어이다세상은 아직 비장애인에게 훨씬 호의적이다.

일자리를 얻고 친구를 사귀는 등, 모든 생활에 있어 비장애인들이 훨씬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무의식중에 생기는 장애에 대한 편견은 사회 곳곳에서 은근하게 표출되곤 한다. 동화 속에도 장애에 대한 편견은 존재한다. 주인공들은 언제나 결핍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해결해야만 진정한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다.

<휠체어 탄 소녀를 위한 동화는 없다>의 작가인 어맨다 레덕은 이러한 문제를 냉철하게 꼬집는다. 어맨다는 뇌성마비를 가진 장애인이기에 사회에 보이지 않게 퍼져 있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아주 예리한 시각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화 속에 나오는 어두운 뒷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새롭게 쓰여져야 할 동화

장애라는 개념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불완전함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못박혀있다. 그러니 이런 장애를 은유로 표현하는 것은 불완전함을 쉽고 빠르게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어맨다 레덕은 책 속에서 말한다. 한때는 장애를 지닌 작은 소녀였고 소년이었던 장애인 여성과 남성에게서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고. 그들은 동화 속에 자신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동화에서 자신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동화 속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은 언제나 나쁜 녀석이었다. 질투에 눈이 멀어 아름다운 백설 공주를 죽이려 하는 초록색 얼굴의 마녀, 끊임없이 거짓말을 하고 그럴 때마다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 보랏빛 몸체에 문어의 다리를 한 마녀 우르슬라.

다른 사람과 다르게 생겼다면 공주가 될 수 있을 리가 없어요. 그들의 말은 얼마나 답답하고 슬픈지. 꼭 나쁜 녀석이 아니더라도, 동화 속에서 장애는 극복해야 할 문제로 다뤄져왔다. 인어공주는 태생부터 물고기의 꼬리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언제나 인간의 두 다리를 가지길 소망한다.

원작에서 어린 인어는 바다 마녀에게 목소리를 팔아 두 다리를 얻고 왕자의 애정을 얻지만, 결국 벙어리란 이유로 자신이 왕자를 구해준 장본인이란 사실을 알리지 못한 채 결국 다른 여인에게 왕자를 뺏긴다.

미운오리새끼의 새끼 오리도 남들보다 못생긴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멸시를 받지만, 겨울을 지나고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나자 모두의 환영을 받는다. 피노키오도 마찬가지다. 나무인형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는 나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계속 코가 길어지다가, 제페토의 헌신적인 사람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요정의 도움을 받아 완전한 사람이 된다.

이런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읽어온 아이들은 은연중에 장애는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다. 장애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그저 하나의 특징에 불과할 뿐이고, 소위 말하는 정상적인 몸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그러니 이제는 새로운 동화가 쓰여져야 한다. 어맨다 레덕은 인어공주가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결말을 원하지는 않지만 모든 어려움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결말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가 원하는 이야기는 왕자가, 사실은 그 누구라도, 목소리를 잃은 여자와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가 원하는 진정한 동화가 무엇인지를 알게 될 것이다.

김현지 기자 suricat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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